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이트에 글을 안쓴지 두달이 가까워 온다. 내 글로 인해 새글을 알리는 불을 밝혀왔던 사이트였기에, 그 사이트가 다소 황폐화된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글을 남겼다.
-삐돌이(거기서 내 닉네임이 이거다), 어데갔노? 몇일 안보이네?
-삐돌이가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네 또 삐졌나?
-삐돌이가 납치된건 아닐까?
-왜이리 썰~~렁~~
-삐돌아~ 돌아와라~
-삐돌아 내가 잘못했다

내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너 요새 왜 글 안써?" 그럴 때마다 난 관리하는 사이트가 많아 더 이상 글을 쓰기 힘들다는 이유를 댔지만, 진짜 이유는 이념적 성향이 너무 다른데다, 거기다 쓰는 게 더 이상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난 이미 중독되어 버렸다. 알라딘서 내게 보내주는 사랑에 말이다.그렇긴해도 난 가끔 그 사이트를 가며, 위에 언급한 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거봐, 있을 때 잘해야지!" 내가 사라진 그곳에선 다른 친구가 그 사이트의 불을 밝히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긴 하다.

누군가가 삐지면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야 삐진 애가 마음이 풀린다. 그런데 삐졌는지 어쩐지 관심도 없다면, 삐진 사람은 더 상처를 받는다. 술대결을 하자고 해놓고 도망가버린 날 응징하기 위해 진우맘님이 즐겨찾기 목록에서 내 서재를 지우자고 제의한 적이 있다. 다들 동의했지만, 거기 응한 사람은 진우맘님 뿐, 나야 즐겨찾기가 줄었는지 어쨌는지 전혀 몰랐고, 진우맘님은 내 서재를 오려면 코멘트를 찾아서 들어와야 하니 혼자만 불편하셨단다.

내가 요즘 그렇다. 모교 사람들한테 삐져서 발을 끊은 게 벌써 두달이 지났지만, 그분들은 내가 삐졌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아쉬운 건 나다. 예전처럼 필요한 걸 훔치러 가는 것도 못하게 됐고, 그쪽 사람들을 만날까봐 학회에서 하는 각종 세미나고 회의고 모조리 불참하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늘 하던대로 술먹자고 전화라도 하면 "싫어요"라며 매몰차게 거절할 텐데, 그런 전화도 한통 없다. 사람이라도 많으면 그런 무관심이 이해될 수 있지만, 우리 전공자들은 몇 명 되지도 않는걸?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선생님들이 요즘 바쁘셔서 정신이 없다나? 그래서 요즘 난 어떻게 내 붉은 마음을 전할까 머리를 짜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학교에 가서 "저 왔습니다 하하하!"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 거면 뭐하러 두달간 삐졌는가?

모 사이트에서 내게 돌아오라는 소리를 했던 것은 내게 약간의 글쓰기 재주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삐져서 그쪽이 아쉬우려면, 그쪽에서 필요로 하는 뭔가를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교에선 내게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 가진 거라곤 술먹는 재주밖에 없는데-그나마 주량도 약하고...-연락을 안한들 무슨 손해가 있겠는가.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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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삐진 맘 푸세요...ㅎㅎ 님 너무 귀여우신데가 있으세요. 연락 안 한다고 잊어버렸다거나 관심 없는건 아닐거에요. 전 친구들에게 전화 한 적이 손에 꼽지만 항상 맘에 담아 두거든요. 미안하고...다들 넘 바뻐서 그런 거겠죠. 알라딘에선 님에게 더욱 잘해드려야 겠네요. 전 님의 글이 안 보이면 요즘 너무 섭섭해요

연우주 2004-05-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즐겨찾기 서재 빼기에 동참했었어요!!!!! ^^

진/우맘 2004-05-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 이 일을...^^;
님의 삐진 모습도 사랑하는 알라디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시길.

진/우맘 2004-05-0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 그 때는 마태님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때라, 즐겨찾는 인원도 우후죽순처럼 불고 있었겠죠? 우리 둘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듯. -.-

비로그인 2004-05-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응징을 했는데도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것도 왠지 슬프네요~ ^^ 그래도 마태우스님이 요새 알라딘 덕에 사신다니, 참말 다행이네요!! 흠, 삐지는 데도 가진게 있어야된다니, 한번 삐지기 위해서 열심히 내공을 갈고 닦아야 될듯~~ ^^

마냐 2004-05-0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맥락인데...그래서..제가 10년 넘게 이 직장에 다닙니다. 잘난 분들은 가끔 사표도 쓰면서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던데...가진거 없는 저는..묵묵히 궁시렁거리며 일합니다....마태우스님은 알라디너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시는, 글도 잘쓰는, 가진게 많은 분인데도...안 통하는 동네가 있다니...흐흐. 갑자기 "세상은 공평해"라는 유치한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