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부리 > 3류소설: 변비의 역습

 

 

 

 

 

* 오랜만에 3류소설을 썼습니다. 수준이 낮더라도 이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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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나와야 하는데..."
플라시보는 변소 벽에 매달린 기둥을 붙잡고 힘을 주었다. "으--- 된다! 된다!" 하지만 "뚝" 소리와 함께 기둥이 벽에서 떨어졌고, 변기에 앉아 일을 보던 플라시보는 앞으로 나동그라졌다. "젠장!" 플라시보는 바닥에 그렇게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지난 29년간 그녀가 대변 때문에 걱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너무 자주 나오는 게 걱정이었던 내가 이것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하루 세 번씩 팔뚝만한 변을 생산해 내곤 했지만, 벌써 보름이 다되도록 플라시보는 밤톨만한 변조차 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속은 더부룩했고, 그에 비례해 식욕도 없어졌다.
"과장님, 다 드신 거예요?"
밀키웨이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래, 그만 먹으련다"
"과장님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통 식사를 못하시네"
"존재론적인 고민이 있다. 자세한 건 알려고 하지 마라"
옆에 있던 갈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드실 거면 제가 남은 거 먹어도 되나요?"
플라시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갈대는 잽싸게 남은 비빔밥을 빼앗아갔다.
'귀여운 녀석...' 플라시보는 그윽한 눈으로 갈대가 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순간, 갈대의 말이 플라시보의 가슴에 콕 박혔다. "식사는 잘 안하시는데, 왜 살은 안빠지죠?" 플라시보가 무섭게 갈대를 노려보는 찰나, 변의가 느껴졌다. 플라시보는 잽싸게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십분 후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표정은 훨씬 더 어두워져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미모의 의사를 봤을 때, 바람구두는 진료실을 나가고 싶었다. '가을산 항문외과'라고 해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에 미모라니.
"부끄러우실 거 없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이 다 그렇죠, 하하"
그녀가 짓는 맑고 티없는 웃음을 보니 더더욱 보이기가 민망했다.
"그, 그래도..."
결국 바람구두는 그냥 병원을 나왔고, 옆에 있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머리가 하얗게 센 파란여우가 바람구두를 관찰했다.
"쯧쯧, 항문이 찢어졌군. 어쩌다 이랬나?"
"제가 요즘 변비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무리해서 일을 보려다..." 바람구두가 울먹이자 파란여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약을 발라줄테니까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변의가 있어도 일을 봐선 안되네"

"으으윽! 휴--- 또 실패다!" 검은비의 집에서 긴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끼야야! 난 할수...있다, 있다, 있다.... 없다...." panda78의 집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실론티의 집에선 목탁소리와 함께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주여, 단 한번만 시원하게 변을 보게 해주소서. 지금 너무 힘듭니다"
마냐의 집에는 벌써 보름째 풀만 올라왔다. 아이들이 항의했다. "엄마, 우리가 염소야? 왜 맨날 시금치만 먹으라는 거야?"
마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엄마가 변비라서 섬유질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데, 니들 고집만 부릴 꺼야?" 마냐의 서슬에 아이들은 할수없이 시금치를 집었다.

변비를 고치러 변비 전문 기도원에 간 책울타리는 깜짝 놀랐다. 
"앤티크!"
수박을 먹으려던 앤티크는 놀라서 수박을 치마에 흘렸다. "책울님!!!! 여, 여긴 어떻게.."
앤티크로부터 사정을 들은 책울타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새우를 잡으러 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앤티크는 한달 이상 계속된 악성변비를 고치러 기도원에 간 것이었다.
"어때? 좀 나아졌어?"
"아니요, 여기 와서 억지로 변을 한번 보긴 했지만, 좋아졌다고 말하긴 좀 그러네요. 이리 오세요. 다른 분들 소개해 드릴께요"
앤티크는 이방 저방을 다니며 사람들을 소개했다.
"냉열사, 너 여기 있었구나!" 냉열사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제발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아 주세요"
"책나무, 자네도? 아니, 쥴! 어디갔나 했더니..."
앤티크가 귀뜸했다. "메시지와 로렌초의 시종은 지금 삼일기도 중입니다. 내일이면 나와요"
최근 서재에서 잠적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다 변비 때문이었다. 책울타리는 사람들을 모았다. "변비라고 뭐 부끄러울 거 없네. 항문이 있으면 거기 걸맞는 질병이 생기기 마련이지 않는가. 우리는 누가 뭐래도 알라디너야. 힘을 모아 변비를 고치고 다시 알라딘에 복귀하세"

