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예대의 천재들 -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학교의 나날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문기업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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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예대의 천재들

 

류이치 사카모토가 쓴 책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읽은 적이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음악가인데, 작곡가, 영화 음악가, 영화배우, 모델, 사회운동가 등 수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그가 다녔던 학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동경예술대학이다. 줄여서 동경예대.

 

그는 동경예대를 1970년에 입학했다. 그가 다녔던 학교의 생활이 그 책에서 멋지게 펼쳐지는 바람에 동경예대가 어떤 학교인지 무척 궁금했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나의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주었다. 자세하고, 재미있게!

 

재미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저자는 직접 학교를 탐방하면서 각 학과의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옮겼는데, 유머러스한 필체로 써 내려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글도 유머러스하게 쓰고 있지만 그 내용 자체도 재미있는 게 많다. 너무 많다.

 

이런 이야기 들어보자.

타악기 연주자를 발끈하게 만드는 말이 있는데, 이런 말이다.

 

트라이앵글은 누가 두드려도 똑같잖아, (149)

 

연주회에 가보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맨 뒤쪽에 타악기 연주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트라이앵글 주자도 있다.

곡에 따라 트라이앵글 주자도 가끔 트라이앵글을 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 과연 트라이앵글의 연주 솜씨를 좋다별도다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 같은 비전문가의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그런 비전문가 입에서 나올만한 무식한 발언이 트라이앵글은 누가 두드려도 똑같잖아인 것이다. 그걸 들으면 전문적으로 치는 주자로서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예술 문외한에게 좋은 책이다.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해준다.

미술과 음악이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분야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동경예대에는 미술 캠퍼스에 건축과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귀한 깨달음도 얻게 된다.

 

건축과에 들어와서 처음 받은 과제는?

바로 의자 만들기였다는 것이다. (97)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떤 깨달음이 왔다. 가구와 건물의 상관관계 말이다.

건축의 최소 단위는 의자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과 물건을 어떻게 관련지을 것인가. (97)

인간의 몸과 물건, 그리고 방, 그걸 넘어서 건물,,,, 이렇게 범위를 넓혀가다 보니, 우리 몸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공부하는 곳이 바로 건축과, 미술 캠퍼스, 예술대학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예술에 대한 감각을 익혀가다가 보니, 어느새 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음악에 대하여.

 

예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에겐 더좋다.

 

몰랐던 여러 가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온음표의 필순을 말하라.

답은?

먼저 위에서 왼쪽 아래로 반원을 그리고, 이어서 오른쪽 아래로 반원을 그리는 순서 (50)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콩나물 대가리 그리는 데에도 마치 한자 쓸 때 획순이 있듯이 쓰는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쓱쓱 긋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화성과 악전

어떻게 화음을 이어 나가야 아름다운 음색이 되는가, 다 법칙이 있거든, 그 법칙을 외우고 응용해서 문제를 풀어야 해. (49)

 

호른 연주자

네 명이면 두 명은 고음역대, 나머지 두 명은 저음역대 (158)

 

몇 번 연주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니 오케스트라 호른 주자들이 여러 명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명의 호른 주자들이 고음역대와 저음역대로 파트를 나누어 연주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문외한인 나로서는 귀만 가지고는 그런 파트 구별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얻어들은 지식을 가지고 다음 번에 한번 호른 연주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볼까 싶다. 과연 그런 구별이 내 귀로 가능할까?

 

다시, 이 책은?

 

저자가 휘파람을 부는 음악과 학생과 나눈 대화다.

 

휘파람을 부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러 방법을 사용해서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연주법을 터득할 수 있는 사람은 불과 한 줌에 불과하다며 이런 발언이 나온다.

 

다양한 연주법을 터득하면 세계가 확 넓어진다. (75)

 

그렇게 세계가 넓어지는 방법이 어디 연주법뿐일까?

문외한인 나같은 독자도 이 책으로 예술 대학을 거닐어보니 정말 신세계가 따로 없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가 정말로 별천지, 새로운 세계다.

 

그런 예술대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경지의 예술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나 열심이다,

 

피아노 전공자와 저자의 대화다. 경청해보자.

 

무조건 연습이죠. 수업이 없는 날에는 대체로 아홉 시간은 자주적으로 연습을 해요. 중간에 휴식하면서 세 시간씩 세 세트로요.

자율 연습을 매일, 그것도 아홉 시간이나요?

