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고속버스가 7시 반에 떠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은 꿈.
큰일인데다 장시간 가는 거라 반드시 화장실에 가야 했기에
기사 아저씨한테 사정 얘길 했다.
2분 안에 오란다.
먼저 버스에 탄 어머니와 동생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마다 사람이 많았고,
겨우 찾은 곳은 남녀 공용으로, 남녀가 나란히 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구조였다.
안되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다가 나무로 된 문이 있는 곳을 발견해 해결을 했다.
달려가면서 시계를 보니 7시 37분,
버스는 이미 떠났고, 어머니와 동생만 텅빈 터미널에 서 있었다.
놀라서 잠을 깬 뒤 무슨 꿈일까 생각을 하다가
로또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원래 난 매주 화요일 퇴근길마다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고,
이번주도 당연히 샀지만,
자동으로 2000원어치만 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 꿈을 꾸고 어떻게 로또를 안살 수가 있어?”
퇴근길에 기차역까지 버스를 집어타고 갔는데,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버스에 두고내린 걸 깨달았다.
외투 주머니에서 빠진 게 분명했다.
전화를 열나게 걸었지만 아무도 안받는다.
난 택시를 타고 내가 내린 버스를 추격했다.
“아저씨, 200번 버스 좀 쫓아가 주세요.”
아저씨는 200번 버스의 노선이 어디냐고 물었고,
난 그걸 어떻게 아냐고 했고,
아저씨는 “그걸 모르면 어떻게 쫓아가냐?”고 짜증을 냈다.
그러던 차에 다행히 버스기사 아저씨와 연결이 됐는데,
전화를 넘겨받은 택시 아저씨는 “뭐라고요? 안들려요”라며 화를 냈다 (원래 화를 잘내는 분 같았다).
결국 난 종점을 찍고 다시 천안역에 나타난 그 버스를 기다린 끝에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기차는 이미 떠난 후였고,
난 그 다음 기차표를 끊으려고 무인발매대에 서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버스를 놓친 꿈은 그러니까 기차를 놓치는 거구나!
꿈에서 날 곤경에 빠뜨린 큰일은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그토록 찾아헤매던 화장실은 다름아닌 버스 정류장이었구나!”
꿈의 의미를 알았기에 난 로또 사는 걸 포기했다.
2천원 벌었다.
* 그러고보니 택시비로 날린 돈이 5천원에,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미안해서 자일리톨 껌을 선물했으니 종합적으론 4천원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