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세계사 - 깊이 있는 질문은 시대를 관통한다
임라원 지음 / 날리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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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세계사

 

바킬로레아, 무슨 뜻일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고 하는 국제 바칼로레아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한 국제 공인 교육과정이며. 습득한 지식을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뜻을 두고 있다. (8)

 

이런 방법을 표방하는 이 책은 주어진 문제들을 자신만의 전략적 사고와 구조적 시야를 통해 창의적으로 답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세계사를 6개의 시기로 구분한다.

 

1. 본능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인간 (기원전~14세기)

2.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돈과 기술 (15세기~18세기)

3. 피 흘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15세기~19세기)

4. 국가란 국민입니다 (17세기~20세기)

5. 예상 밖의 민주국가와 독재국가 (20세기)

6. 평화는 지속할 수 있는가? (20세기)

 

지금껏 세계사 관련 책을 제법 읽어왔지만 이런 식으로 세계사 시대 구분을 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그런 타이틀 아래 구체적인 질문 항목이 더해져서 그 시대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2.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돈과 기술 (15세기~18세기)>

다음 두 개의 질문으로 그 시대 성격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인과응보 | 피사로와 잉카 제국 -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가?

전제조건 | 애덤 스미스와 산업혁명 -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인과응보 | 피사로와 잉카 제국 -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가?

 

저자는 이 항목에서 스페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경우를 예로 든다.

그는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주 출신으로 원래는 돼지 치기를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주라는 지리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피사로의 활동을 차분하게 짚어가면서, 영토 확장은 경제적 요인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 답은 경제적 요인도 맞지만, 영토 확장은 때때로 출세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73)

 

그런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하몽 이베리코 세계 4대 진미

이베리코 스페인의 흑돼지.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 최고 등급

엑스트레마두라 주 데헤사라 불리는 참나무 숲, 도토리

이베리코 흑돼지들이 데헤사에서 나는 도토리를 먹고 자란다.

 

전제조건 | 애덤 스미스와 산업혁명 -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번에는 애덤 스미스와 산업 혁명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항목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국가 발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가 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미리 짚어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우리가 만찬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정육사, 양조사, 제빵사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76)

베네치아, 1474년 세계 최초로 특허법을 제정.

계몽주의가 기술 발전에 기여하게 된 이유는 나와 타인을 위해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그 지식을 모두에게 나눔으로써 계몽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86)

 

그런 사전 지식을 토대로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른 방향으로 내리고 있다.

직접적으로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한 질문들을 어떤 식으로 꺼집어 내는가 하는, 즉 질문하는 힘을 기르라고 하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킬로레아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어느 분야에서건 답하기 어려워보이는 질문에도 나만의 틀을 적용해 논리적인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12)

 

이 책에서 얻은 뜻밖의 보물

 

이 책에서 뜻밖의 보물 하나를 얻었으니, 바로 조선조 세종 대왕의 다음과 같은 어록이다,

그 말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여기에 옮겨본다.

 

<안목 | 세종대왕과 과거시험 - 리더가 비군사적 방법으로도 힘을 가질 수 있는가?>에서 다음과 같은 세종의 말이 소개되는데, 아예 조선왕조실록에서 원문을 가져왔다,

 

세종실록 90, 세종 22721일 신유 2번째기사 1440년 명 정통(正統) 5

 

함길도 경력(經歷) 이사철(李思哲)이 하직하니, 불러 보고 말하기를,

"나의 족속(族屬)은 모두 학문을 모르므로, 네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깊이 아름답게 여겨 내가 오래도록 집현전(集賢殿)에 두고자 하였으나, 너는 시종(侍從)한 지가 오래 되어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는 까닭에, 특별히 너를 보내어 그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니, 너는 가서 게을리 하지 말라."

하니, 사철이 아뢰기를,

"소신이 본디부터 사물(事物)에 정통하지 못하와 잘못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하고, 이어 활과 화살을 하사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세종의 마무리 말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면서, 그 의미를 강조한다.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다움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과연 좌우명으로 삼고도 남을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물같은 어록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들은 꼭, 이 부분을 먼저 읽어두어야 한다.

바로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4쪽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진짜 필요한 내용이니, 꼭 읽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사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한 가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바로 질문을 탐험가의 지도처럼 여기라는 말, 어떤 의미일까?

답변하는 자가 가져야 할 안목이, 구조적 시야를 갖추라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질문 안에서 인과관계와 핵심 키워드를 찾아, 그것을 토대로 하면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방법을 몸에 익히고 주어진 문제를 풀다보면, 바칼로레아식으로 읽어보는 세계사 공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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