하루만 안쳐도 실력은 3일 전으로 퇴보한다고들 하니까요. (115쪽)

 

괜히 조성진이겠는가, 밤잠도 안 자고 열심히 피아노와 씨름한 결과가 오늘날의 그들을 만든 것이다, 이 책. 그렇게 우리에게 예술에 대한 이해, 예술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친밀함 이렇게 3박자를 알려주는 의미있는 책이다. 저자의 아름다운 지휘로 미술대학과 음악대학 학생들이 어울려 함께 등장하여 연주하는 한편의 멋진 음악을 들었다. 해서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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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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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소설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 안테아에서 온 뉴턴이 지구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그러나 결국은 그 정체가 밝혀지고 만다는 줄거리를 지닌 소설이다.

공상 과학적 요소가 다분한데도 공상 과학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은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다.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의 시기가 1990년이기 때문이다. (303)

 

등장인물

 

뉴턴 : 안테아에서 온 우주인

올리버 판스워스 : 변호사, 특허 관련 전문

네이선 브라이스 : 대학 교수, 나중 뉴턴과 같이 일하게 된다.

베티 조 : 뉴턴을 도와주었다가 같이 지내게 되는 여성.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두 개의 키워드 그림과 음악

 

이 소설에는 그림 한 점이 등장한다.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

이 그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카로스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추락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은 왜 여기 등장하는 것일까?


바로 안테아에서 온 뉴턴의 경우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소제목에 이카로스가 들어있다.


1985년 이카로스, 내려가다

1988년 룸펠슈틸츠헨

1990년 이카로스, 익사하다

 

그러니 이 그림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40)

그리고 뜻밖의 정보를 하나 얻었다. 바로 미국의 시인 오든이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1)

 

이 책에는 부분만 소개되고 있지만, 그 시는 브뤼헐의 그림 세 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중 이 그림에 해당하는 부분만 여기 옮겨본다.

 

예컨대, 브뤼겔의 그림 "이카로스"에서 세상만사는

재앙에서 아주 한가롭게 눈길을 돌린다. 농부는 아마도

풍덩 소리를, 절망의 외침 소리를 들었을 것이지만.

그건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실패였을 따름이다.

해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록 물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를 비췄을 것이다.

그리고 값비싸고 멋진 배는 무언가 놀라운 일을,

하늘에서 소년이 떨어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겠지만,

도달해야 할 어딘가가 있었고 그래서 무심하게 항해를 계속했다.

 

음악은 우주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한 이 책에는 유명한 음악가와 그들이 작곡한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맨먼저 등장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A 장조 (19)

 

지구인인 판스워스가 듣는 음악이다.


알레그로토가 끝나기 직전... 알레그로토는

그는 베이스가 함축된 알레그로토를 좋아했다. 오버톤 베이스는 클라리넷 그 자체만으로도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19)

 

그 곡을 검색해보니, 알레그로토는 이 곡의 4악장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작품 581,

I. Allegro (Start 00:00)

II. Larghetto (Start 09:18)

III. Menuetto (Start 16:24)

IV. Allegretto con Variazioni (Start 23:31)

 

그렇게 등장한 지구의 음악은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의 귀로 점차 들어가게 되고, 그는 지구의 음악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스피커에서 바이올린 연주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자그마한 다이얼을 돌렸다. 뉴턴은 알지 못하는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복잡한 음악이었다. (31)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엔 바이올린 연주곡이었다. 뉴턴의 귀엔 썩 듣기 좋지 않았지만 그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61)

 

안테아의 둔탁한 음악을 듣고 싶고 (78)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시인과 농부의 서곡> 일부분이 오로지 전자 오르간으로만 연주되고 있었다. (96)

 

하이든의 심포니를 들으려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에게는 다소 공격적이고 치밀했을뿐 논리적이거나 심미적이지 않았다. (164)

 

1년보다 더 전에 (그는) 판스워스에게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인간 음악의 멜로디와 음조직은 언제나 그에게 조금은 불편했지만 일부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갖는데,.........(162)

 

바로크 푸가 풍의 부드러우면서도 맑은 음악이 어딘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그게 어떤 음악인지 몰랐지만 마음에 들었다, 바흐인가? 아니면 비발디? (208)

 

다른 방에서 흐르던 음악이 마드리갈로 바뀌었다는 걸 그는 어렴풋이 인식했다. 옛 다성음악이 그의 순진함이 (213)

 

다른 방에서 들리는 음악도 이번엔 모테크였다. - 날카로운 소음처럼 들려서 신경에 거슬렸디. (218)

 

음악은 그에게 왜 필요한 것일까?

