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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아는 분한테서 추천받은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분명히 샀는데 학교에서 찾으니 없기에 “집에 있겠지” 했는데, 집에 가니까 또 없는 거다. 결국 다시 주문을 해버렸고, 막간에 읽을 책을 고른 게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라는 인터뷰 모음집이었다. 이 책을 산 건 순전 제목 때문이었다. 왠지 발랄하고 유쾌한 그런 책일 것 같지 않은가? 막상 읽고보니 기대만큼 톡톡 튀진 않았지만, 이 책이 매우 성실하고 괜찮은 인터뷰집인 건 보장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인터뷰이에 대한 소개를 아주 잘 해 놨다는 것. 평소에 몰랐던 인터뷰이들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거기에 있다.
예컨대 건축가 조성룡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저자는 그가 만든 선유도공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뒤늦게 선유도에 갔다가 한동안 쩔쩔맸습니다. 내가 느끼는 이 정서적 울림은 과연 뭔가...”
저자는 김민수 교수의 말도 곁들인다.
“좋은 디자인이란 성찰하게 하는 거다. 그 에가 조성룡이 설계한 선유도 공원이다.”
조성룡과의 인터뷰를 읽은 후,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오늘 선유도 공원 가자!”
“왜?”
“정서적 울림을 느껴야 해!”
착한 아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외출 준비를 했고, 나가는 눈치가 보이자 개들은 좋아라고 짖어댔다. 그리고 난, 선유도공원에서 마주할 정서적 울림을 생각하며 기대에 차 있었다.

선유도로 떠나기 전 우리 애들의 모습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선유도공원을 가려면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 앞 잔디밭에 개들을 풀어놓은 게 문제였다.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가던 남자가 우릴 보고 시비를 걸었던 것.
“아니 개들을 풀어놓으면 어떡해요? 당장 묶어요.”
우리 개들을 보고 위협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고, 특히나 애들은 우리 개를 보고 좋아서 달려온다. 게다가 개들은 우리 뒤만 졸졸 따라오는지라 끈 같은 게 특별히 필요없다. 하지만 사람들 중엔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고, 우리 개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개는 절대 물지 않아요”란 말을 한들, 그들에겐 별 소용이 없다. 개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죄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개들이 유모차 속의 아이에게 하등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리고 부부 중 남자가 우리에게 “왜 개를 풀어놓냐?”고 부당하게 화를 내도 우리는 그걸 다 감수해야 했다. 비혼자나 애 없는 부부가 늘 훈계를 듣는 것처럼, 모든 이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 할 자격이 있는 거다. 그렇기에 난 “알겠습니다”라고 그에게 굽신거렸고, 그가 반대쪽으로 걸어가며 우리 쪽을 계속 째려봤다 해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개를 데리고 간 우리가 당연히 치러야 할 죄값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언행이 우리에게 큰 불쾌감을 준 건 사실이다. 그날은 선유도 공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왔는데, 선유도에서 내가 느끼고자 했던 정서적 울림은 이런 종류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건 정서적 울림을 느낀 건 사실이니 책에 대해 별 불만은 없다. 선유도에 대해 알게 해준 김경 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