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여배우 혼자서만 분투하는 영화들을 계속 보기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이나영을 정말 뭔가 아는 여자로 재현해내는 영화가 보고 싶다]
한겨레에 난 영화평이다. 글쎄다. <영어완전정복>이 이나영 덕분에 살아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까지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장진 감독의 팬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다. 장진은 자기 특유의 유머가 있다. 모든 사람을 폭소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니지만, 매니아들은 그의 유머에 낄낄거리며 웃는다. 엉뚱함과 기발함, 그리고 반복. 이 영화에서도 그의 유머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나영이 정재영을 업고 병원에 갔다.
의사: 그렇게 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이나영: 저희 둘 말인가요?

또다른 유머.
의사: (코피가 자주 나는 건) 두가지가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코 속 혈관이 약하거나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너무 지나치게 코를 파내서.
이나영: 아마 첫 번째일 거예요!
의사: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하죠.
그런데 이나영이 약을 달여서 정재영에게 가니까 정재영이 코를 파고 있다. 약사발을 떨어뜨리는 이나영, 이렇게 외친다. "안돼요! 더 이상 코 파지 마세요!"

이게 약하다고 생각하면 또다른 유머. 범인으로 오해받은 정재영이 취조를 받는다.
형사: 정말 안 불 거에요?
정재영: 아는 건 다 얘기했는데요
형사(아마 장진 감독 자신이 아닐까 싶다): 이 방에서는 모르는 것도 좀 얘기해줘야 하는 겁니다....여기선 무식한 애도 유식해지고, 장님도 본대로 얘기하고, 귀머거리도 들은대로 얘기하고 그러는 거예요.
정재영: 그럼...벙어린 어떻게 하나요?
장진: (목을 만지며) 야, 나 풍 걸린 거 같아!

어찌보면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난 너무너무 웃긴다. 그러니까 장진 매니아 아닌가. <킬러들의 수다>는 실망스러웠지만, <묻지마 패밀리>의 단편인 '사방의 적' 하나만으로도 장진은 내게 영웅으로 자리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했던 유머가 안웃겼다면 한가지만 더. 심장암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얼마 안남은 삶을 앞당기기로 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그는 생각한다.
"자살로 마라톤을 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하지만 이건 현명한 선택이다. 내 심장은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열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마라톤 5등 상품, 김치냉장고!"

이정도로 스포일러를 뿌렸으니, 이제 그만하자. 이 유머가 재미있는 사람이 본다면 더 큰 유머를 얻을 것이고, 이게 재미없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저주 그 자체일 것이다. 참고로 영화 시작전에 예고편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리포터>다. 독수리를 타고 날라가는 해리포터, 어릴 적엔 개를 타고 다니는 상상을 했었는데, 개보다는 독수리가 훨씬 더 폼이 나 보인다. 1편을 비디오로 보고 후회를 한 뒤 2편은 영화로 봤는데, 3편도 찜이다. 그 다음 예고편은 날 슬프게 한다. <투가이즈>, 박중훈과 차태현이 주인공이다. 박중훈의 유머엔 이제 식상했고,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첫사랑 사수..> 등 굵직한 히트작을 낸 차태현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비결이 궁금해 죽겠다. 또다른 영화로 <달마야, 서울가자>란 제목이 눈에 띤다. <달마야 놀자>가 좋았다면 그걸로 끝낼 일이다. 그 영화는 아무래도 전작의 명성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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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장진 영화, 유머 다 썰렁하던데...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어 영...마태님 유머가 훨씬 나요. 아부 절대로 아닙니당!

부리 2004-07-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또 영화를 봤나? 또 혼자 봤겠지?

플라시보 2004-07-0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친구랑 보려다가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그냥 포기를 했더랬는데 아쉽군요. 그 친구랑 봤다면 좋았을껄 그랬습니다.

panda78 2004-07-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킬러들의 수다도 무지 재미있게 봤는데. 아는 여자는 더욱 즐겁게 볼 수 있겠군요! ^^

갈대 2004-07-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마태우스님도 즐거우셨다니 기쁘네요^^

마태우스 2004-07-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후후, 제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결심한 게 다 갈대님의 좋은 평 때문이랍니다. 제가 감사.
판다님/흐음, 그렇군요. 킬러들의 수다가 재미있었다구요. 혹시....원빈 때문이 아니십니까?
플라시보님/그러게 말입니다. 나중에라도 보세요.
부리/자네 여기 또 웬일인가? 훠어이===
스텔라님/저를 알아주는 분은 스텔라님밖에 없습니다. 꺼이꺼이... 세상 사람들이 다 스텔라님 같다면....