 

그렇게 저자가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이 지구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슬프다.  그게 마지막 즈음에 이윽고 드러난다.

 

뉴턴이 자기가 살고 있던 안테아에 가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고 하던 모든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음반을 만든다.

그것에 대하여 브라이스와 뉴턴이 나누는 대화 (309)

 

왜 음반을 만들었습니까?

그 음반은 일종의 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쓴 편지입니까?

제 아내에게요.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 별에 있는 아내에게 전파로 음악을 통해 소식을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소설에서 안테아의 실상을 보여준다.

안테아에서 살 수 없어 지구로 온 뉴턴은 고향별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한 부류의 종족만 남아있다. 방사능 무기로 싸웠던 다섯 번의 전쟁을 치른 후 남아있는 종족은 겨우 한 종족 (226)


그 종족조차 거기에서 살 수 없어 다른 별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뉴턴의 불쌍한 모습을 자꾸 강조하면서 그의 고향별의 형편을 지구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별이 지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행성에는 물도 연료도 천연자원도 바닥이 났습니다. 그나마 태양 에너지가 미세하게 있어서......

생존한 안테아인이 300명이 채 되지 않고요. (230)

 

저자가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을 먼 미래로 잡지 않고 1990년으로 한 이유, 이미 지구도 안테아 별과 같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지구인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위하여 저자는 정교하게 줄거리를 만들고, 그 속에 그림과 음악을 통하여 지구와 안테아 별의 모습을 그려보이고 있다. 안테아 별은 지구의 미래, 아니 이미 현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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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지성인 - 희대의 천재들은 왜 고통으로 살았는가
박중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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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지성인

 

지성인이어서 우울한 걸까, 아니면 우울해서 지성인인걸까?

그런 생각 저절로 드는 제목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완전히 불식시킬만한 했다.

 

, 그래서, 지성인이어서 우울한 것이구나.

아무렴, 지성인이라면 우울한 것이 당연한거지.......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 우선 지성인이라면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타인과의 인식의 층위가 다름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면(132),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게 될 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식과 충돌하게 될 때, 우울하지 않으면, 지성인이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인식의 층위가 달라 우울했던 지성인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 22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다. 위인들의 속사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다고 말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무엇이 그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고통이 결국은 그들을 특출나게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특출남이 결국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것들은 당시 현재 진행형으로 그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드러내 보인다.

 

이것이 이 책과 다른 위인전과의 극명한 차이점이다.

22명의 인물 중 몇 명에 관한 기록, 여기에 옮겨놓는다.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그는 어려서부터 고난을 겪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입학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할 지경이 되자 그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진학한다. (17)

 

그는 나중에 진정한 스승인 니콜라이 즈베레프를 만나게 된다.

12살에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즈베레프(Nikolai Zverev)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즈베레프의 엄격하고도 체계적인 훈육에 어린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비롯하여 예의 예절, 문학 등에 대하여 배우면서 한 음악인과 동시에 한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성숙하기 시작했다. (17)

 

저는 이 세상에 서툰 존재 같아요. 가끔은 영원한 고독과 존재의 아무 의미없음을 느낍니다. (1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에는 우울증과 관련한 사연이 있다.

곡 자체에 우울증 극복이라는 서사가 담겨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16) 그렇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을 받는다.

 

베토벤

 

철학자 아도르노가 베토벤은 철학이나 사회학, 음악,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우러러볼만한 인물이라고 극찬(197) 할 정도인데, 그간 베토벤에 대하여는 그저 피상적으로 음악가인데 성격이 괴팍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베토벤은 방대한 독서와 사유하는 습관을 통해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지성이 있었다. (197) 그러기에 우리가 베토벤을 성격이 괴팍한 음악가로 생각하는 것은 잘 못인 것이다.

 

그럼 그에게 우울함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그는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관습과 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무시하는 사회적 기대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한 사회와의 갈등에 이어 그의 귀를 괴롭히는 난청이라는 질병이 그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어록을 남겼다는 것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말이 아닐까.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 (193)

 

에드바르 뭉크 (20)

 

1863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뭉크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을 목도한 트라우마가 있다. 해서 그는 일생을 불안과 고독, 우울, 절망, 죽음과 같은 어두운 주제를 주로 다뤘다.

그는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그가 겪은 고통을 더 부각시켰다.

