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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이하는 부모의 지도를 받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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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타서 내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후 젊은 여자가 앉았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오늘 퇴근길에도 엄청나게 뚱뚱한 남자분이 옆에 앉아서, 입석보다 힘들게 와야 했다). 내가 그녀에게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묻는다면 여자는 십중팔구 날 째려보면서 "왜요?"라고 말하거나 침묵으로 내 말을 무시했을게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렇지가 않다. 생판 처음보는 할아버지가 "어디까지 가슈?"라고 묻는다해도 할머니는 "군산까지 간다요"라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가는 내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왜 그럴까? 아까의 나와는 달리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사심이 없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런 걸 이용해 어떻게 해보려는 할아버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남녀사이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들처럼 사심이 없다면, 그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완전한 사랑>이란 드라마에 나왔던 홍석천과 이승연처럼, 여성과 게이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식이라면 레즈비언과 남성도 마찬가지여야 하건만, 남성이란 동물은 합의에 의해서가 아닌, 폭력으로 목적을 성취하려는 나쁜 버릇이 있는지라 상대의 성적 취향을 무시하고 일을 벌이기 일쑤다. 남성들에게 물어보면 레즈비언에 대해 무지하게 관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게 남성이 동성애에 열려 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며, 레즈비언이 방심한 틈을 타서 어찌어찌 해보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들은 게이에게 엄청난 혐오감을 표출한다. 그런 두려움은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서 기인하는 것일텐데, 그건 사실 게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남성이야 치마만 두르면 다 찝적거리고 싶어지겠지만, 게이들이 아무 남자에게나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이렇게 남자 욕을 맨날 하지만, 나 역시 몸 가득히 사심을 가진 늑대에 불과하다(오오--- 늑대울음 소리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난 주위에 여자 친구들이 제법 되는데, 그렇게 된 비결이라면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퇴해진 것도 이유가 될테지만, 사심을 버리는 기술을 연마한 게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난 몰랐지만 여자는 사심을 제거한 남자를 알아보며, 그로부터 편안함을 느낀단다. 그러니 내게 "왜 너같은 애한테 여자들이 몰리지?"라고 질시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사심을 버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 이 글의 모순: 주변에 여자가 있으면 좋은 이유는 사심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심을 버리면 여자가 모인다. 하지만 사심이 없으면 여자가 모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나저나 사심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