마냐 2004-07-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이 영화, 본지 벌써 일주일 지났는데...아직도 정리를 못했어요....여기저기 알라딘 곳곳에서 근사한 리뷰가 나오니..더더욱 힘들어지는군요....그나저나, 마태우스님...엄청난 스포일러..는 그렇다치구...어케 저 대사를 다 줄줄 외십니까.

메시지 2004-07-0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진 팬입니다. 모 TV드라마에 깜짝 출연해서 '일발장진'입니다라고 썰렁하게 소개하는 것도 저만 좋아하면 웃었었죠. 흉내냈다가 무척 썰렁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버릇이 있어서.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막힌'일들이 재미있고 살짝 찌르는 구석도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택시드리벌'이나 ''서툰사람들' 같은 연극 작품에서도 그의 유머감각은 탁월하게 드러납니다.

마태우스 2004-07-0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앗, 장진감독이 연극도 했나요? 그렇군요!! 하여간 님과 제가 유머 취향이 비슷하다니 즐겁네요.
마냐님/사실은 ...노트에다 적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 2004-07-1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하옵는 전태일 선배님.
여기 선배님의 외침에 잠이 깨어난 후배 만 오천여 여성근로자를 대표하여 선배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였나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늦가을로 가득 채워져 있고 들에 외롭게 피어난 들국화의 진한 꽃내음도 멀리 사라져 가는 듯 합니다.
메마른 황무지에 피어나기에도 역겨운 뭇 들국화에게 생명의 단비와 거름이 되어주신 영혼이여!
당신의 거룩한 밑거름 위에 이처럼 곱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희생어린 개화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저는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검게 타다버린 영육 위에 곱게 피어난 우리들의 꽃봉오리가 영원토록 참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오늘의 명랑한 직장과 안락한 생활의 터전이 당신의 희생으로써 얻어진 황금의 결실이라는 것을.
우리들의 어린 심령들에게 풍운과 억센 파도에 휩싸여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돛단배의 등대가 되어주신 영혼이여!
저는 오늘도 선배님의 거룩한 넋을 칭송합니다.

들국화의 꽃송이가 오늘날에 피어나기 전 당신의 활기 띤 용맹스런 얼굴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육신이 검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애처롭게 울부짖는 목소리를 저는 들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절규를 선배님의 거룩한 뜻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참된 죽음이야말로 우리 작은 영혼의 부활이라는 것을.

이제 저희들의 마음속에 선배님의 참된 넋의 씨앗을 뿌리려 합니다. 근면한 꽃씨로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근로자의 참된 꽃씨도 또한 조국 근대화 대열에 앞장서서 생산에 전력하는 새 역사를 창조하는 새로운 꽃씨도. 이 모든 꽃씨가 당신의 쓸쓸한 영전에 봄이 오면 붉게 노랗게 또는 하얗게 피어 주려합니다.

멀리 떠나신 님이여! 먼 훗날에나 우리의 회포를 나누게될 넋이여! 오늘도 외롭게 피었다 시들은 쓸쓸한 들국화의 벗이 된 당신의 영혼에 어린 소녀가 옷깃을 여미옵고 영생의 명복을 빌면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길을 옮기려 합니다.

또 다시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이 가신 지 다섯해. 올 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십니까.1 5년전 당신의 마지막 그 처절한 절규는 안일과 나태에 약삭빠르고 젖어있던 저희들에게 세계가 뒤흔들리는 충격을 경험케 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그해 75년은 해마다 봄이 되면 대학가에 찾아오던 접동새의 울음소리가 되거품을 품은 채 무척이나 처량하게 들리더군요. 72년 가을 이 나라 민주주의가 조종이 울린 이후 저들 유신독재체제는 74년 봄의 민청학력 사건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부쳐 군사 법정에서 사형, 무기징역등의 서슬푸른 행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중의 줄기찬 도전에 급기야 그것이 조작임이 드러남으로써 1년만에 민주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일선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까지 힘입어 75년 봄은 파쇼 정권과 맨몸의 다수 민중 사이에 일대 결전을 예감하며 신학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분단 30년 동안 가장 통일을 장애해 왔던 자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해 왔던 냉전논리에 편승하여 저들은 인지사태의 본질을 왜곡하여 예의 위기의식을 조장할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양심세력에 철퇴를 가했던 것입니다.

