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함께 Bar에 갔다. 그집 주인은 선배의 친구로, 나와도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때마침 심심했는지 주인이 합석을 했다. 나는 듣기만 하고 시종일관 그사람만 열변을 토했는데, 그는 심지어 나한테 이런 말도 했다.
"너, 왜 그렇게 살아?"

왜 매일 술만 마시고 사느냐, 이런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하는 말은 강남 쪽에 아파트를 사서 값이 오를 때 팔면 수억원을 챙길 수 있는데, 왜 월급을 받아가면서 힘들게 사느냐는 거였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파트를 여덟채나 가지고 있어"
혼자 하면 위험부담이 크니, 여럿이 모여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 근데 그런 말을 왜 나한테 하는 걸까? 강남에 아파트가 있으면 좋다는 걸 누군 모르나? 그는 의사였고, 모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다. 의사 월급만으로 부족한 걸까. 그와 헤어져 집에 오면서 난 외계인과 얘기를 한 기분이었다.

일년 뒤, 그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스와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그는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잡혀들어갔다.
"글세 그게 그 사람이래! 병원에서는 잘렸는데, 병원 홈페이지 가보면 그사람 이름이 아직 남아 있더라"
친구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난 일년 전에 그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너, 왜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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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정이 생겨서 피씨방에서 올립니다. 그러다보니 오늘 쓴 글들은 다 짧네요. 걸핏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우리집 인터넷.... 안되는 날만큼 요금을 깎아주면 좋으련만.

비로그인 2004-02-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오늘은 짧다고 생각했는데...^^ 앞의 '너 왜그렇게 살아'랑 뒤의 '너 왜그렇게 살아'...아...뭔가 팍! 오네요. ㅎㅎ

2004-02-1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2-1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글을 올리기 위해 피시방에 가기...진정한 서재폐인이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

_ 2004-02-1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말씀처럼 앞의 왜그렇게랑 뒤의 왜그렇게가 주는 여운이 짠한데요 ^^

마태우스 2004-02-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그러고보니 사슴뿔이 바뀌셨네요? 그전이 더 '노경'스러워요!
복돌이님/님두 참...별 걱정을 다하셔요. 편히 드나드세요. 우린 친구잖아요?
진우맘님/하하, 저 폐인된 지는 좀 됐답니다. 술먹고 들어와서도 꼭 알라딘 서재는 들르잖아요?
Bird나무님/쑥스럽습니다^^

2004-02-1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