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이거 이벤트입니까? 주드님이 하는 걸 보고 갑자기 동해서 썼는데요 와, 30분 가까이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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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윤미화.

2. 단 하루, 책 속 등장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좀 촌스럽게 생각할지 몰라도 <인간시장>의 장총찬이다. 술취한 남자 셋이서 길가는 여자를 괴롭히는 장면을 봤다. 남자들이 조폭처럼 생겼기에 다들 구경만 할 뿐 말리지 못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이런 장면들이 살면서 몇 번 있었다. 합기도 초단이긴 해도 조폭을 이기고 이런 수준은 아니라서, 가끔은 내가 장총찬처럼 싸움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이 책의 제목에 왜 ‘키스’가 들어가야 하는지 다 읽고 나서도 당췌 모르겠다. 살다살다 이런 낚시는 처음 봤다.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런던을 속삭여줄께>의 표지가 제일 예쁘다: 정혜윤 피디를 처음 봤을 때 기절할 뻔했다. 라디오 출연을 부탁하기에 만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난 그 라디오 프로에 몇 달간 출연했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그런 건 없고, 대신 절판되어주길 학수고대하는 책이 있다. <소설 마x우스>라고, 지금도 사람들이 “이 책을 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한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원래는 빨간펜으로 고쳤는데, 지금은 그냥 넘어간다. 나이가 듦에 따라 맞춤법을 잘 모르겠다. ‘건내주다’가 맞는지 ‘건네주다’가 맞는지 헷갈리는 날 보는 게 슬프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삼국지>: 아버님께서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한테는 묻지도 말고 돈을 빌려주라”고 해서 4번 읽었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내 어린 시절은, 흑, 책과 담을 쌓은 세월이었다. 아버지가 무서운 분이셨는데, 이상하게 내가 책을 읽는 걸 싫어하셨다. 여섯 살 때인가 병풍 뒤에 숨어서 책을 읽다가 걸려서 무지 혼났던 기억도 나고. 하여간 그 뒤부터 난 책을 읽지 않았다. 삼십세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잃어버린 24년을 아쉬워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청소년기를 책 안읽고 지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내가 워낙 내성적인지라 책을 계속 읽었다면 아마도 친구도 없고, 좀 잘난 체 하는 내가 됐을지도 모른다. 근데 난 책이란 친구가 없었기에 너무 외로웠고,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친구가 많은 이들이 부러웠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난 그 기간을 유머를 갈고 닦는 데 바쳤다. 웃기는 애들은 친구가 많은 것 같아서. 내 애들은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만일 애가 생긴다면 책을 너무 가까이 하지 않게 할 거다. 그 대신 내가 갈고닦은 유머를 가르쳐 줄 생각이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근 보름 가까이 읽었던 것 같다. 이거 읽고나서 루브르 박물관에 가고 싶어졌다.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인물과 사상사>: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내가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강준만 교수님의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읽으면서부턴데, 그래서 난 이 출판사에서 낸 책은 거의 다 샀다. 언젠가 그 출판사에 갔을 때 사장님이 “원하는 책 있음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때 내 대답은 이거였다. “다 있는데요.” 당연히 난 이곳에서 책을 내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서 제의를 했을 때, 난 너무 바빴고, 아직까지도 원고를 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