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속은 꽤나 거창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글은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몇시간을 망설이다 술김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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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승균
엊그제는 한국 프로농구 MVP를 뽑는 날이었다. MVP는 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압도적인 숫자-80명 중 78명-가 표를 던진 김주성이 MVP로 등극했다. 나머지 두명 중 한명은 김승현에게, 또하나는 추승균에게 투표를 했다.

김승현이야 이해할 수 있다. 어쩜 저렇게 잘할까, 하는 찬사가 나오게 만드는 김승현은 어시스트 부문에서 1위에 올랐으며, 전매특허인 스틸도 1등이었다. 팀은 3위에 그쳤지만, 충분히 MVP 감이다. 반면 추승균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MVP는 우승팀에서 나온다는 관례가 있고, 추승균이 그 관례를 깨뜨릴 만큼 탁월한 성적을 올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팬클럽 구호처럼, 그는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늘 제 몫을 다한다. 어느 해설자의 말이다. "오늘은 별로 활약이 없구나 싶었는데, 경기 끝나고 보면 자기 평균득점을 올렸더라구요" 그렇다. 그는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하는 그런 선수다. 감독으로서는 가장 이쁜 선수일 테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15점대의 평균득점에 마이너 항목인 자유투 부문에서만 1위를 한 성적으로는 MVP가 되기에 2%쯤 부족하다. 그에게 투표한 기자는 물론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을테고, 그래서 추승균을 찍었을 거다. 하지만 그 원칙이라는 게 보편적인 기준에서 크게 이탈된 것이라면, MVP 투표를 담당하는 기자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2. 자민련
정당 선호도 여론조사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게 있다. 주변에는 자민련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매번 0%가 아니라는 게 나로선 신기하다. 이번에도 1.4%나 되는 지지율을 보였는데, 도대체 왜 자민련을 지지한다고 하는지 만나보고 싶어 죽겠다. 다른 정당도 그렇지만 자민련은 철저한 지역주의 정당이고, 이념 같은 것에 무관하게 오겠다고 하는 사람은 다 받아들이는 철새 집합소다. 창당부터 그랬다. '유신 잔당'이라고 비판을 하자, 김종필은 이렇게 말했었다. "유신잔당이 아니라 유신본당이다!" 자민련에서 무슨 훌륭한 일을 했다는 일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젊은층 사이에서는 자민련을 지지한다는 게 쪽팔린 일이며, 농담 차원에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자민련은 몇 명의 당선자를 낼 것 같은데, 4.2%의 지지도를 얻고있는 민노당이 한석이라도 가능할까 의문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나름의 소신은 있겠지만, 그들의 지지는 진작에 없어져야 할 정당을 계속 소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안그래도 뒤쪽에 있는 한국 정치를 더 후퇴시킬 것 같다.

3. 탄핵
탄핵안이 발의되고 난 뒤 여론조사가 여럿 벌어진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사이트에서는 예상대로 탄핵이 잘한 일이라는 여론이 더 높았고, '미디어 다음'이나 KBS 등의 기관에서는 3분의 2 정도가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탄핵을 잘했다고 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노무현과 5년을 같이 보내기 싫은 사람일테다. 이들은 노무현이 뭘 해도 안좋게만 볼 사람이며,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으니 탄핵은 당연하다"고 앵무새처럼 뇌까리지만, 사실은 상고 출신의 품위없는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러니 탄핵발의의 사유가 무엇인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총선에서 중립을 지켰었는지 여부도, 더 큰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들-예컨대 IMF를 초래한 김영삼 씨 등-조차 탄핵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이들에겐 관심 밖이다. 아마도 이들은 노무현이 재채기를 하다 미국 대사에게 침이 튀어도 탄핵을 하자고 했지 않을까?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절반 가량은 소위 노빠다 (나를 포함해서). 이들은 신앙의 대상인 노무현이 임기 도중 물러나거나 두달씩이나 업무정지를 당하는 것은 눈뜨고 볼 수 없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노무현이 지금처럼 경미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측근비리와 대선, 경선자금 비리 때문에 탄핵을 받는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정치란 다 그런거지"라든지 "다른 대통령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잖냐" 등등의 얘기를 하면서 탄핵의 부당성을 목놓아 외칠 것이다. 설령 노무현의 금고에서 숨겨둔 돈 4천억이 나온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70%를 넘지 못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안의 옳고 그름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옳고 그른 게 결정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난 대선 때 이회창을 찍었으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여론조사는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달라도 사안의 옳고 그름을 냉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유감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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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무현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탄핵은 반대입니다. 노무현을 뽑긴 했지만 노무현이 썩 잘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너무 욕을 많이 먹어서 불쌍해보이기까지 한답니다...ㅠ.ㅠ
(근데 어인 일로 아직 안 주무시는지?^^)

마태우스 2004-03-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먹고 온지 얼마 안됩니다. 라면을 먹을까 망설이다가, 밥을 먹어버렸습니다. 그게 더 나쁜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술먹으면 허기가 지는 걸...흐흑. 탄핵이고 뭐고,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정말 슬픕니다. 언제나 봄은 제게 시련이었지요. 으흐흑.

2004-03-12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4-03-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주위에서 들리는 말들은 국회탄핵이 되고 헌재에서도 통과가 되지 않겠느냐 쪽입니다.
이유는 상고나온 대통령을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때문이지요. 참 슬프다 못해 답답한 상황입니다...

paviana 2004-03-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인터넷으로 국회탄핵안이 상정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여기다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라디오 21의 아나운서가 말을 못 잊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니 참 할말이 없더군요...

_ 2004-03-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또라이들입니다. 조선일보까지 합세해서 발광을 뜨는거 보면 어디나가서 한국인이라고 말하기 꺼려질정돕니다... 뭡니까 정말.........

마태우스 2004-03-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탄핵 과정을 TV로 봤습니다. 아, 세상은 저같은 소시민을 유유자적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군요.

플라시보 2004-03-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말씀처럼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이 모든 작태들이 다 우습게만 보입니다. 안그래도 경제적으로 IMF에 버금가는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서민들이 이 사태로 인해 또 타격을 받을텐데 걱정입니다. 하다못해 국민학교에서 학급 반장을 뽑아놓고도 이렇게는 안할텐데 국회가 이러고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가지는지 의문입니다.

진/우맘 2004-03-1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탄핵 가결....흥.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완전히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국민만 왕따군요. 쳇!쳇!쳇!

연우주 2004-03-1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난리가 났군요. 한나라와 민주당이 미친 게 아닐까요. 급기야. 원래 절반 이상 미쳐있었지만 완전히 미칠 줄이야...--; 네티즌 조사도 68%가 탄핵 반대인데, 국회는 도대체 누굴 위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해산하라고 데모하러 여의도 다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