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0일(화)
마신 양: 소주 한병 내외, 생맥주 2천?
누구와?: 딴지 사람들 둘과

부제: 마태우스의 하루

오후 4시: 요즘 몸이 부쩍 좋지 않은 듯하다. 기차만 타면 자고, 어제 퇴근길엔 열나게 자다가, 종착역에서 남이 깨워주는 바람에 겨우 내렸다. 기차역까지 뛰어가는 건 고사하고, 걸을 때마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몸이 너무 안좋은 것같아 이번주는 술약속을 모조리 미뤄버렸다.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지. 으흐흐.

7시: 집에 왔다. 저녁을 먹자마자 누워서 책보다 자야겠다는 깜찍한 계획을 세운다. 소파에서 자빠져 자던 벤지가 웬일로 일찍왔냐는 표정이다. "벤지야, 이번주는 쭈욱 너랑 같이 있을게!"

8시반: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나온 배를 보니, 엄마가 원망스럽다. 뭔 밥을 그렇게 많이 퍼주신담? 그걸 안덜고 먹은 내가 더 나쁘지만... 아, 피곤한데 빨리 누워야지.

8시 36분: 전화가 온다. "서민님, 저 xx 인데요, 저희 지금 xx 있거든요? 빨리 나오세요" 거절할 수 없는 전화라, 나가야 한다. 아, 몸도 안좋은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려니 벤지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엄마의 말씀, "저러니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어?" 난 이렇게 말씀드린다. "안늦게 올께요"

9시 반: 4명이 모였다. 소주를 몇잔 먹으니 몸이 가뿐해진다. 이렇게 포효한다. "우리 오늘 한번 마셔 보자고!"
10시반: 2차에 가서 내기가 붙었다. 88 올림픽을 결정한 바덴바덴의 회의가 언제 열렸냐는 것. 난 80년을, 또다른 사람은 82년을 주장한다.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다, 술사기 내기로 번졌다. 어떻게어떻게 확인해보니 81년이 아닌가? 이런, 내가 진 거니, 3차는 내가 사야겠군.

12시: 맥주집 아주머니가 묻는다. "저, 언제까지 마실 거에요?" 주위를 보니 우리밖에 손님이 없다. 문을 닫으려는 모양이다. 미련없이 일어나 3차를 간다.

12시반: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넌 도대체 몇시에 올거냐????" "아유, 엄마, 그---음방 갈께요. 지금 일어날 거에요" 전화를 끊자마자 말한다. "아저씨, 피처 하나 더주세요!"
새벽 1시 반: 우리, 이거만 먹고 갑시다....

집에 가니 새벽 두시가 다 되었다. 소파에서 잠든 벤지를 안아다가 내 이불에 눕힌다. '미안해. 내일은 나랑 산책이라도 하자'

아침 7시: 이런, 지각이다! 일어나려는데 벤지가 내 품속으로 들어온다. 이녀석은 내가 늦을 때만 이런다니까. 십분간 쓰다듬다가 벤지를 깨워 대소변을 뉜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뒤 벤지밥을 주고, 영등포역으로 달려간다. 기차에 몸을 싣고, 눈을 감는다.

9시 58분: 비밀 통로로 나는 듯이 달려가는 나. "어이, 서선생! 오랜만이야!" 이럴 때마다 꼭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까. "아, 네...." 지각하는 걸 걸렸더니 영 멋쩍다.

10시3분: 내 방에 왔다. 컴퓨터를 켜고, 알라딘을 다니며 코멘트를 단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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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2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제 에버랜드에 계신 벤지아빠(북극곰 아저씨)에게, "벤지 좋은 주인 만나 잘 살고 있다"고 전한 말 취소입니다!

비로그인 2004-04-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소주가 한잔 들어가니 힘이 나시다니...앞으로 몸관리좀 하신다더니 다 거짓말이구먼요~^^

플라시보 2004-04-2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다른 사람들도 벤지를 북극곰으로 부르나봐요. 전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흐흐.

책읽는나무 2004-04-2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이것도 100번째 달성하였다는 기념 인터뷰 실리겠네요...^^
그땐 인터뷰라도 옳게 할수 있겠습니까??....건강상태가 안좋아서리~~~
100번째 술먹기 달성목표 좀 늦추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
술좀 그만 마시죠!!....보고 있자니....아슬아슬합니다요~~~^^

마태우스 2004-04-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몸관리를 할 의지는 있지만 환경이 뒷받침 안된다는..
진우맘님/그러게요. 벤지에게 잘해줘야 하는데...
플라시보님/모르셨어요? 사실은 북극곰이라니깐요.
책읽는나무님/지금 추세로 봐서는 6월 정도에 100번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waho 2004-04-2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일기 읽는 재미가 언마나 큰지 모르시죠? 항상 잼나게 읽고 있어요

비로그인 2004-04-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술를 많이 마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그랬는데....지금은 화가 나네요. 왜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시나요...엊그제는 소화기관한테 미안하니 어쩌니.....참나~ 오늘 날씨 쥑이니 한잔 하시것네요. --:::

마태우스 2004-04-2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댁님/아, 그렇군요. 님의 즐거움을 위해 더 열심히 마셔야겠다는...
폭스바겐님/아이, 어제만 마신 거구요, 오늘은 저얼대 안마셨어요. 전 참고로 날씨에 따라서 술을 마시진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계획에 따라 술을 마시기 때문에, 날씨가 좋건 나쁘건 별 상관이 없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참고로 저 지금 3.5킬로 뛰고 왔어요^^

그럴껄 2004-04-22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함돠. 역시 홈피보단 이쪽에서의 서민님이 더 졸라 바빠 보이시네요. 우째뜬 바덴바덴결정은 81년도 9월이었으니 산술적으로 82년도를 고집한 제가 맞은 셈 친다면 뭐 맞는거니까 죄송스럽게도 얻어 먹었습니당. 마태우스님의 독야청청한 아우라 훔쳐보고 이만 도망침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