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많은 분들께 상처를 줬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간에요. 의도했던 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제가 생각이 짧아 상처를 줬던 경험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철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철이 없는 거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글을 쓰다보니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의도의 선함이 결과의 나쁨을 사해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의도가 그렇지 않았더라도 남에게 상처를 줬다면 자숙하는 게 도리일텐데, 그 뒤로도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즐겁게 글을 써온 것 같아 죄송하기만 합니다.

얼마전 제가 쓴 글이 Kel님에게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그뒤 Kel님은 예명을 '^^'로 바꾸시고 잠적하셨다가, 얼마 후 다시금 'Kel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완전히 돌아오신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 그분의 서재에 가본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꾸며놓은 서재를 Kel님이 몽땅 비워버렸으니까요. 하루에 수십개씩 업데이트를 한, 보물창고에 비유될 만한 서재인데 말입니다.

Kel님의 방명록에는 Kel님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수많은 팬들의 글귀가 남겨져 있습니다. Kel님이 그렇게 된 게 순전히 제 탓인지라, 그분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더군요. Kel님에게도 죄송하고, Kel님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도 죄송합니다. 아무리 죄송하다고 한들, Kel님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지워지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Kel님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나니 계속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히히덕거리는 글을 쓸 때도 맘이 그리 편치 않더군요. 이 시점에서 제가 "Kel님이 돌아올 때까지 절필하겠다"고 하는 건, Kel님에게 또다른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 되겠지요. 사과의 글을 남겼으니, 전 예전처럼 즐겁게 글을 쓰겠습니다. 대신 Kel님께 잘못한 일은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제 글이 또 다른 분에게 칼날이 되지 않는가를 여러번 살피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Kel님이 하루빨리 돌아오시기를 빕니다.

 

"Kel님!!!!!!!!

 

제 말 들려요? 빨리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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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몰랐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군요... 방금 kel님의 서재에 다녀왔습니다.
-.- .... TT
저도 일조한 것 같은데...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할지...흑.

플라시보 2004-03-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만약에 약간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 예감이 적중하니 안타깝군요. 저도 kel님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예전에 한참 잘 놀던 인터넷 공간에서 제 글이란 글은 모조리 지웠습니다. 부디 많은 상처 받지 않으셨길... 그리고 마태우스님의 진심어린 사과가 kel님께 전달이 되어서 다시 예전처럼 글도 많이 쓰시고 하시기 바랍니다.

마냐 2004-03-0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초기 시절..사람들을 사이버 세상에서 따뜻하게 네트워킹 해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죠...하지만 때로 상처를 주는 일이 많더라는 사실을 목격하기도 하구..당하기두 하구..저지르기도 하구..뭐, 그런거 같습니다. '사과'라는 것두 그리 쉽지 않죠. 서재 초보인 저는 사건의 전말을 모르지만...마태우스님의 진심이 닿아 kel 님의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고 더 탄탄해지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04-03-0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흐흐흑....저도 님같은 혜안이 있었다면.....흐흐흑.
마냐님/으흐흐흑....

_ 2004-03-0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고 있던 사이에 그런일이 있었군요. Kel님께서 어여 상처를 수습하시고 마태우스님의 본심은 절대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란걸 알아 주셨으면 그리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네요. 인터넷 공간이란게 확실히 잘 모르는 이도 가깝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루어지고 그 글을 쓰던 분위기, 어조, 기분 같은게 모두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서로간에 알지못하는 상처를 주기도 하나봐요. 실지로 얼굴을 마주보며 했다면 그냥 서로 웃고 넘을수 있던 말이 글로 표현되니 곱씹고 또 곱씹으며 결국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경우 절대 드물지 않고 알게모르게 일어나는 그런 일 그리고 그게 표면화 되어 버렸을 때, 참 안타까워요....

2004-03-09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우주 2004-03-0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kel님께 전달해주고 싶군요. 저도 kel님이 다시 돌아오셔서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04-03-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Kel님은 다시 돌아와 주셨다. Kel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