알라딘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온전하진 못했다. 변비 때문에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페이퍼를 쓰거나 책을 읽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니던가. 주요 논객들이 모두 변비에 시달리는 판이니, 알라딘에 오르는 글의 숫자가 60% 이상 감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혹자는 라이벌 교봉이나 그래스물넷의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교봉 측에서는 펄쩍 뛰며 그 소문을 부정했다. 변비가 전염병도 아닌데,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알라딘에 오르는 리뷰의 개수는 대폭 줄었지만, 마이리뷰에 대한 시상은 계속되었다.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보니 2주 연속, 3주 연속 5만원의 적립금을 타는 사람도 생겼다. 복돌이는 4주 연속, 연보라빛우주와 이파리는 3주 연속으로 상금을 탔다. 처음으로 이주의 마이리뷰에 당선된 폭스바겐은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
"제가 운이 좋아서 이 상을 탔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변비가 있다고 리뷰를 못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구요. 저도 사실은 치질인데, 참고 쓰는 겁니다. 남이 상을 타면 어떻게든지 폄하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그건 옳지 못합니다"

폭스바겐의 인터뷰를 보면서 조선인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걸 느꼈다. 오십평생을 살아오면서 한번도 틀리지 않았던 육감이 그 안에 뭐가 있다는 걸 강력히 말해주고 있었다. 직감을 믿어라, 이 말은 스승인 물만두가 수없이 했던 얘기가 아닌가. 조선인은 최근 4주간의 리뷰 당선자를 한번 적어봤다.
5월 첫주: 비발샘, 소울키친, 두심이, 작은위로
    둘째주: 복돌이, 수니나라, 자몽상자, *^^*에너
    셋째주: 연보라빛우주. 이파리, 복돌이, 느림
    넷째주: 연보라빛우주, 이파리, 복돌이, 수니나라
6월 첫주:  연보라빛우주, 이파리, 복돌이, 머털이

'뭐가 이상한 거지?'
생각이 날 듯 날 듯 하면서도 나지 않았다. 그럴 때면 길을 걷는 게 조선인의 오래된 습관, 그녀는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6월 중순인데 벌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도시를 강타하고 있었다.
"저 사람 좀 봐! 미쳤나봐!"
사람들이 조선인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조선인은 후회를 했다. "무스탕을 괜히 입고 나왔나..." 더운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스탕을 입은 건 순전 자랑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자랑도 때가 있지, 내가 왜 이랬을까" 조선인은 무스탕을 벗어 팔에 감았다. 그때, 기합 소리가 들렸다. 위를 보니 '라일라 태권도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순간 조선인은 팔에 감고있던 무스탕을 떨어뜨렸다. 태권도장.....

집으로 달려온 조선인은 컴퓨터를 켰다. *^^*에너, 느림, 머털이를 제외하곤 최근 5주간 이주의 마이리뷰를 휩쓴 사람들은 모두 차력당 소속이었다. 알라디너 대부분이 변비에 신음하는데, 그들만 멀쩡한 것도 이상했다. 차력당 사이트에 가서 혐의점을 찾던 조선인은 다음과 같은 글에 주목했다.

                           공고

갈수록 성황을 이루고 있는 저희 차력당이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하기 위해 현판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비큐 요리가 준비되오니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일시: 4월 17일(토) 오후 다섯시
장소: 신라호텔 영빈관
복장: 티셔츠에 몸빼
*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회장 진우맘 배상

