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은 장사꾼이고 박진영은 뮤지션이지"
언젠가 지인들 몇명을 앉혀놓은 자리에서 내가 한껏 아는 체를 한답시고 한 말이다.
이 말의 근거로 댄 건, 이수만이 만든 소녀시대는
노래는 신경안쓰고 몸매와 얼굴만 뽐내는 그룹이란 생각이 들고 (소시팬들에겐 죄송합니다)
박진영이 만든 원더걸스는 미모가 좀 떨어지는 애들을 뽑은 걸 보나
(원걸팬 여러분껜 죄송합니다..제타입이 아니란 뜻이어요)
<텔미>와 <노바디>처럼 들을만한 노래를 만드는 걸 보나
음악성에 어필하는 면이 좀 더 강하다는 거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소원을 말해봐>를 화면 없이 씨디로 듣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박진영이 뮤지션이란 생각은
브라운아이드 걸의 <아브라카타브라>를 듣는-아니 보는-순간 무참히 깨져버렸다.
<어쩌나>를 부를 때만 해도 난 그네들을 몰랐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퍼지는 <아브라>는 "캬, 이 노래 정말 좋다!"는 감탄이 나오게 했다.
어제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다가 그 노래를 들은 김에 아내에게 그 노래 좋지 않냐고 얘길 나누다
내친김에 아내의 도움으로 브아걸의 뮤비를 봤는데,
사람들이 어설프게 흉내내던 골반춤의 진수가 거기 있었다!
내가 영어 랩이라고 생각했던 노래가사는 "아 내가 정말 미쳐버려"처럼 순우리말이었고
그 가사를 강렬한 리듬에 맞춰 부르니 아주 훌륭한 노래가 됐다.
그네들이 추는 춤은
소녀시대가 단체로 다리를 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섹시함의 진수였고.
갑자기 원더걸스의 노래와 소녀시대의 섹시함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난 자연스레 브아걸의 팬이 됐다.
여자애들 몇 명을 모아 만든 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꿀벅지가 논란이 됐을 때
"꿀벅지는 날 만든 단어"라며
가수로서의 정체성보단 성의 상품화에 앞장선, 별 생각없는 여자애의 모습을 보여 줬는데
브아걸은 그네들과는 차원이 다른 뮤지션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애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을 때 아내의 지도를 받으며 브아걸의 춤을 연습했다.
그건 생각보다 어려웠고,
나중에 집에 와서 거울에 비춰보니 브아걸의 춤과는 180도 다른 춤 같았다.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고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가죽바지도 하나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