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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인기다. 지금 보니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6만에 달하던데, 경제학에 관한 저작으로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한 책이 또 있던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이 책이 좀 더 팔려야 할텐데!"
<사다리 걷어차기>로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이후 장하준은 이념적 좌표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경제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그의 책들은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을 송두리째 흔들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주장을 쉽게 풀어씀으로써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한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이니, 이 책이 잘 팔리는 건 당연해 보인다. 전면적인 무역 자유화가 경제발전을 가져온다며 개발도상국에게 개방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위선은 저자에 의해 낱낱이 폭로되는데, 그것도 모른 채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정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순덕은 10월 12일에 쓴 칼럼에서 해괴한 주장을 한다. 그는 시장만능주의를 반대하는 장하준이 경제학계에서 비주류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필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학계에서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입증된 주류이론 아닌 비주류의 논리에 좌우됐다는 건 비극이다. 그 결과가 ‘잃어버린 5년’이고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닥칠 경상수지 적자다."
이 책 이전에 쓴 일련의 저작들에서 장하준은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이후 단행한 전면적 개방이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다고 말하며, 그 이후에도 주류 경제학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기업에 부채비율 200%를 강요한다든지 8%에 달하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정은 새로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투자는 외환위기 이전의 3분의 2에도 못미치는데, 이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당연한 결과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런데 김순덕은 왜 우리의 경제정책이 장하준의 논리에 좌우됐다고 말하는 걸까. 신자유주의가 충실하게 구현된 5년을 '잃어버린 5년'으로 규정하는 그의 머릿속은 대체 어찌된 걸까?
진짜 모르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김순덕같은 사람이 유력지에 칼럼을 쓰고 자빠졌다는 건 정말 비극이다. 쥐뿔도 모르면서 개발도상국에게 잘못된 처방을 강요하는 경제학자들을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장하준의 책이라곤 하나도 읽어본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읽었다면 그런 글을 안썼을 것이다-말도 안되는 글을 칼럼이랍시고 써제낀 김순덕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악질 사마리아인은 너무 후한 표현 같고, 단세포적인 반정부 기질을 높이 사서 변태에 저질인 아메바라고 불러주는 게 딱인 듯하다. 김순덕 씨, 제발 인간이 되세요.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