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부터 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약속을 정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를 좀더 써보면 편하고 좋은 장소가 얼마든지 있음에도, 왜 꼭 사람들이 우글대는 번잡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는 걸까?
가장 비근한 예가 졸업식이다. 졸업식을 할 때 만나는 장소는 대개가 정문앞,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정문 앞에는 수백, 수천의 인파가 바글거려,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매년 사람들은 정문앞에서 약속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못만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도 언제나 사람이 많은 곳, 신촌 현대백화점 앞이랄지, 홍익문고랄지 하는 곳이 장소로 선택된다. 이 문화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됐다. 예컨대 서울역 같으면 가장 흔히 선택되는 곳이 시계탑이고, 내 지인들도 다 거기서 만나자고 얘기를 한다. 그래서 이랬다. "거기는 복잡하니까, 서울역 주차장 요금 정산소에서 만나자"
친구: 거기가 어딘데?
나: 서울역 주차장 있잖아, 차가 나갈 때 요금 내는 곳 말이야!
친구: 그래도 모르겠는데?
나: 그냥 시계탑에서 봐!
다른 친구와도 요금정산소에서 만나기로 한 적이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 전화가 왔다. 도저히 못찾겠다는 거다. 아니 그 쉬운 곳을 왜 못찾는담? 차를 뺄 때 돈내는 곳은 한군데밖에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은 조금 어려운 장소라면 지레 포기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잔뜩 서있는 홍익문고도 그다지 좋은 장소가 아닌지라, 난 "홍익문고 앞에서 연대 쪽으로 일곱 번째 가로수에서 보자" 이런 식으로 약속을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에이, 그냥 홍익문고 앞에서 봐!"라고 내 말을 일축한다. 그래서 난 할수없이 번잡한 곳에서 친구가 오는지 눈이 빠지게 쳐다봐야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갖게 된 지금이야 더 어려운 곳에서도 만남을 가질 수 있지만, 휴대폰과 삐삐도 없던 그당시엔 어떻게들 사람들이 만났는지 신통할 따름이다. 그땐 지금보다 사람들간의 신뢰도가 더 높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약속시간에서 1분만 지나도 "어디야?"라고 전화를 하는 지금과 비교할 때, 사람들의 인내심도 그때가 훨씬 더 컸었나보다.
* 학장님이 서울서 회의 있다고, 같이 가자네요. 시간이 없어서 허접한 글을 써버렸습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