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땅은 원래 비옥한지라, 거기서 나는 것만 먹여도 전 국민이 먹고살 수 있단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땅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전쟁은 민간인이고 어린애고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학살하는 살육전이다. 싸우는 명분이야 어떻든간에 그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와 난민을 낳고, 아프리카를 지옥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콩고와 르완다도 그런 나라들 중 하나다. 후투족이 집권하면 투치족을 싹 죽이고, 투치족이 집권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는 이런 빌어먹을 일들이 식민지 시대의 분할통치에 기인한 것임을 알고 있는데,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국들은 지금 그 참상을 영화로 만들어 돈을 벌기 바쁘다. <호텔 르완다>가 르완다의 참상을 다루었다면, <블랙 호크 다운> 은 소말리아 내전을 소재로 한다. 드까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이라고, 말라리아를 가르칠 때면 늘 유행지로 표시되는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난 영화의 파급효과를 믿는 편이다. <청연>이 아니었다면 일제 강점기에 하늘을 난 여성 비행사가 있다는 걸 어찌 알았을 것이며, 영화는 아니지만 뮤지컬 <명성황후>는 러시아에 붙어 자기 잇속을 차리려던 정치인에 불과한 민비를 국모로 추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난, 1억불로 식량을 사서 아프리카에 나눠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아프리카의 진실을 알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문이 든다. 혹시 그네들은 그런 영화를 만듦으로써 자기들의 죄를 씻으려는 게 아닐까? 의도적인 건 아니겠지만 그네들이 만든 영화들이 일회성으로 소비될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스티브 윈디가 “We are the World"를 부를 때부터 따져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는데 아프리카인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그저 아프리카를 다룬 영화를 볼 때만 미안해할 뿐,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그들을 잊는다.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강점과 분단, 그로 인한 내전을 겪는 등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 역시 이런 영화들에 별 다섯을 주며 미안함을 표현할 뿐이다. 지금 난,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네이버와 맥스무비에서 9.2의 평점을 받을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다. 흥미로운 도입부와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지만, 한 가족만 잘 살게 되는 결말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아프리카에 평화가 찾아와 이런 영화가 냉정하게 평가받는-8.5 정도면 적당할 듯-날이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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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2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 오늘 저녁 이 영화 보러 가요^^
넘 기대되는 영화에요. 님의 평점 8.5.. 생각하며 봐야겠어요.

chika 2007-02-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디카프리오가 나왔기때문에 전 별 열개를 줍니다!! ;;;;;;
( 참고로... 디카프리오 홈피 갔다가 지구환경 공부만 하고 왔슴다.. ㅜㅡ )

chika 2007-02-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해하실까봐... 디카프리오 홈피는 첨부터 끝까지 영어로만 나와서 동영상만 구경하다 나왔슴다. ㅋ

다락방 2007-02-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펑펑 울며 봤더랬지요. 디카프리오에게 반하기도 했고요. 마태우스님 말씀대로 자기들의 죄를 씻으려고 만들었을 수도 있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될수도 있겠지만, 자기들의 죄를 씻으려는 생각조차 안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문제가 있다는걸 알려주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걸 생각해볼때 저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죽는날까지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겠다는 맹세가 지켜지지 않을 확률도 있지만, 최소한 어딘가에서는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걸 인식하고 있으니 말예요. 물론, 이것이 문제 해결은 아닙니다만.

마태우스님의 영화이야기, 참 반갑습니다.

하치 2007-02-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씨 책을 읽다가 다이아몬드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소년들이 죽거나 불구구가 되는지를 보고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을 실감했었는데...영화도 한번 꼭 봐야겠네요.늘 눈팅만 하는 처지지만...마태님 복귀하시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