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번째 술
일시: 3월 23일 (화)
누구랑?: 초등동창 신촌파와
마신 양: 소주 1병--> 2차 가서 생맥주

47번째 술
일시: 3월 24일 (수)
누구랑?: 내 죽마고우와
마신 양: 소주 1병--> 친구가 맡겨놓은 양주

나빴던 점: 저녁을 안먹고 술만 먹었더니, 집에 가서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어야 했다. 오늘 아침, 내 얼굴은 두배가 되었었다.

내일도 마셔야 하고, 토요일도, 월요일도 마셔야 하니, 3월달은 이래저래 50회를 넘기게 생겼다. 이런 식으로 12개월을 간다면-12월의 연말 특수를 감안한다면 더더욱-200번이 넘을 듯 싶은데, 180회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는 200번 정도로 상향조정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나란 놈은 워낙 삐딱해서 "어차피 목표달성에 실패했는데.."라며 자포자기로 술을 엄청나게 마셔댈 것이 뻔하기 때문. "3월 25일, 연간 180일 목표는 200일 이하로 수정한다. 땅땅땅"

부제: 휴대폰

화요일 오후 5시 반, 모임에 참석할 예정인 전용학(가명)이 전화를 걸었다. "오늘 7시 현대백화점 맞지? 이따 보자!"
6시 10분, 모임의 주동자인 유부녀가 급전을 때린다. "민아, 큰일났어. 나 오늘 못가게 되었는데 어떡해? 남편이 아프데"
그녀 없는 모임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그때부터 난 참석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기옥(가명)이가 못나오거든? 모임을 금요일로 미뤄야겠다"고.
다들 연락이 됐는데, 전용학과는 통화를 못했다.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 걔만 안나오면 그냥 집에서 쉴텐데... 누군가는 전용학을 책임져 줘야 하는 노릇, 나가지 말라고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는 벤지를 뿌리치고 난 현대백화점 앞으로 갔다. 전용학과 또다른 친구-예상을 못했는데...-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난 그들과 아주 즐겁게 술을 마셨다.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가면서 말이다.

휴대폰이 있는 탓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람과 연락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혹은 신호는 가는데 안받으면 정말 답답하다. 아는 거라곤 휴대폰 번호밖에 없기에 다른 대책도 없다.

내가 술을 먹고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홧김에 2주간 휴대폰이 없이 산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와 연락할 방법이 휴대폰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라고. 조금 불안하긴 했어도, 난 그동안 아주 잘 지낸 반면 남들은 내가 휴대폰이 없으니 너무너무 불편했단다. 그렇다. 휴대폰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남들을 위한 거다.

어찌되었건 휴대폰이 있기에 사람들은 돌발 술약속을 할 수가 있다. 수요일날, 퇴근을 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민아, 술한잔 하자!" 그 친구가 전화했을 때 늘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어젠 마침 약속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와 새벽 한시가 넘도록 여기저기서 술을 마시다 집에 갔는데, 내가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런 식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휴대폰은 내가 술마시는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을게다.

과거 삐삐가 있을 때, 삐삐에서 얄미운 사람이 삐삐 쳐놓고 통화중인 놈, 전화안받는 놈, 전화 건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 등등이었는데, 휴대폰 시대에 얄미운 사람은 전화 꺼놓는 사람과 안받는 사람이다. 아니 진동으로 해놓으면 될 걸 왜 꺼놓는담? 방금 전까지 '통화중이오니...'라는 멘트가 나오던 사람이 신호는 가는데 안받으면 정말 얄밉다. 특히나 안받는 와중에 신호가 칼라링이라, 노래가 나오거나 그러면 더 얄밉다. 어제 그걸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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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2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심하면 느닷없이 전화해서 지인들에게 밥 사줘요! 이거 잘 해요. 바로 오후에 전화해서 저녁에 만난다거나 아니면 1-2시간 전에 전화해서 만난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는데 핸드폰이 없다면 불가능했겠지요? ^^

비로그인 2004-03-2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핸드폰에 얽힌 얘기는 언제 들어도 공감 200%군요. 정말 폰이 꺼져있을때 막막한 경우가 많죠. 특히 주변사람이. ^^ 그리고, 알콜대상을 뽑은 이후론, 마태우스님의 술일기가 너무 약해보인다는 생각이...호홋~~

비로그인 2004-03-2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제 아무리 좋은 휴대폰도 제 손에 들어오면 통신이 마비되는 것이
-제손에 알지못하는 전파가 나온다는 설도 있음-.....핸드폰 1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어젰든, 휴대폰 생기고 처음으로 1년을 넘겼습니다. 전화는 당연히 (?) 잘 안되지요.
부재중 수신전화가 기본 세시간 심할 땐 하루 뒤에 표시 되고,
문자는 기본 5번 이상의 시도를 해야 되죠. 어쩌다 한 두 번 만에 가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는.....휴대폰이 남을 위한거라.... 는 말씀에 동감하며,
이번 주말엔 우리 폰이 데리고 꼭 병원에 한번 가야 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말한 얄미운 인간형이 접니다!! 휴대폰도 그냥 꺼버리면 안됩니다. 밧데리가 부족해서 꺼지는 경우는 신호음이 몇번 안 울리다 멘트가 나오지만 일부러 끈 핸폰은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이 반응이라 전 늘 핸폰에 달랑달랑한 밧데리를 소지하고 다니지요. 허나 저한테 밧데리가 없었네~ 진동이네~ 고장났네~의 변명을 늘어놓는 인간은 이유불문하고 그에 합당하는 금전적인 손해를 각오해야죠.

플라시보 2004-03-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화 안받을때 컬러링 나오면 '이게 누굴 농구나?' 싶어 약이 오릅니다. 그래서 전화에 컬러링 되어 있는걸 아주 싫어합니다.

진/우맘 2004-03-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 삐삐와 PCS 사이에 짧은 인생을 누리고 사라진 '시티폰'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이것이, 받지는 못하고 걸수만 있는 전화였는데...그러니까, 삐삐로 번호를 받아 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용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한계점 하나, 2층 이상의 높이에서는 거의 걸리지 않았지요.
우리 서클은 7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엘레베이터가 없었어요. 공중전화는 5층에 한 대 있었는데, 이나마 절반 이상 고장 상태였지요. 그래서 급한 삐삐가 오면, 그 시티폰을 보유한 선배에게 애걸복걸하여 전화를 얻어서는, 7층 창 밖으로 최대한 몸을 뻗쳐서 전화를 걸곤 했어요. 아찔한 높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몇 번 놀랐다죠.
젊은 몸뚱이 가지고, 2층까지 한 번 뛰어갔다 올 일이지....부모님이 주신 목숨을 왜 그리 하찮은 데 걸었는지. 쩝.

마태우스 2004-03-2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시티폰을 생각하면 언제나 슬퍼집니다. 대형 사기극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니깐요...
플라시보님/그쵸???? 컬러링 너무 싫죠????
폭스바겐님/님의 컨셉은 쿨함인 듯...^^

마태우스 2004-03-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휴대폰이 그러면 참 골치아픈데...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꼭 병원에 다녀오세요.
앤티크님/오늘 저녁 큰 시합이 있답니다. 내일 술일기는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로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주세요.
파란여우님/님이 올려주신 소주를 보니 의욕이 더 샘솟는군요. 으음...오늘 사고 한번 치겠습니다!
우주님/님이야 뭐 인기가 좋으니까 사달라면 다 사주겠죠^^

연우주 2004-03-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인기 없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