
[...군사적인 용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직경 3㎞가 넘는 버섯구름이 관측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핵 실험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북한 내 반(反)체제 세력의 활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일본 언론은 “핵 관련 가능성이 짙다”고 보도하고 있다...(9/13 조선일보 사설)]
북한에서 핵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외신만 나오면 자칭 우리나라의 파수꾼 조선일보는 언제나 그 사실을 대문짝만하게 써제끼곤 했다. 영변에서 빈 동굴이 발견되었을 때도, 금창리에서 핵 의혹이 터졌을 때도. 아니라고 하는데도 계속 기정사실로 보도를 하는 걸 보면서 조선일보는 혹시 북한이 핵을 갖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폭파를 한 것으로 발표된 엊그제의 폭발 역시 조선일보는 ‘핵 관련 가능성’을 짙게 던졌지만, 엉뚱하게도 세계의 관심은 한국의 농축 우라늄에 쏠려 있는 판국이다.
사실 핵은 가지고 있는 자체로 위험천만한 것이다. 자기네들은 핵을 가지면서 다른 나라는 못만들게 하고, 그러면서도 “핵공격을 할 수 있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는 핵 보유국들의 처사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자기들의 핵부터 폐기를 한 후에 다른 나라의 핵을 금지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하지만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환호했던 파키스탄 국민들처럼, 핵이 ‘자주국방의 해결사’로 인식되고 있는 한 핵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김일성.김정일을 아주 정신나간 사람으로 생각한다. 전쟁으로 치달을 뻔했던 94년의 북핵위기나, 대선을 소용돌이로 몰고간 2002년의 핵의혹을 떠올리면 이런 탄식이 나올 법하다. ‘그들은 대체 왜 핵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일까’ 하지만 사람들이 박정희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핵개발 시도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김 부자에 대한 우리의 증오엔 어딘가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다. 장교들의 90% 이상이 핵 보유에 찬성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핵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나라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남북이 핵을 개발해 일본을 공격한다는 책이 수백만부나 팔린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가.
박정희가 핵개발에 목을 맸던 70년대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북한의 경제력, 군사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데다 미군은 걸핏하면 철수한다고 협박을 해댔다 (실제로 닉슨 행정부 때 미군의 일부가 제 나라로 갔다). 그런 상황에서 박정희가 핵에 기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였다. 삼십년 후,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의 경제력은 북한의 수십배를 넘어서, 북한이 GDP의 전부를 국방비로 쓴다 할지라도 경쟁이 안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가 어릴 적 배운 것처럼 북한 애들은 굶어서 피골이 상접해 있고, 탈북자는 인근 국가들의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거기에 더해 주한미군이 주둔 중이고, 미국과 우리는 핵전쟁 연습인 팀 스피리트 훈련을 한다. 세계의 패자인 미국에 의해 자신들이 ‘악의 축’으로 분류되고, 그 중 하나인 이라크가 실제로 폭격을 당하는 걸 보면서 김정일은 무엇을 느낄까. 이런 현실에서 김 부자가 핵개발의 유혹을 느끼는 건 그들이 악마여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함이다. 하지만 위성으로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측당하는 판국에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그들이 마치 핵이 있는 듯 행동하는 건, 그걸 빌미로 허세를 부리는 것이리라. 2년 전의 ‘핵개발 시인’도 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되면 핵무기는 우리 거다”라는 주장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기 나라 사람들을 굶겨죽이는 정권이 어찌 훌륭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좀더 따뜻한 시선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자기네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그들의 위험한 장난도 중단되지 않겠는가. 누가 뭐래도 우리는 형이고 북한은 아우, 지금은 형으로서의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