이에 우리의 많은 동료들이 강의실에서 쫓겨나고, 동아·조선 기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청계천에서, 중량천에서, 답십리에서 가난한 민중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모두가 심한 좌절감과 패배의식으로 가슴이 위축되어 있을 때, 수원으로부터 날아온 당신의 할복소식은 우리르 경악시켰습니다. 열사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어떻게 참을 수 있으며 무엇을 망설일 수 있었겠습니까.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너무나 한심하도록 착하신 분이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둔 한 인간의 비장한 심장에 어울리지 않게 당신은 너무도 차분하셨으며 당신을 죽으로까지 몰고가게 한 저들에게 한 치의 미움도 남기시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남기신 「양심선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총장·학장에게 보내는 공개장」에는 오로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당신의 사심없는 바램만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저들의 생리는 당신의 간절한 당부를 무참히도 짓밟아 버리고, 양심세력을 탄압하는데만 급급하여 당신의 죽음이 가져 올 엄청난 파문을 막기 위하여 드디어는 긴급조치 9호까지 발동하는 반동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는 우리들의 잠자는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긴그조치하의 4년반 동안에도 당신의 유지를 잇는 민주시민의 뜨거운 외침은 계속되었고 드디어 저들은 아래로부터의 도전과 자체 모순에 못 이겨 이제 스스로 자기네들이 절대적으로 믿기를 강요해 왔던 논리를 하루 아침에 뒤짚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相眞열사,

저들은 민중의 줄리찬 저항에 할 수 없이 자구책으로 저 악명높은 유신체제를 스스로 해체하고 말았지만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도 자기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여전히 우리 위에 군림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앞날에 반동의 철퇴를 내릴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역사의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믿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셨듯 저들이 아직도 회개치 못하고 이 민족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면 자유와 평등과 진리와 정의를 외치는 모든 민주시민의 뜨거운 죄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相眞열사

동학혁명의 좌절이후 처참한 반동의 근대사였습니다. 지난 백년동안 경직된 이념의 횡포로 역사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 선각자들이 얼마나 많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제 어느 누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겠습니까.1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겨울이 너무 길었습니다. 너무 지루했던 겨울이기에 봄이 왔어도 아직 봄같지가 않습니다. 가볍게 봄바람을 즐기기에는 아직 주변이 너무 스산합니다. 부디 금년 봄부터는 접동새의 울음에 더 이사 피맺힌 한이 맺혀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당신의 효백이 편안하시도록 진효굿이나 해 드리겠습니다.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올 그날까지 조금만 더 참으시고 저 지하에서 만족스런 웃음속에 우리의 통일을 향한 민주화의 행진을 지켜보아 주십시오.

열사의 영전에 저희들 모두 한가슴으로 민주주의를 바칩니다. 자유를 바칩니다. 통일을 바칩니다. 고이 잠드소서!


故 金相眞 烈士의 5주기를 맞아


규련이! 우리가 34년 전 화랑대에서 처음 만난 이후 우리는 항상 이렇게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 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오.

정 교수! 아니,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스스로도 건강에 자신만만하던 자네가 이렇게 일찍 소천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소? 도대체 믿어지지 않소.

정 박사! 어찌 그리 야속하게 간단 말이오? 가족들에게 병간호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급히 가다니… 우리 벗들에게 병문안 할 기회를 주기가 그렇게도 싫었단 말이오? 너무 야속하오.

규련이!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그러나 1964년 모교 육사의 부름을 받고는 자신이 직접 군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을 접고, 후배 군 지도자를 양성하는 육사교수로서 20년을 모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문에만 정진하지 않았던가?

