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버스를 타고 가는데 늘씬한 미녀가 걸어간다.

주문을 외웠다.

‘뒤를 봐라... 뒤를 봐라’ (결혼하고도 이 버릇은 못고친다ㅠㅠ)

근데 그 여자가 정말 뒤를 쳐다봤을 때, 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게 가끔은 안좋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오늘 아침 얘기.

강아지들과 노닥거리느라 좀 늦게 나간 나,

시간이 다급해 영등포 역에 가는 버스 말고 근처에 가는 버스를 집어탔다.

근데 앞을 보니까 역에 가는 버스가 가고 있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후다닥 앞 버스를 타자’

다음 정거장에 버스가 섰을 때,

난 버스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앞 버스가 사람이 많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난 잽싸게 환승을 하고 내렸다.

하지만 그 버스에 타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내가 탈 시도조차 못했을 때 그 버스는 떠나 버렸다.

그리고 난, 영등포역까지 세정거장을 먼지가 나게 뛰어야 했다.




어제 저녁 난 버스를 타고 술을 마시러 가고 있었다.

한손은 손잡이, 한손은 책을 든 채였는데

내 가방 밖으로 휴대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난 목에 걸 수 있을 만큼 긴 줄을 좋아하는데

이유인즉슨 잘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서였다.

근데 어젠 긴 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애를 업은 여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내리려고 하는 순간 업힌 아이의 발에 휴대폰 줄이 걸렸고

휴대폰은 아이의 발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여자가 땅에 내려섰을 때, 아이의 발에 걸린 휴대폰도 동시에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놀라 자빠진 난 아저씨한테 소리쳤다.

“저 내려 주세요!”

문이 다시 열렸을 때 나만큼 놀란 그 여자분이 휴대폰을 집어준 덕분에

내릴 필요는 없어졌지만,

긴 휴대폰 줄에 이런 치명적 단점이 있다는 교훈을 얻은 하루였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03-2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몹시 하기 힘든 경험들을 하셨군요. 저는 주로 버스가 오게 하는 마법의 주문들을 실행하고 나서야 버스가 오는 경우만을 겪었더랬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근처 수퍼로 들어간다든지, 떡볶이를 먹는다든지, 하는 행동들이요.

마노아 2009-03-2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뜩해요. 시트콤이 연상되었어요. ㅎㅎㅎ 모든 일에서 교훈을 얻는 멋진 마태우스님!

무해한모리군 2009-03-2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허허 역쉬 사는건 쉽지가 않군요 ^^

paviana 2009-03-2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여러가지로 교훈을 얻고갑니다. 시뮬레이션을 잘 하셔야죠.ㅋㅋ

마태우스 2009-03-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글게 말입니다 그나저나...야구 져서 속상하시죠? 전 이제 다 잊고 2009시즌을 준비 중이랍니다
휘모리님/그럼요 쉽지는 않은 게 또 인생이잖아요. ^^
마노아님/교훈이라도 얻어야죠 공수레 만수거라고^^
주드님/그러니깐요. 저런 경험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아이 발과 휴대폰 줄의 위치가 일치하는 바람에....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안오는 경우가 참 많지요. 출근시간에 십분 가량 버스 기다리고 있자면 그 초조감이란...

세실 2009-03-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남자의 본능이란 쯧쯧쯧~~
ㅎㅎㅎ 마태님의 당황한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음하하하~(얄미운 세실^*^)

노이에자이트 2009-03-2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 뒤돌아 본 여인은 앞모습도 미인이던가요? 괜히 궁금해지네요.

마태우스 2009-03-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어...제가 "그런 힘이 안좋을 때가 있다"라고 썼잖아요? 그건 곧 xx이 아니란 얘기지요^^
세실님/그러니깐요 저도 참 그버릇을 못버리겠더군요. 그나저나 세실님, 미모는 여전하시죠?^^

노이에자이트 2009-03-3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다시 읽어보니...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