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26일 금요일
누구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종목: 소주--> 진토닉, 알딸딸할 정도까지
좋았던 점: <벽돌집>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
나빴던 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다.
-서두르다 안익은 고기를 몇점 먹었다. 물컹 하는 느낌인데, 여자애들이 있어서 뱉지도 못했다.
-벽돌집의 특별메뉴 비빔밥도 세그릇이나 먹었다. 내가 먹는 걸 넋놓고 보던 애들이 "한그릇 더!"를 자꾸 외치는 바람에....
-그쯤 되었으면 그만둘 일이지, 홍대앞의 그 맛있는 떡볶이집에 가 떡볶이, 오뎅, 튀김으로 정리를 했다.

부제: 맞고

원래 고스톱은 셋이서 치는 줄 알았다. 어쩌다 둘이 친 적도 있지만,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맞고'가 유행이다. 그걸 몇판 치다보니 이젠 셋이서 하는 고스톱이 재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둘이서 하니 패가 안마르고, 점수도 제법 잘 난다. 고를 다섯 번, 여섯 번 까지도 할 수 있어 1000점 가량도 가능하다. 그래서 난 약 2주 가량 맞고에 중독이 되어 버렸는데, 필사의 노력으로-사실은 돈을 다 잃어서-중독에서 탈출했다.

엊그제, 술이 알딸딸해지자 갑자기 맞고 생각이 났다. 방을 만들어 출전자를 기다리는데, 26세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와 난 다잃은 사람에게 충전을 해주는 액수인 50만원을 들고 맞고를 쳤다. 세 번째 판인가에 내가 무려 30만원인가를 땄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안해요"라고 쳤다. 그러자 대번에 답이 온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 다음판부터 난 '봐줬다'. 먹을 게 있어도 딴걸 냈고, '고'를 더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과감히 스톱을 했다. 그녀는 몇판을 땄고, 다시금 큰판을 벌였다. 내가 돈을 다 잃을 위기, 하지만 그녀는 '고' 대신 '스톱'을 불렀다.
나: 어, 왜 고 안하셨어요?
그녀: 먼저 봐주셨잖아요.

그때부터 우리의 고스톱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나: 어머, 똥 쌍피다. 어서 드세요!
그녀: 그, 그럴까요?

그녀; 엣다, 고도리 하세요!
나: (넙죽 받으며) 고마워요.

26세 여자와 이런 화기애애한 고스톱을 치고 있자니, 가슴이 다 뛰었다. 사심이 있는 놈 같으면 "우리...직접 만나서 칠까요?"라든지 "아,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드네요. 그쪽은요?"라는 멘트를 날릴텐데, 내가 어디 그런가. 난 시종일관 "어머, 따셨네요? 짝짝짝!"같은, 고스톱에 관련된 얘기만을 했다. 그녀가 큰판을 벌일 무렵, 졸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저, 다 잃고 자려는데, 과감히 고 해주세요!
여자: 예, 제가 도와 드릴께요.

그판에서 그녀는 900점인가를 났고, 난 돈을 다 잃고 퇴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긴 하다. 좀더 오래 고스톱을 치다보면 전화번호도 알 수 있었을텐데...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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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은 사심이 없어서 여자분들이 좋아하는거 아니었어요?? ^^ 맞고도 중독이 보통이 아니니, 밤마다 헤매는 일 없으시길~

책읽는나무 2004-03-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떡하니 올려놓은 책을 보면서...혼자 '으음~~'하다가 글을 읽어내려가면.."엥?"....하지만....그글이 더 재밌어 혼자 킥킥~~~.....그러면서도 자꾸 님은 제머릿속엔 지족초등4학년입니다요...왠고하니...다른님의 서재에서 저 닉넴의 코멘트를 보고..또 님의 코멘트를 보았는데..아마도 그게 상당히 헷갈렸나봅니다..그래서 전 님이 초등학생의 여파로...나이도 어리고 여자일것이라고 생각했다는~~~~암튼...그사람의 첫인상은 잘 가셔지지 않는다고...저는 님이 아무리 술을 마시고...맞고를 치고...사랑의 스튜디오에도 나가고..(저 그때 일요일마다 그거 봤는데..기억이 잘 안나네요..님 나오는 회를 모봤나봅니다..^^)...노빠를 외쳐도.....어른이 아닌 아이같아 보이는군요....왜 자꾸 귀엽게 느껴지죠??...드디어 님의 서재가 서재베스트에 뽑히셨네요..축하드리옵니다....더욱더 발전해나가는 서재가 되실길 바라며~~~~~~ 잘놀다 갑니다..^^

플라시보 2004-03-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끝까지 사심없이 맞고를 치셨군요. 제가 고스톱을 칠줄 알면 좋을텐데... 아직 배우질 못했습니다. (게으름은 참 가지가지로 좋지 않다는 것을 살수록 뼈져리게 느낍니다.) 그나저나 고기 맛있었겠어요. 스읍츱츱~

진/우맘 2004-03-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필경 그 분은 자신이 맞고 치고 있는 상대가 '아줌마'인 줄 아셨을 겝니다. ^^
마태우스님 글 읽다보면 왜 자꾸 옛날 얘기가 하고 싶어지는지. 그런데, 다른 분들 코멘트도 상당히 긴 것 보면 님의 글의 특징인가 봅니다.(기생충 말고 정신과를 택하셨어도....)
맞고에 대한 추억을 간단히 논하자면, 제가 졸업반 때 임용고시를 포기한 데에는, 서클룸에서 친구와 함께 한 점 50원짜리 맞고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비로그인 2004-03-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부럽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참고로 제남편은 제꺼 아이디로 친답니다. 당연히 미혼으로 되어있지요. 고걸 아셔야지!!

마태우스 2004-03-2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저 잠깐 중독이었다가 빠져나왔습니다. 도박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될 듯...참, 님, 언제 우리 프리챌서 맞고나 한번 치면 어떨까요?
책읽는나무님/저를 어리게 봐주신단 말이죠. 하기사, <해피엔드> 보러갔을 때, 신분증을 달라고 하더군요. <--진짜입니다. 증인도 있어요.

마태우스 2004-03-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벽돌집의 고기는 정말 일품입니다. 고스톱은 못치셔도 되는데요, 그곳 고기는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진우맘님/제가 고교 때 맞고를 알았다면, 저도 대학 가긴 틀렸겠지요^^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폭스바겐님/음...그렇다면 남자일 수도 있단 얘기? 하지만 말투가 여자 거던데요? 괜히 샘나서 그러시는 거 다 압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 엉덩이 크기를 확인할 길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