정 박사! 그때 우리는 육사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가족간의 친밀감도 갖게 되었지. 자네는 바둑, 포커, 마작 게임 뿐 아니라, 유도,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에도 다재 다능하였었지. 우리가 게임과 스포츠를 함께 하고, 전후방 동기생들도 함께 방문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소? 일요일에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고수동굴에 갔던 생각도 나는구려. 그리고 주일에 육사교회에서 예배도 함께 보지 않았소? 말로서가 아니고 행동으로서 전도하던 자네였지 않았나? 예편 후에는 소망교회의 집사로서도 진실한 믿는 자의 본을 보여 주었었지..

정 교수! 우리 함께 밤늦도록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또 후배교육에 관해 열띤 토론도 하지 않았소?
5공 시절 고향의 친구들로부터 정치에 입문하라는 유혹도 뿌리치고 오직 학문에만 열중하여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소?

1982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모교를 떠나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20년간 많은 민간 산업 지도자들을 양성하지 않았소. 숭실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임을 받아, 어려운 기획처장과 교무처장의 임무도 잘 수행하지 않았소. 총장, 부총장과 같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보직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동안 쭉 숭실대학교의 예비군연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지막 출장을 다녀온 지 사흘 만에 이렇게 운명을 달리 하다니, 아마도 너무나 과로했던 탓인가 보오. 더욱이 이번에는 서울 경기지역 대학교 예비군 연대장 회의 회장을 맡아서 더욱 부담을 가졌던 모양이오. 항상 책임감이 강했던 자네이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구려.

규련이! 얼마 전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소. 어떻게 자네는 건강수명만을 살다 간단 말이오?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하긴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믿는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최근 아산회 등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매주 목우회의 골프모임에 가서 골프를 즐기던 것은 스스로 건강을 위했던 것은 아니오? 남들이 평생에 한번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두 번씩이나 했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어제 친구들과 했던 골프약속은 왜 지키지 않았소? 남과 한 약속을 어긴 적이 한번도 없었던 정교수가 말이오.

즐거웠던 추억보다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자네에게 야속하단 말만 하게 되는구려.

자신은 마음도 편하고 몸의 건강도 좋아서 오래 살게 될 텐데 당신이 걱정이라고 부인에게 건강을 당부했던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젊었을 때 나에게 한의사가 맥박이 이렇게 건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고 자랑하지 않았었던가?

여기 함께한 우리 모두가 자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소.

이제 육신은 한줌의 재로 변하여 여기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영혼은 자네와 자네 가족이 평생 믿던 하나님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리라고 믿으며, 위안을 받네.

우리 모두 멀지 않아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서 자네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네. 이제 편히 쉬시오. 정 박사! 우리는 앞으로도 자네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 거야. 자네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게나.

부디 평안히 영생을 즐기소서!

2001년 7월 18일



고 이영균 교수님께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10년, 올 여름은 유난히도 감회가 깊네요.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십년,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94년은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더울 수도 있느냐고 다들 아우성칠 때, 선생님께선 그만 눈을 감으셨었지요. 십년만의 더위가 몰아닥친다는 올해, 불현듯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순간이 떠오르는군요. 수많은 생명을 구하셨던 선생님도 당신 스스로의 목숨은 구하지 못하신 채 저희들과 이승에서의 작별을 고했었지요.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이하여 평균수명에도 미치지못하는

물론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학생 때 강의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도수높은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보시는 광경이 어찌나 명료했는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이렇게 선생님의 10주기에서 추도사를 읽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처음 뵌 인상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늘 인자하셨고, 후학을 기르는 데 열심히셨습니다.


규련이! 얼마 전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선생님께서는 제게 에게 자연과 인간과이 관계 즉 과학의 길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가ㄱ르쳐 주는 분으ㅇ로, 그때는 이 작은 선생님과 지금과 같은 사제지간의 연이 맺어지리라고는 꿈에도 TODR가지 못했다. 이구동성으로 찬바람이 인다고 말한 ㅣ 선생님과 오랜 친분을 가지신 분들은 차가운 첫 인상이 선생님의 이지적인 두외네서 오는 냉철한 판단력 때문이라는 것. 그분의 피부 아래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칭 의사가 아닌 사람이 온통 백색의 둘러싸인 수술실에서 외과의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선생니믄 차가운 마음의 소유자인다. 의대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학의 진면모를 단 한마디의 잡담도 섞지 않고 명쾌하고도 흥미롭게


어언2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