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라이언 캐리같은 가수를 보면 신이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멋진 목소리를 준 것만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외모까지 이쁘다니.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가 뜬 건 외모 덕도 약간 있었을거다.
소속사의 얘기에 의하면 머라이언은 7.5옥타브가 올라간다고 한다. 이걸 믿지 않는다 해도, 그녀가 4옥타브 정도 올라간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녀의 노래는 순전히 "나 4옥타브 올라가!"라고 과시하는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 그렇게 높은 음역을 넘나들 수 있는 가수가 옛날 이재민이 불렀던, "오늘밤은 너무 컴컴해/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어"로 시작되는 '골목길'을 부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 4옥타브 가수가 음 세 개만 쓰는 노래를 부르다니!'라며 감동의 물결이 일 거다. 하지만 머라이언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그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수준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래서 그녀가 노래부르는 것에 감동받는 일반인들은 노래방에서 '위드아웃 유'를 부르며 거의 숨이 넘어간다.
"캔 리브~~~ 러브이즈 위드아우트 유"도 충분히 높건만, 다시 한옥타브를 올려서 "캔 리브----"를 불러야 하는 엄청난 부담감, 사람들은 대부분 올리는 척만 하고 그대로 부르는데, 곧이곧대로 따라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노래에 "성량이 안되면 포기하세요"라는 경고문이 없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능력이 된다고 높고낮음을 너무 왔다갔다하는 건 몸에도 좋지 않다. 휘트니 휴스톤을 보라. '보디가드'의 주제곡을 멋들어지게 불렀던 휘트니는 머라이언이 등장하자 높이에서 뒤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높은 노래만 겁나게 부르다 결국 성대결절로 한동안 노래를 못부르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머라이언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가다간 나중에 "골목길에서---너를 기다리네---아무도 없는 쓸쓸한 골목기-일"만 불러야 할지 모르고, 능력이 안되서 부르는 골목길은 굉장히 처연할 것 같다.
난 그녀에게 김창기를 본받으라고 말하겠다. 천재 작곡가인 김창기는 '거리에서'같은 명곡들을 만든 걸로 유명한데, 그가 쓴 노래 중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라는 게 있다. 원래 기타를 좀 치는 사람이 노래를 만들면 손가락이 짧으면 코드를 잡을 수도 없을만큼 현란한 곡을 만들기 마련이지만, 그 노래는 거의 기본 코드인 C코드, Am 코드 같은 걸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었다. 가사는 또 어떤가. 아마츄어들이 노래를 만들면 "풀잎에 맺힌 이슬이 영롱한데 새들이 지저귐에서 그리움이 내가슴을 적시네"같이 이쁜 말은 다 주워담기 일쑤다. 하지만 '시청앞 지하철'을 보라.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발을 밟았는데, 하하 웃으며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가 괜찮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아는 사람이더라. 지금은 머리숱이 많지만 먼 훗날에는 빛나는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무진장 감동을 주는 가사가 아닌가. 김창기가 '무지개에 눈물적시는 갈대의 순정을 아느냐'같은 말을 쓸 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그는 간파한 거다. 4옥타브의 음역을 뽐내는 머라이언이 김창기를 본받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