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는 네 살 차이였다. 그래서 난 남녀는 4살 차이가 적당하다고 생각을 했고,  당시의 사회분위기도 4살 정도 여자가 연하인 게 적당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가보니 4살 차이는 좀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살이면 대학 3학년이 여고 2학년과 사귀는 꼴, 이 정도면 도둑이다(물론 그 차이란 것이 서로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좁혀져, 26세와 30세라면 어울리는 조합이 되어 버리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린 1년 선배 하나가 다섯 살 연하와 결혼을 했을 때, "해도 너무한다" "그렇게 안봤는데..."라는 식의 비난을 해댔다.

친구들 중에는 동갑과 결혼해 계속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가 제법 있다. 그들의 특징은 결혼을 빨리 했다는 것. 나이가 들어 결혼할수록 신부의 연령은 낮아져, 내 또다른 친구가 여덟살 연하와 결혼했을 때 별 얘기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은 마흔살 된 남자가 스물다섯과 결혼한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마이클 더글라스는 비싼 위자료를 줘가면서 이십년 이상 차이가 나는 여인과 결혼했고, 그보다 더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람과 결혼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비판을 하는 대신 부러워하기 일쑤다.

<킬빌 2>에서 우마 서먼의 애인이었던, 그래서 그녀에게 자신의 애를 배게 했던 빌이란 남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겁나게 늙었다. 60? 아니면 70? 오죽했으면 "누구냐"고 묻는 예비 신랑에게 "우리 아빠야"라고 해도 믿을까. 그런 놈이 자신을 피해 다른 남자와 새 삶을 꾸리려는 우마 서먼을 죽이려 한 건 좀 심하다. 이유란 게 이거다. "왜 날 떠났냐? 니가 그놈이랑 행복할 거 같냐?" 안대를 한 여자, 미녀삼총사에 나온 루시 류, 또다른 흑인 여자, 이렇게 미녀들만 뽑아서 킬러단을 구성하고, 그 모두와 끈끈한 관계를 가져 놓고서도 도망간 한명을 못참는 것, 그게 남자의 보편적인 속성일까.

빌의 소재를 찾느라 에스테반이라는 포주를 찾아간 우마 서먼에게 영화에서 80세로 나오는 에스테반이 한 말이다. "내가 한창 때 자넬 만났으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됐을거야" 그 말은 내게 이렇게 들렸다. "내가 5년만 젊었어도, 빌의 소재를 가르쳐 주는 대가로 자네 몸을 요구했을 걸세" 영화긴 하지만 우마 서먼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느끼하게만 보였다.

사랑이 원래 나이를 초월한 것이라면, 여자의 나이가 더 많은 경우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연상의 여자에게 별로 관대하지 않은 듯하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 나이 차이란 것도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는데, 딸뻘인 여자와 사귀는 건, 내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30대에도 좋은 여자가 얼마든지 많음에도 주로 20대랑만 노는 나도 그런 비판에서 별반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 사족: 다들 우마 서먼이 이쁘다고 한다. 1편에서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2편에서 보니까 이쁜 구석도 있다. 오래 보면 정드는 그런 얼굴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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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5-3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간의 나이차... 대단한 거 아닙니다.
띠동갑인 여자후배랑 결혼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 언니가 선배를 어려워하는 거 같더니... 애 낳고 나선 반말하더군요. "00아빠, 분유타는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야? 넌 동작이 굼떠서 탈이라니깐." 그 언니왈, '사람은 애를 낳아 어른이 된다, 즉 남편과 난 동갑이다'.
한편 5살 연하랑 결혼한 아가씨와 고모부도 시댁 어른들 앞에서만 서로 존대하고, 그 외에는 말을 놓더군요. 그런 거 보면... 그 언니 말이 맞는 듯 합니다.
남자들이 객관적 나이로 영계를 찾을 게 아니라, 같이 어른이 될 수 있는 나이의 여자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깁니다.

진/우맘 2004-05-3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 넓고 푸근한 남편에게 귀여움 받으며 살려고> 6살 차이 나는 서방님과 결혼했습니다.
그런데....살다보니, 중간지점에서 합의점(?)을 찾게 되더군요. 나는 세 살 더 먹고 살고, 서방님은 세 살 깎아먹고 살고....결국 동갑인 것처럼 살고 있지요.
결론은, 제가 손해입니다. 내가 겉늙은 건, 어느정도는 서방님 때문이야. -,.-

2004-05-31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5-3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도 킬빌2를 보면서 잠깐 스쳤던 생각인데 님이 이렇게 길게 적어 놓으시니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빌이라는 남자. 우마서먼에 비하면 너무도 늙었죠. 보기에도 쪼글쪼글하고 님 말씀처럼 남에게 아버지라고 말 해도 믿을 정도로. 제가 그 남자였다면 애인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소개하는 순간 내 사랑은 (그런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끝이구나 하고 조용히 곱게 돌아갔을껍니다. 딸네미뻘 애인의 앞날에 축복이 있길 빌어주면서 말이죠.

sweetmagic 2004-05-3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가는데 나이가 뭔 대수 ? ㅎㅎㅎ 조선인 말씀이 정답인거 같아요.
같이 어른이 될 수 있는 나이의 사람..(조선인님 어록 만들어야겠어요~ ^^)

이파리 2004-05-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킬빌>을 안 본 이유는 우마 서먼이 <가타카>에서의 우아한 멋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 <가타카>에는 그녀는 너무도 우아하고 멋지구리 했음다. 그러나... 킬빌에서는... 길쪼롬한 얼굴에... 안 보고 이런 말 하믄 안되지만... 내용도 별거 없어 보이고... 그러나, 루시 루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그녀땜에 아무래도... 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헐~

마태우스 2004-06-0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님의 말씀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제가 바르게 살지도 못하면서, 남자들이 하는 나쁜 짓을 다 하면서 언제나 남자들만을 욕해왔죠. 이번 건에 대해서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게 제 주장이었어요. 죄송합니다.
sweetmagic님/이건 딴 얘기인데요, 인형 모습을 자주 보니까 이젠 그게 님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파리님/가타가, 어느 분이 그 영화를 강력 추천하더군요. 그때 제가 니키타랑 같은 거냐고 묻는 어리석음을 보였었는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제가 우마 서먼 영화를 하나도 안봤었거든요.
진우맘님/뭐, 진우맘님 보니까 영원히 20대로 살아가실 것 같던데요??
조선인님/sweetmagic님 말씀대로 조선인님의 코멘트는 참 멋진 게 많습니다.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플라시보 2004-06-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쥴님. 제 생각에는 마태우스님이 남의 흉만 좔좔좔 보면 어색해질 상황을 약간이나마 우회적으로 돌려보고자 자신도 젊은 여자를 좋아하긴 한다는 (그렇지만 그것은 마음일 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건 그거지요.) 애교스런 발언을 살짝 곁들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흐흐. 마태우스님 이쁘게 봐 주세요. 쥴님 말씀도 백번 옳고 일리가 있긴 하지만 제가 아는 마태우스님은 (비록 사이버상이긴 하지만) 알면서도 나쁜일을 할 만큼. 그리고 피치 못하게 나쁜일을 하면 충분히 스스로 반성하는 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귓속말 : 마태우스님. 만약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나쁜일은 하지 말고 설혹 하더라도 무지하게 반성하세요. 흐흐. 안그럼 제가 막 아는척 했는데 쪽팔리잖아요..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