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제목은 본문과 무관하지만, 내가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덕목이다.

 

일시; 9월 10일(금)

장소: 을지로 일대

마신 양: 소주--> 맥주


1. 반성

술일기를 쓰려다가 깜짝 놀랐다. 일기에 의하면 9월 4일 알라딘 번개 이후 술을 한번도 안마신 것으로 되어 있는거다. ‘그럴 리가 없는데...’라면서 지난 5일간의 행적을 떠올려 보지만, 서른이 훨씬 넘은 사람에게 사흘, 나흘 전 일을 기억하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일. 매일 일찍 온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번주는 한번만 마신 걸로 기록을 해야겠다. 갑자기 반성이 된다. 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열심히 마셔서 경제를 살리고자 맘먹은 내가 ‘일주에 한번’이 뭔가. 다음주는 최소한 두 번은 마셔야겠다, 고 생각을 했는데, 벌써 세 번의 술약속이 요염하게 날 기다린다. 하나하나가 다 무시무시한 술자리라 적잖게 걱정이 된다. 무사히 고비를 넘겨야 할텐데...


2. 얻어먹다

내가 계산을 할 때는 사람들이 대충 배를 채우고 여운을 즐기는 그 찰나, 그럴 때면 난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계산을 한다. 이날도 그랬다. 삼겹살을 원없이 먹고 냉면 그릇이 날라올 즈음, 난 살며시 자리를 빠져나와 얼마냐고 물었다. 이럴 수가. 계산을 다른 사람이 했단다.

“누가 했나요?”

“저기 저...저분이요”

이럴 수가. 당했다 싶었다. 2차는 내가 사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2차를 가기 전 생일인 사람을 위해 슈퍼에 가서 쵸코렛을 샀다. 근데 1차를 산 사람이 따라온다.

“어디 가요?”

“불법주차 해놨거든요. 잘 있나 보려구요”

호기심이 동해 따라갔다. 웬걸, 그의 차에는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 있다!! 1차까지 샀는데 딱지까지 있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원래는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이던 그는 2차에서 잠깐 앉아 있다가 그냥 자리를 떴다. 그가 차를 세운 게 오후 7시 15분쯤, 주차 단속은 그 이후에 이루어진 거다. 직무에 충실한 건 좋은데 그 사람들은 퇴근도 안하나??? “교통비 4만원 내고 가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뜨는 그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2차에서 대충 맥주를 마셨을 무렵, 난 살짝 자리를 빠져나와 계산을 하려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계산서를 집는다. 그 중 한명이 내가 내려는 걸 알고 안된다고 한다. “서민님이 내면 안되죠!”라면서 자기 카드를 집는 그, 아무리 지난 토요일날 그었어도 내 사정이 훨씬 더 좋을텐데, 난 그 유혹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집에 갈 때도 지하철을 타고 갔으니, 내가 그날 쓴 돈은 추가로 나온 냉면 세그릇 값이 전부였다. 얻어먹는 기분? 솔직히 나쁘진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좀 아프긴 했어도. 왜? 내가 삼겹살을 인간이 아닌 수준으로 먹었기 때문에. 그리고 맥주도...


3. 갈등

내가 중2 때 과외가 전면 금지되었다. 그 이후엔 과외를 안했지만, 어머니끼리 친해서 그런지 같이 과외를 하던 친구들은 지금도 가끔 만난다. 작년부터인가 석달에 한번씩 분기별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난 바쁘단 핑계로, 그리고 한번은 몸이 아파서 딱 한번밖에 안나갔다.


석달 전에 3분기 모임 날짜가 잡혔다.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9월 18일이다. 골프를 안치니 2차만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같이 놀던 애들이 놀러 가잔다. 하필이면 같은 날, 1박2일로. 과외 팀이 전부 시커먼 남자들인데 반해 그 모임은 여자도 있고, 과외에선 내가 그저 마이너에 속한 구성원인데 반해 그 모임에선 꽤 중요한 위치다. 심정적으로는 당연히 후자지만, 인간적 도리상 과외팀 모임에 가야 하는데... 어쩌면 좋은지 계속 갈등 중이다.... 아, 머리 빠진다. (ps.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도 나처럼 골프는 안치고 2차만 온단다. 내가 안간다면 그도 안갈텐데...)

* 하두 이상해서 페이퍼를 뒤지다 보니, 월요일날 마신 걸 영화 사이트에 써놨다.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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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9-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24위, 안정권으로 보이는데요..... 음... 아직 아닌가요? ^^

마태우스 2004-09-1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사자는 먹이를 잡을 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서요? 전 사잡니다. 어흥!!

starrysky 2004-09-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놀고 나왔는데 차에 딱지가 붙어 있거나 황당하게 사라져 버렸으면 정말 기분 팍- 상하죠.
전에 친구랑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새벽 1시에 견인된 차 찾으러 갔던 아픈 기억이.. -_-
그리고 내가 사려고 맘 먹고 있었는데 선수를 빼앗기면 정말 당황스럽죠. 후후. ^^ 그래도 마태님도 가끔 얻어드실 떄도 있어야죠~

superfrog 2004-09-1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훨씬 넘은 사람에게 사흘, 나흘 전 일을 기억하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일..
에서 110% 공감.. 훨씬까지는 아니지만 어쩔 때는 오전에 뭘 했더라.. 하고 오후에 곰곰히 생각하기도 합니다..우이..!!

마냐 2004-09-1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 상습범이셨군요. 회식 중간에 몰래 계산하는 전술. 에이구...왜 그런 나쁜 버릇이 생기셨을까...^^

하얀마녀 2004-09-1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얻어먹어도 좋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