조선인은 그날 곗날이라 자신은 거기 가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스텔라9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선인: 나야. 혹시 자네 변비 있나?
스텔라9호: 아이, 형님도... 어제도 변기를 막았수다.
조선인: 자네 지지난달 차력당 현판식 갔던가?
스텔라9호: 못갔시우. 그 전날 술을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서. 근데 왜유?
그녀는 여전히 왕성하게 글을 쓰는 starrysky에게도 전화를 걸었고, 독신자 클럽에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랬다. 변비는, 그날 현판식에 간 사람만 걸렸다. 조선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에유, 더워라"
땀을 뻘뻘 흘리며 조선인은 계룡산을 올랐다. 계룡산에는 물만두의 친구인 아영엄마가 호밀밭을 갈면서 살고 있었는데, 세상일에 모르는 거라곤 없는 석학이었다.
"오셨어요"
안면이 있는 동자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소승은 너굴이라고 합니다. 아영엄마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가 올 것을 어떻게 알고?" 역시 영험하단 생각을 하면서 조선인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차력당이 의심스럽단 말이지?"
조선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영엄마가 물었다.
"네, 하지만 변비란 게 인위적으로 걸리게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아영엄마는 말없이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읽어 보고, 뭐가 말이 안되는지 말해 보게나"
그것은 신문 쪼가리였다.
[금붕어 연구소 괴한침입, 없어진 건 없어...4월 10일 일요일 국내 굴지의 전염병 연구소인 물장구치는금붕어(주)에 괴한 넷이 난입, 경비를 서던 Smila를 둔기로 쳐서 기절시킨 뒤 유유히 사라졌다]
아무리 읽어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게...뭐가 이상하죠?"
아영엄마는 손으로 가느다란 턱을 쓰다듬었다. "기절시킨 뒤 유유히 사라졌다"란 대목이 좀 말이 안되지 않나? 자네같으면 어렵게 침입해서 그냥 나가겠나?"
듣고보니 그랬다. 조선인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소승이 무지해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영엄마는 껄걸 웃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문이 열리고 너굴이 접시에 뭔가를 담아왔다.
"자, 벌로 이걸 들게나"
"이, 이건..." 조선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너굴이 가져온 것은 만두였다. 도투락이라는 마크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억지로 만두 세 개를 먹고나자 아영엄마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연구소에 알아본 결과 76년 자이레에서 유행했던 초강력 변비 바이러스 샘플이 도난당했다더군. 언론에서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건 혼란을 우려해서 엠바고를 설정한 때문이라네"
"변비가...바이러스로도 옮겨지나요?" 조선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변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네. 바이러스도 그중 하나야. 그러니까 그들은 바비큐에 바이러스를 넣어 손님들에게 대접한 거지"
그렇구나. 조선인의 머리속이 환해졌다.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아영엄마가 뭔가를 꺼내줬다. "이건 특별히 제작한 항체일세. 사흘 전에야 제조에 성공했지. 이걸 지금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주사하게. 효과가 있을 걸세"

조선인은 마음이 약한 수니나라를 납치, 사흘간 고문한 끝에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흑,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주의 마이리뷰에 될 수 있게 해준다기에... 흐흑"
조선인은 경찰과 함께 차력당의 아지트를 급습, 범행에 쓰인 샘플병과 주사기 등을 찾아냈고, 주사기 안에서 바이러스의 잔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비발샘과 진우맘을 필두로 차력당 당원들은 모두 연행되었다.
"기필코 난 다시 돌아올거야!" 기자들이 내민 마이크에 대고 진우맘이 말했다. "마이리뷰 일등 좀 하겠다는데 그게 나빠?"

조선인은 생각했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kimjiism(김지이즘)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어릴 적부터 공생과 화합정신을 길러줘야 해. 하지만 우리 교육은 오직 경쟁만을 강조하지. 이래선 안돼!!!"
그때, 지족초4년 박예진이 지난달 성적표를 가져왔다. 성적표를 보던 조선인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반에서 3등? 이리와! 종아리 걷어!! 이래가지고 대학 가겠어? 철썩! 윽! 철썩! 꽥!" 깊은 밤, 종아리 맞는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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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류소설을 쓴 기념으로, 그리고 복귀할 채비를 하는 뜻에서 퍼왔습니다.

panda78 2004-06-1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귀! 복귀! >0< 만쉐이--!

*^^*에너 2004-06-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0<

starrysky 2004-06-1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웠던 벤지 사진.. 벤지야아아~!!!!!! 보고시퍼쪄~~!!!! ㅠ___ㅠ

sweetmagic 2004-06-1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벤지야~~!!! 너희 주인님이 너 밥 주려고 잠시 들리신 거냐 ? 아님 아예 오신거니 ?
마태우스님 ~!!! 변비 특별 치료제 sweetmagic 이 빠졌으므로 이 소설은 무효예요 ~ 무효~!!! (난데 없는 땡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