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각인학습에 의해 어미를 알아본다. 그 각인 과정에 사림이 끼어들면 오리는 그 사람을 어미로 생각하게 된다" 이거야 다 아는 얘기일 거다.

그런데, 잭 트라우스와 알리스는 이런 주장을 했단다 (난 둘이서 같은 주장을 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어떻게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보나마나 먼저 생각한 이가 있었을테고, 그 주장이 멋져 보이니 자기 이름도 끼워달라고 했겠지. 이 경우 나이가 어린 사람이 오리지널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말고)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떤 면에서 보면 이와 마찬가지다. 물론 사람은 오리보다 훨씬 뛰어난 선택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하고 있는만큼 그렇게 뛰어나지는 못하다. ...결혼이란 가장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맨 처음의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라더라!"라는 말이 나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맨 처음의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면, 자신의 성급한 결정이 후회되지 않겠는가? 드라마 <불꽃>을 보면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이미 늦어버린 네 남녀가 고통을 겪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정말이지 아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언제 올지도 모를 진정한 사랑을 위해 눈 앞에 있는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늙어 죽을 때 찾으면 완전히 망하는 거 아닌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이마에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도 아닐 터, 봐도 모를 수가 있으니 만났더라도 별 느낌 없이 헤어지기도 하겠지.

이래서 오리가 좋은거다. 처음 본 사람이 엄마라고 믿고 평생을 따라다니는 오리처럼 인간도 처음 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어버리면 안될까? 인간의 문제는 너무 여러가지를 재고, 복잡한 생각을 한다는 거다. 자기 배우자를 보면서 "쟤가 진정한 사랑이 맞을까? 아닐거야. 코가 너무 낮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 아무리 이쁜 배우자라도 싫어지지 않겠는가. 결혼해서 살 때는 오리가 되자. 나는 오리다. 꽥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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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나도 오리다...오리다...꽃돼지가 아니고 오리다...
....자기 최면 중.

비로그인 2004-02-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리가 되더라도, 사랑이 변하지 않을수 있으면 좋겠네요. ^^

겨울 2004-02-1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헤어지자고 하는 이영애를 향해 유지태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지만 사랑이 변한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불멸의 사랑에 대한 믿음없이 결혼이 가능한가요? 이런 순진한 질문을 하는 한, 절대 결혼 못하겠죠, 아마도.
'

마태우스 2004-02-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웃겼습니다. 유머 포인트 8점(10점 만점) 드립니다.
앤티크님/전 오리가 되긴 싫어요! 인간이라 다행입니다. 조류독감으로 학살될 뻔...
우울과 몽상님/그거야 그렇죠. 그러니 배우자를 '진정한 사랑'이라 최면을 걸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