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하면 생각나는 건 포항제철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업이 있다는 걸 긍지로 삼았던 그 포항제철. 하지만 제가 포항제철을 눈으로 본 것은 서른이 되었을 때입니다. "저게 다 포항제철입니다"라는 가이드의 말에, 그땐 이미 살아오면서 하두 많이 놀라운 일을 겪었던 저는 "그래요?"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뿐입니다.
대학 동창 중 포항에 자리를 잡은 애들이 있습니다. 선교와 진료를 병행하는 착하고 자랑스러운 친구들입니다. 휴가를 내고, 자비를 털어서 오지 진료를 떠나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요. 그들과 만나면 저만 술을 먹습니다. 아는 사람이 생기고 나자, 포항은 제게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포항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이제 포항제철 대신 그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술 한잔 하러 오라는 말에 올해 포항에 간 적이 있습니다. 모두 나와 저를 환영해 주었고, 뱃사람들이 급하게 먹는다는 물회를 사줬지요. 반갑긴 했지만, 당일 코스로 오가기에 포항은 좀 먼 곳이었습니다. 밤차로 서울에 왔더니 어찌나 피곤하던지요.
여독이 풀릴 무렵, 다시금 포항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모교에서 조교를 하는 사람이 모친상을 당하셨거든요. 기차를 타고 포항에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들한테 이틀만 늦게 간다고 할걸!" 영안실에서 밤을 새우고 난 뒤, 깜빡 졸다가 첫 기차를 놓쳤고,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안뜨는 바람에 할수없이 11시 버스를 타고 온 쓰라린 기억이 납니다.
오늘, 또 포항에 갑니다. 모교 출신의 선생님이 모친상을 당하셨다나요. 경상대에 계시는데 왜 포항의료원에 빈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지금 포항에 내려가야 합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포항과 인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밤차로 올라올 예정인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천안에는 포항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서, 대전에서 갈아타서 가야 한다나요. 안그래도 졸려 죽겠는데, 가는 버스에서 밀린 잠을 보충할 생각입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연락만 하고 가버리면 더 서운할까봐 그냥 몰래 다녀오렵니다. 아시죠? 제 마음은 알라딘에 있는 거! 그나저나 거기서 모교 선생님들을 만날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