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4월 24일(토)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주량만큼
얼마 전, 왜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느냐는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답을 드렸는데, 그러고보니 지난주에는 유래없이 술을 안마셨다. 연간 목표가 180일이라면-최근 200일로 수정을 했지만-이틀에 한번은 술을 마셔야 하거늘, 지난주에는 겨우 두 번을 마셨을 뿐이다. 화요일날 불시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준 친구가 없었다면, 몇 달만에 일주 1회라는 기록을 세울 뻔했다 (최근 몇 년간, 1주에 한번도 안마신 적은 아예 없고, 한번 마신 것도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실 지난주부터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마시는 건 몇 년 전과 다름없이 마신다해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나 피곤한지 출퇴근길에 계속 잠만 자니, 책도 잘 못읽겠다. 그래서.... 한 몇주간 주2회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몸을 만들 생각이다 (참, 이번주에 세기의 대결도 있지!). 오늘, 서재 주인장님들이 휘황찬란한 사진을 펼쳐보이며 유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안마신 건 다 그런 까닭이다. 대신 난 러닝머신을 무려 5킬로나 뛰었다. 음하하하.
지난 토요일엔 장시간 많이 술을 마셨다. 오후 다섯시에 만나서 열한시까지 마셨으니, 무려 6시간을 버틴 셈이다. 1차로 삼겹살에 소주 반병을 먹고, 2차에서 커티삭이라는 양주 반병을 마셨다 (죄송해요. 경제도 어려운데.. 3만5천원이니 그래도 싼 편이라서....). 그리고 맥주를 세병 마신 뒤, 민속주점에 가서 산사춘을 마셨고, 노래방을 가자는 제의를 뿌리친 채 집으로 도망갔다. 늘 그랬듯이, 그네들은 내게 이럴 것이다. "역시 서민 쟤는 술이 약해" 무서운 여자들....
신은 내게 많은 주량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진탕 먹고 다음날 또 마실 수 있는 용수철같은 몸을 선사했다. 검은비님이나 진우맘님처럼 한번 왕창 먹고 마는 사람과, 조금씩 자주 마시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술꾼 그러면 일단 전자가 떠오르지만, 양으로 따지면 아무리 둘러봐도 나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느릿느릿 걸어도 소걸음'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꾸준한 사람을 더 선호해 왔으니, 내가 더 훌륭한 술꾼이라고 우기고 싶다. 그런 성실성 외에도 난 정직하기까지 하다. 소주 한병, 맥주 다섯병, 생맥주는 3천-이게 내 기준치다. 그 이하를 마시면 술마신 횟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화요일날 소주 한병에서 한잔을 덜마셨다는 이유로 카운트를 안한 나로서는, 반주로 소주 서너잔씩을 마시면서 "난 매일 마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결코 라이벌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성실성과 정직성으로 인해 '괜찮은 술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내게, 꿈이 하나 있다면 오래도록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거다. 내가 만일 오래 살지 못한다면, 혹은 몸이 아프다면, 사람들은 이럴 거다. "쟤 봐라. 그렇게 술먹다가..." 나 하나로 인해 술이 만병의 근원이 되는 걸, 다른 술꾼들이 나로 인해 집에서 탄압을 받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기에, 난 건강해야 한다. 내가 술마실 때 안주를 열심히 먹는 것도,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눈을 감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술 덕분에 내가 이렇게 건강할 수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