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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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림을 화가는 그리고, 일반인은 본다.

아니다. 화가도 설령 자기가 그린 그림일지라도 본다.

본다. 그러니 그림은 보는 것이다. 본다의 대상이 되는 게 그림이다.


그럼, 그림을 그저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보기만 해서는 안된다. 본다는 것에 더해서 무언가를 해야 제대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본다. 그림은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보고 느낀다. 그런 말이 나오면 우리말로 음미한다가 저절로 따라나온다.

음미한다.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다,란 뜻이다.

 

그렇다면 음미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 책 안에 그 답이 들어있다.

 

우선 그 방법만 챙겨보자.

 

1부 개인 취향 존중 시대의 그림 감상법

2부 오래전 미술 다시 보기

3부 반전 있는 그림 보기

4부 근현대 미술 다시 보기

5부 동시대 미술 다시 보기

6부 그림 속 여자, 그림 그리는 여자

7부 내일을 위한 미술교육

 

이렇게 일곱 가지가 된다.

큰 카테고리로 분류했기에 얼른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예컨대 1부의 세부 방법은 이렇다.

 

1. 스토리텔링으로 그림 보기

2. 형식과 내용으로 그림 보기

3. 무제 그림 보기

4. 개인 취향의 비밀

 

이제 그런 방법을 사용해서, 그림을 보고 느껴보자.

아니, 저자가 사용한 용어로 먹어보자, 얼마나 맛이 있는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 중 이말보다 더 적확한 말이 있을까?

 

그림을 본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감상자 개인의 경험이 더해지는 과정이다. (16)


즉 감상자 개인의 경험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그것 역시 어떻게 하느냐의 방법론이 문제되는데, 저자는 김홍도의 <노상파안>이라는 작품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그림 속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핀다.

몇 가지 지식들을 덧붙여 정황을 파악한다.

그림 속 주인공의 스토리를 상상한다.

 

그렇게 방법을 제시한 저자는 이런 말로, 결론을 짓는다.


관련된 지식을 알고자 조사하고 학습하며 그 위에 개인의 상상력을 더할 때, 의미있는 개인의 취향이 완성된다. (20)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저자가 제시한 그림 맛있게 먹는 법을 따라해보자.

 

<형식과 내용으로 그림 보기> (22쪽 이하)

 

모든 예술 작품에는 반드시 형식과 내용이 있다.

형식은 작품을 이루는 외형, 윤곽, 형태나 구조를 말한다.

내용은 그 형태 사이로 배어나오는 생각, 정신, 이념이나 이야기를 이룬다.

작품 안에 담긴 형식과 내용은 철학적인 사고애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서 감상하는 그림은?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이다.

 

예술 작품을 형식과 내용으로 나눠서 보는 것이 비평적 분석의 시작이다. 그렇게 형식과 내용을 구분하며 의미를 찾는 것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이다. (31)

 

그러니 그림은 무조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는 데는 반드시 그 전에 갖춰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이런 사전 지식과 정보, 그리고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제라는 그림 보기

 

여기 흥미로운 챕터가 있다. 바로 <무제 그림 보기>.


먼저 무제라는 제목에 대한 문외한인 나의 생각은?

나는 무제라는 제목을 보면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제목을 붙일 수 없을 때, 다른 말로 하자면 그림 제목은 붙여야 하겠는데, 멋진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니, 감상자들에게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무언가 철학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제>라고 하는 줄 알았다.

 

여기서 저자의 이런 얘기도 나의 생각과 겹친다.

 

오래전 일곱 살이었던 딸과 함께 김환기의 작품 전시회를 찾은 적이 있었다. 아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한참을 제목 한 번, 그림 한 번 보던 아이는 [무제]라는 작품 앞에서 멈추어 또 한참을 바라보았다. “엄마, 무제가 뭐야?” “, 그건 제목 없음이라는 뜻이야.” (32)

 

나도 그런 생각이었다, 왜 제목이 없다는 거야? 무제라니?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과거에는 예술가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가 허락하지 않아서 자신의 창작품에 제목이나 이름을 부여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의도적으로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 (35)

 

여기에는 예술가, 즉 화가나 조각가의 지위에 관한 역사적인 변천 과정이 있다.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 이후, 그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여기가 읽어볼 것, 바로 고흐의 그림 <신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철학 논쟁이다. (36- 40)

 

참고로, 저자는 <무졔>라는 제목의 그림을 다른 챕터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 역시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무제(Untitled)> (194)



 

이 책, 조금 어렵다.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그림을 해설하는 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덤벼든 탓일까, 아니면 제목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이 책을 집어들 때는 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그림을 보면서 가벼운 읽을 거리로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른, 아주 다른 책이다.

 

저자는 아주 철학적이다. 그림에서 철학을 꺼집어낸다.

곳곳에서 그림을 보면서, 철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깊이가 있다.

 

남원에서 시작된 춘향 영정에서 시작하여, 신디 셔먼과 니키 리, 그들이 던진 질문 나는 누구인가?” (205쪽 이하)

 

자기 인식을 위한 그림, 자화상에서 뽑아내는 이야기. (268쪽 이하)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진행이 된다. 해서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그림이 점점 맛있어진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 이게 이 책의 매력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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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영 2025-03-1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진솔하고 핵심을 꿰뚫는 평... 놀랍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