 

그는 자신이 최악의 유전적 기질 두 가지를 물려받았는데, 병약함과 정신병이라고 고백했다.

 

나는 내 병이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의 예술에는 그것이 필요하다. (20)

 

그러니 그는 평소 우울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작품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왜 우울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바로 이런 의문이었다.

그들이 우울한 것은 그들이 단지 괴팍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의 성격탓인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읽어가다가 이런 글을 만났다.

 

정신적 천재, 여기서는 천재라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지성인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지성인들은 대개 높은 감성지능을 지닌 탓에 자연스레 공감능력이 높다. 따라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인류애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은 정신수준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타인과의 인식의 층위가 다름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 (132)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게 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식과 충돌하게 될 때, 우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지성인이 우울한 이유라는 것, 일리가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냥 우울한 게 아니라. 소위 세상과의 불화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동안 여기 소개되고 있는 22명의 인물 중 접해보지 않은 인물은 없다, 그만큼 여기 소개되고 있는 지성인들은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만큼 겉으로만 대충 알고 있던 인물도 있다. 그들의 아픈 속사정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일단 지금으로 치면 위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어두운 면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들의 우울했던 면, 그런 면도 있었구나 하면서 안타까워할 만한 면도 있었다는 것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 책은 그런 인물들에 대한 지식에 균형을 잡게 해준다. 새로운 면을 알게 해준, 저자가 고맙다.

 

사족이지만, 이 책의 구성은 지성인 22명을 예술 문화 구분 없이 배치해놓았기에, 혹시 분야별로 참고할 필요가 있을 다른 독자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재배치해보았다.

 

음악가

Chapter 1. 정신적 혼란은 창조성을 끌어내는가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Chapter 15.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 루트비히 판 베토벤

 

화가

Chapter 3.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영혼 - 빈센트 반 고흐

Chapter 22. 이상을 좇는 삶의 애환과 위대한 성취 - 폴 고갱

 

문학 작가

Chapter 4. 세상의 문법과는 다른 방향의 천재 - 조앤 롤링

Chapter 5. 그들이 정신적 고독을 느꼈던 이유 - 헤르만 헤세

Chapter 9. 예민함은 신의 선물인가 - 프란츠 카프카

Chapter 10. 흔히 소시오패스로 오해되는 그들 - 마크 트웨인

Chapter 14. 천재들의 방황과 모험이 오해되는 이유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Chapter 17. 회색분자가 아닌 독립적 지성인 - 조지 오웰

Chapter 18. 고난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하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Chapter 19. 자살은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Chapter 21. 애매한 위치에서만 보이는 것들 - 알베르 카뮈

 

정치가

Chapter 8. 그가 속세에 남았던 이유 - 에이브라햄 링컨

Chapter 12. 우울증이 지닌 잠재적 에너지 그리고 방향 전환 - 윈스턴 처칠

 

철학자

Chapter 2. 정신 수준에도 계급이 있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Chapter 6. 내면의 그림자를 비추는 눈물의 거울 - 칼 구스타프 융

Chapter 7. 오리 세상에 사는 백조의 교만 그리고 외로움 - 프리드리히 니체

Chapter 16. 불만 에너지의 긍정적 측면 - 장 자크 루소

 

과학자

Chapter 13. 천재를 알아보려면 천재가 필요하다 - 찰스 다윈

Chapter 20. 혼자가 될 용기 그리고 사회와의 더 큰 연결성 - 아이작 뉴턴

 

기타

Chapter 11. 당신은 나르시시즘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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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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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진화인류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 책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인류학, 우선 위키백과에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진화 인류학은 인간과 인간 행동의 진화에 대한 학제간 연구, 그리고 유인원과 비인류 영장류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학제적 연구이며, 자연 과학과 사회과학을 기반으로 한.

 

그렇게 정의를 한 다음 진화인류학의 분야를 덧붙이고 있는데, 참으로 다양한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 광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탐구한다. (13)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사례로 들고 있다.

 

인간은 왜 한 명의 연인과 오래도록 사랑하는가?”

두뇌는 왜 이토록 발달했는가?”

몸의 털은 왜 사라졌는가?”

문화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과연 이런 질문들에 대해 진화인류학은 답을 해줄 수 있을까?

 

그 답이 가능한지 알기 위해 진화인류학의 이모저모를 정리해 보았다. (38-39)

 

진화인류학의 연구 대상 :

오늘날의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 그리고 그것들의 특성들이 만들어낸 집단의 역사를 과학적 관점으로 객관적으로 연구한다.

