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면 제 정체가 폭로될 것 같아 영 망설여집니다만, 어젠 뱀 얘기도 했으니 알 사람은 다 아셨겠죠... 에라 모르겠다.
다음달에 나올 내 책에 대해, 얼마전에 만난 딴지일보 총수는 이렇게 말했다.
"읽으면 재미있는데, 읽게 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요새 사람들이 기생충에 관심이 없잖아요"
맞는 말이다. 내가 사상 초유로 생각될 저자 사재기를 하겠다는 것도, 그짓을 통해 책을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내가 사봐야 얼마나 사겠는가. 그래서 뭔가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긴 했다.
총수의 말이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기생충약을 부록으로 주는 게 어떤가 싶어요. 이약 세알이면 모든 기생충을 박멸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면, 다들 사지 않겠어요?"
좋은 작전일 수는 있겠지만, 내 책은 그러면 안된다고 본다. 왜? 내 책의 일관된 캐치프레이즈는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걸 그만두라" "약은 걸렸을 때만 먹어라" 이런 건데, 갑자기 기생충약을 나눠준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3년 전 9.11 테러가 일어난 것은 <이슬람>이라는 책이 나오기 며칠 전이었다. 테러 이후 공황상태에 있던 사람들은 차츰 정신을 차려 테러의 원인을 분석하게 됐고, <이슬람>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다. 바로 이거다. 다름아닌 기생충테러! 강남역, 홍대앞, 신촌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회충을 몇마리씩 매달아 놓는거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기생충에 경각심을 갖게 되면 짠 하고 책이 나오고, 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다! 음하하하.
문제는...잘하면 내가 9시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
아나운서: 경찰은 기생충 테러의 범인으로 서모씨를 검거하고 일체의 범행을 자백받았습니다 (배경화면: 내가 외투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
아나운서: 서씨는 자신의 책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서씨의 말입니다.
기자: 왜 이런 일을 저질렀어요?
나: (울먹이며) 이게 그렇게 큰 범죄인지 몰랐어요. 으흐흑. 집에 가고 싶어요.
아나운서: 책을 많이 팔겠다는 조급함이 평범하게 살던 한 직장인을 범죄의 수렁에 빠뜨렸습니다. 빗나간 출판문화, 이대로 좋은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도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이런 상상을 하고나니 회충테러를 할 생각이 더더욱 없어진다. 역시 믿을 건 사재기밖에 없다.
* 하는 말이구요, 제 책, 많이 안팔려도 크게 상관 없어요. 그럴만한 책도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