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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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미인>에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미인이 여럿 나온다. 그 미인들을 분석하고 순위를 매김으로써 미모만을 따지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1. 오아키, 17세

귀신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인물로 미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듯 싶다.

그릇가게 딸의 증언이다. “참 예쁘다 싶어 감탄했어요. 살결이 희고 눈매는 시원하고 몸매는 날씬하고...아아, 정말 부럽다, 하고 생각했죠.(191쪽)”

물론 오아키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안다. 그가 별로 안예쁜 다른 여자에게 했던 말, “내가 예쁘다고 그렇게 주눅 들 필요 없어요. 그쪽도 그쪽한테 어울리는 남자랑 새살림 차릴 거잖아요. 그러면 됐죠.”(196쪽)

이런 자신감은 웬만한 미녀가 아니고선 가질 수 없다. 단연 우승후보다.


2. 오하쓰, 17세

남이 못보는 걸 보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로, <식스센스>를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우쿄노스케라는 남자가 좋아하는 걸로 보아 웬만큼 미모가 되는 듯하다.

오하쓰의 미모를 짐작케 해주는 단서는 다음과 같다.

“기대 이상으로 예뻐졌어.”(74쪽) <--어릴 적은 별로였고 기대를 안했다는 뜻도 되니 대단한 미녀는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께서 무슨 일이지?”(75쪽)

결정적으로 젊고 총명한 남자 우쿄노스케의 말, “오하쓰 씨처럼 출중한 사람이 저한테 시집을 온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아버지는 꿈을 꾸시는 겁니다.”(504쪽)

하지만 이 말만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게, 우쿄노스케가 오하쓰를 좋아하니까 예쁘게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말은 반만 믿자.


3. 오리쓰

청과물점 집안의 맏딸로, 미모와 더불어 성격도 좋은 모양이다. 오리쓰 동생의 증언이다.

“언니는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다들 귀여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326쪽)

오리쓰가 가진 미모의 비결은 뭘까?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절에) 참배하러 가서 예쁜 딸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했고요..그래서 언니가 그렇게 예쁜 얼굴로 태어났대요. 마음씨도 착하고.”(336쪽)

미모에다 성격도 좋고 착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여기선 미모만 따지기로 했으니, 성격은 제외하자.


4. 오미요

그릇 가게의 딸로 거의 유일하게 미인이 아니다.

[“뭐, 우리 딸이야 오아키처럼 예쁜 얼굴을 타고 나지 못했지만...”

“당신을 닮았잖우!”

“허튼 소리! 오미요는 당신을 쏙 뺐어.”

“어머 세상에, 당신의 말상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갔잖우”.(185쪽)]

부부가 서로의 탓을 할 정도라니, 마음이 아프다. 조금 더 읽다보면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말상이라고 하면 딱하지만, 긴 얼굴에 턱이 살짝 주걱턱이고 키는 여자치고는 훤칠한데...”

더 마음이 아픈 건, 스스로도 그걸 안다는 사실.

“나는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할 수 없잖아요.”(192쪽)

아까 오아키한테 못생겼다고 면박을 당한 여자가 바로 오미요인데, 성격이 좋은데다 총명하다는 게 외모를 상쇄시키지만, 이번 대회는 미모만 보기로 했으니 아쉽게 최하위다.


5. 오쿄

1-3번 후보 중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 같았지만 30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오쿄라는 이름의 이 여자는 아내가 있는 남자의 정부로, 미모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경쟁자인 오하쓰의 증언, “넋이 나갈 정도로 예쁘고 몸놀림도 기민했다.”(313쪽)

이 여인이 가진 미모의 비결은 역시 혼혈파워가 아닌가 싶다.

“천녀처럼 예쁘죠? 남만 피가 섞여 있는 여자라는데...”(313쪽)

미녀 중에는 가까이서 보면 별로인 사람도 있지만, 오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가까이서 본 오쿄는 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웠다.”(362쪽)

그러다보니 오쿄는 자신감이 넘치고, 누군가가 “오늘은 더 고우십니다”라고 하자 이런 반응을 보인다.

“오쿄는 미소만 지을 뿐...뭐라고 대답하지도 교태를 부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미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굳이 겸손을 떨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362쪽)

그래서 결정했다. <미인>배 쟁탈 미녀대회의 우승은 오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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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0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진정 미인은 교태를 부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군요.
가만히 생각할수록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통찰해내신 마태님, 대단하세요~

즐거운 주말되셔염.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평소부터 미모에 관심을 가졌던 게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온 듯합니다^^

blanca 2011-08-0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완전 재미있는 리뷰입니다. 가까이서도 이쁜 여인이 정말 미인이지요.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멀리서만 미녀는 진정한 미녀가 아니죠ㅕ^^

하이드 2011-08-0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는 <미인> 아니고 <천구바람>이었는데, <미인>으로 바꿨다고 들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원제를 바꾼 출판사가 원망스러워지려고 하는군요. ㅎ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천구바람이었다면 제가 이런 리뷰를 절대 쓰지 않았을 겁니다^^ 롯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