진화인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검증과 반성의 과정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를 몸에 익힌다는 의미다.

무지는 편견을, 편견은 혐오를, 혐오는 증오를 낳는다.

 

진화인류학의 방법적 의의 :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 즉 나와 다른 사람을 동떨어진 존재로 폄하하고 사람의 우열을 나누고 싶어 하는 본성을 깨트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를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타고난 본성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에 품고 간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런 것에 촉각을 세워가면서 읽었다. 

 

읽는 동안 기억할 만한 것들을 적어둔다.

 

오해를 풀게 된다

 

진화라고 하면 공룡의 멸종과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변이는 익투스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미묘하고 사소한 것이다. 변이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변이가 아주 오랫동안 축적되면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자연선택은 진화의 흐름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축적하여 종의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동력이다. (69)

 

진화, 그 정확한 개념을 몰랐기 때문에 위와 같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바로 이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르니까, 그저 일반적인 상식 이하의 상식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이제 수정하게 된다.

 

인류세라는 용어애 대하여

 

역사에 관한 책을 보면 간혹 인류세라는 역사 구분에 관련된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인류세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용어의 정체가 궁금하던 차 여기에서 만나게 된다.

 

최근 수십 년의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로 재분류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 국제층서위원회(ICS)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54)

 

꼭 읽고 새겨볼 내용, <4부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

 

<4부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의 모든 내용을 숙지하면 현재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지게 된 인간성에 대한 진화인류학적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4부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

1장 독특한 사랑의 법칙

2장 결혼을 둘러싼 규칙

3장 애착이 만들어낸 공동체, 가족

4장 사회를 만드는 마음과 문화

5장 도덕과 종교

 

다른 유인원과 인간의 중요한 차이 하나가 여기에서 거론되는데 그건 바로 육아의 방식이다.

다른 유인원은 독박 육아, 즉 암컷이 홀로 새끼를 돌보고 수컷은 자식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201-202)

 

재밌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모는 중요한가, 아닌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평균적 외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균적 외모는 해당 집단의 생태적 환경에 적응한 최적의 진화적 해결책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5)

 

외모의 중요성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뜻밖의 결론을 만나게 된다. 특히 여기에서 거론된 생태적 환경에 적응한 최적의 진화적 해결책이라는 학문적 설명 방법도 새겨보게 된다.

 

앞서 거론한 육아의 방식과 관련하여 결혼을 새롭게 정의한 것도 눈에 띤다.

결혼의 핵심은 양육 동맹이라는 것이다. (211)


결혼을 통해 남녀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후대에 전달하고, 두 가족을 연결하여 더 큰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결혼에 관하여 다양하게 사회적 규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류 진화학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애착 행동을 가지고 가족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이 와 닿았다.

애착 행동은 인간, 일부 포유류, 일부 사회적 조류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평생에 걸쳐 다양한 대상에게 애착 행동을 보이는데, 그게 가족, 친족, 나아가 사회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223)

그런 다음 존 볼비의 애착 이론을 통하여 가족, 사회를 설명하는 시도, 역시 의미있었다.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들

 

베이츠 의태 (32)

곤충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종을 흉내 내는 의태.

 

붉은 여왕 가설 (72)

한 종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경쟁하는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한다.

이 붉은 여왕 가설은 흔히 경영학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 진화인류학에서도 적용된다는 것, 알게 된다.

 

인류의 출발점, 루시 (89)

루시 인더 스카이 위드 다이야몬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진화인류학의 효용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진화인류학은 어떤 의미가 있는 학문인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괴학에 입각한 진화인류학은 우리의 눈을 열어주고 인간과 세계에 관한 참신한 시각을 가지게끔 도와줄 것이다.

 

이 정도의 효용성을 가진 진화인류학이라면, 한번 해볼만한 학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 이런 논의도 새겨둘만 하다.

 

<뇌의 성장을 이끈 요인들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7가지 가설을 소개하고 있다. (190 197)

잡식 가설, 도구 사용가설, 탄도 가설, 성선택 가설, 유전자 각인 가설, 마키아벨리 지능과 사회적 뇌 가설, 기후 변화 가설.

