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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선생님을 보면 랜디 포시가 생각나요.”
나랑 친한 선생님 한분이 내게 해준 말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낙천적이고, 강의를 재매있게 해서란다. 난 별로 낙천적이지 않고, 강의를 재미있게 하고는 싶지만 잘 안된다고 대답했는데, 내가 <마지막 강의>를 읽은 건 랜디 포시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서였다. 그러니까 내가 인생을 살면서 몇 번 만나기 힘든 감동적인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그가 그런 말을 내게 해준 덕분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난 기차에 앉아 있었다. 272쪽에 나오는 아내의 생일축하 장면부터 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책을 다 덮고 난 뒤에도 눈물은 그쳐지지 않았다. 그가 췌장암을 앓지 않았다면 그는 ‘마지막 강의’를 하지 않았을테고, 그럼 난 그를 영영 몰랐겠지만, 세상에 이렇게나 멋진 사람이 얼마 안있어 죽어야 한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어찌어찌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난 그런 종류의 책은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흔해빠진 자기계발서와 차별화시켜주는 건, 책 곳곳에 드러난 랜디 포시의 놀라운 낙천성이었다. 예컨대 랜디의 대학동료 로비가 퇴근을 하는데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운전을 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로비는 그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 보려고 다가갔고, 잠시 후 이렇게 외쳤다.
“세상에! 랜디 포시잖아!”
췌장암 말기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미소, 그게 바로 랜디 포시다. 췌장암 말기여서 과속딱지를 안뗐다고 즐겁게 웃었다는 그, 인터넷에 떠있는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보다보면 도대체 그가 암에 걸린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늘 “난 안돼”를 외치는 내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 내 친구는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봤다.
그는 자신의 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낙관론자로 살 수 있게 해주는 한가지 전제조건은 어떤 혼란이 닥쳐도 해결이 가능한 긴급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거기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걱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220쪽).”
그랬다. 그러고보면 난 아무 준비도 안한 채 “난 못한다”만 외쳤다. 오랜 습관이 갑자기 고쳐질 리는 없지만, 앞으로는 못한다고 할 시간에 뭐라도 해볼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저 세상에 있는 랜디 포시가 더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