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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이 사람, 여자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읽던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을 뺏어 읽은 아내는 저자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작가가 여자를 잘 알 수가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아내의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나 <언니의 폐경>이 그러했다. 거기 나오는 묘사들이 너무 세밀해, 원래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는 내 독서습관을 약간 수정해야 했다.
꼭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선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책은 재미있는데 왜 그럴까를 책을 덮고 난 뒤 한참을 생각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 책이 인간들의 비루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라는 것. 아내가 암으로 죽어가는 동안 남편은 젊디젊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고, 아버지가 암인데 사업을 한다는 아들은 아파트를 욕심낸다.
"장례 때 언니의 아들들이 상주 노릇을 하느라고 문상객들을 맞는 동안에 시댁 사람들이 와서 부의금 봉투를 모두 걷어갔다고 했다.....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언니의 두 아들이 시댁 조카들을 붙잡고 부의금 절반을 내놓으라며 드잡이를 했지만 (248쪽)."
이런 내용이 불편했던 이유는 우리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젊은 시절이었다면 별 생각없이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삶의 경험이 쌓인 지금이니 그런 내용들이 불편한 거다. 홍상수의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훈의 문체를 극찬한다.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김훈의 문체는 참으로 멋지다. 이런 식이다.
"하루 종일 방구석에 앉아 있었다."
"바다는 바다였고, 땅은 땅이었다."
이 책도 이런 장엄한 문장들이 몇 개 보인다. 읽다보면 그의 문체를 따라하고 싶어진다. 인터넷에 글을 쓰면서 그의 스타일을 모방해 보지만, 내 모방은 참으로 어색하다. '모방'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요즘 내가 읽는 책은 미미여사의 <모방범>이다. 그 책을 집어든 걸 요즘은 후회한다. 책이 세권짜리고, 각 권마다 500쪽이 넘는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눈코 뜰 새가 없는데, 그 책이 너무도 재미있다보니 틈만나면 읽고싶어 죽겠다는 거다. 일이 많으신 분들, <모방범> 읽고 싶어도 참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