 

이중 어느 하나의 가설로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저자의 결론 등

이 책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알아갈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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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세계사 - 깊이 있는 질문은 시대를 관통한다
임라원 지음 / 날리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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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세계사

 

바킬로레아, 무슨 뜻일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고 하는 국제 바칼로레아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한 국제 공인 교육과정이며. 습득한 지식을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뜻을 두고 있다. (8)

 

이런 방법을 표방하는 이 책은 주어진 문제들을 자신만의 전략적 사고와 구조적 시야를 통해 창의적으로 답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세계사를 6개의 시기로 구분한다.

 

1. 본능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인간 (기원전~14세기)

2.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돈과 기술 (15세기~18세기)

3. 피 흘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15세기~19세기)

4. 국가란 국민입니다 (17세기~20세기)

5. 예상 밖의 민주국가와 독재국가 (20세기)

6. 평화는 지속할 수 있는가? (20세기)

 

지금껏 세계사 관련 책을 제법 읽어왔지만 이런 식으로 세계사 시대 구분을 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그런 타이틀 아래 구체적인 질문 항목이 더해져서 그 시대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2.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돈과 기술 (15세기~18세기)>

다음 두 개의 질문으로 그 시대 성격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인과응보 | 피사로와 잉카 제국 -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가?

전제조건 | 애덤 스미스와 산업혁명 -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인과응보 | 피사로와 잉카 제국 -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가?

 

저자는 이 항목에서 스페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경우를 예로 든다.

그는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주 출신으로 원래는 돼지 치기를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주라는 지리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피사로의 활동을 차분하게 짚어가면서,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 답은 경제적 요인도 맞지만, 영토 확장은 때때로 출세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73)

 

그런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하몽 이베리코 세계 4대 진미

이베리코 스페인의 흑돼지.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 최고 등급

엑스트레마두라 주 데헤사라 불리는 참나무 숲, 도토리

이베리코 흑돼지들이 데헤사에서 나는 도토리를 먹고 자란다.

 

전제조건 | 애덤 스미스와 산업혁명 -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번에는 애덤 스미스와 산업 혁명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항목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국가 발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가 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미리 짚어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우리가 만찬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정육사, 양조사, 제빵사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76)

베네치아, 1474년 세계 최초로 특허법을 제정.

계몽주의가 기술 발전에 기여하게 된 이유는 나와 타인을 위해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그 지식을 모두에게 나눔으로써 계몽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86)

 

그런 사전 지식을 토대로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른 방향으로 내리고 있다.

직접적으로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한 질문들을 어떤 식으로 꺼집어 내는가 하는, 즉 질문하는 힘을 기르라고 하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킬로레아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어느 분야에서건 답하기 어려워보이는 질문에도 나만의 틀을 적용해 논리적인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12)

 

이 책에서 얻은 뜻밖의 보물

 

이 책에서 뜻밖의 보물 하나를 얻었으니, 바로 조선조 세종 대왕의 다음과 같은 어록이다,

그 말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여기에 옮겨본다.

 

<안목 | 세종대왕과 과거시험 - 리더가 비군사적 방법으로도 힘을 가질 수 있는가?>에서 다음과 같은 세종의 말이 소개되는데, 아예 조선왕조실록에서 원문을 가져왔다,

 

세종실록 90, 세종 22721일 신유 2번째기사 1440년 명 정통(正統) 5

 

함길도 경력(經歷) 이사철(李思哲)이 하직하니, 불러 보고 말하기를,

"나의 족속(族屬)은 모두 학문을 모르므로, 네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깊이 아름답게 여겨 내가 오래도록 집현전(集賢殿)에 두고자 하였으나, 너는 시종(侍從)한 지가 오래 되어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는 까닭에, 특별히 너를 보내어 그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니, 너는 가서 게을리 하지 말라."

하니, 사철이 아뢰기를,

"소신이 본디부터 사물(事物)에 정통하지 못하와 잘못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하고, 이어 활과 화살을 하사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세종의 마무리 말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면서, 그 의미를 강조한다.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과연 좌우명으로 삼고도 남을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물같은 어록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들은 꼭, 이 부분을 먼저 읽어두어야 한다.

바로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4쪽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진짜 필요한 내용이니, 꼭 읽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사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한 가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바로 질문을 탐험가의 지도처럼 여기라는 말, 어떤 의미일까?

답변하는 자가 가져야 할 안목이, 구조적 시야를 갖추라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질문 안에서 인과관계와 핵심 키워드를 찾아, 그것을 토대로 하면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방법을 몸에 익히고 주어진 문제를 풀다보면, 바칼로레아식으로 읽어보는 세계사 공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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