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지성인 - 희대의 천재들은 왜 고통으로 살았는가
박중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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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지성인

 

지성인이어서 우울한 걸까, 아니면 우울해서 지성인인걸까?

그런 생각 저절로 드는 제목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완전히 불식시킬만한 했다.

 

, 그래서, 지성인이어서 우울한 것이구나.

아무렴, 지성인이라면 우울한 것이 당연한거지.......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 우선 지성인이라면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타인과의 인식의 층위가 다름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면(132),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게 될 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식과 충돌하게 될 때, 우울하지 않으면, 지성인이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인식의 층위가 달라 우울했던 지성인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 22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다. 위인들의 속사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다고 말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무엇이 그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고통이 결국은 그들을 특출나게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특출남이 결국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것들은 당시 현재 진행형으로 그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드러내 보인다.

 

이것이 이 책과 다른 위인전과의 극명한 차이점이다.

22명의 인물 중 몇 명에 관한 기록, 여기에 옮겨놓는다.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그는 어려서부터 고난을 겪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입학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할 지경이 되자 그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진학한다. (17)

 

그는 나중에 진정한 스승인 니콜라이 즈베레프를 만나게 된다.

12살에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즈베레프(Nikolai Zverev)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즈베레프의 엄격하고도 체계적인 훈육에 어린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비롯하여 예의 예절, 문학 등에 대하여 배우면서 한 음악인과 동시에 한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성숙하기 시작했다. (17)

 

저는 이 세상에 서툰 존재 같아요. 가끔은 영원한 고독과 존재의 아무 의미없음을 느낍니다. (1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에는 우울증과 관련한 사연이 있다.

곡 자체에 우울증 극복이라는 서사가 담겨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16) 그렇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을 받는다.

 

베토벤

 

철학자 아도르노가 베토벤은 철학이나 사회학, 음악,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우러러볼만한 인물이라고 극찬(197) 할 정도인데, 그간 베토벤에 대하여는 그저 피상적으로 음악가인데 성격이 괴팍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베토벤은 방대한 독서와 사유하는 습관을 통해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지성이 있었다. (197) 그러기에 우리가 베토벤을 성격이 괴팍한 음악가로 생각하는 것은 잘 못인 것이다.

 

그럼 그에게 우울함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그는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관습과 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무시하는 사회적 기대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한 사회와의 갈등에 이어 그의 귀를 괴롭히는 난청이라는 질병이 그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어록을 남겼다는 것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말이 아닐까.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 (193)

 

에드바르 뭉크 (20)

 

1863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뭉크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을 목도한 트라우마가 있다. 해서 그는 일생을 불안과 고독, 우울, 절망, 죽음과 같은 어두운 주제를 주로 다뤘다.

그는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그가 겪은 고통을 더 부각시켰다.

 

그는 자신이 최악의 유전적 기질 두 가지를 물려받았는데, 병약함과 정신병이라고 고백했다.

 

나는 내 병이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의 예술에는 그것이 필요하다. (20)

 

그러니 그는 평소 우울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작품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왜 우울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바로 이런 의문이었다.

그들이 우울한 것은 그들이 단지 괴팍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의 성격탓인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읽어가다가 이런 글을 만났다.

 

정신적 천재, 여기서는 천재라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지성인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지성인들은 대개 높은 감성지능을 지닌 탓에 자연스레 공감능력이 높다. 따라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인류애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은 정신수준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타인과의 인식의 층위가 다름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 (132)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게 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식과 충돌하게 될 때, 우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지성인이 우울한 이유라는 것, 일리가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냥 우울한 게 아니라. 소위 세상과의 불화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동안 여기 소개되고 있는 22명의 인물 중 접해보지 않은 인물은 없다, 그만큼 여기 소개되고 있는 지성인들은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만큼 겉으로만 대충 알고 있던 인물도 있다. 그들의 아픈 속사정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일단 지금으로 치면 위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어두운 면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들의 우울했던 면, 그런 면도 있었구나 하면서 안타까워할 만한 면도 있었다는 것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 책은 그런 인물들에 대한 지식에 균형을 잡게 해준다. 새로운 면을 알게 해준, 저자가 고맙다.

 

사족이지만, 이 책의 구성은 지성인 22명을 예술 문화 구분 없이 배치해놓았기에, 혹시 분야별로 참고할 필요가 있을 다른 독자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재배치해보았다.

 

음악가

Chapter 1. 정신적 혼란은 창조성을 끌어내는가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Chapter 15.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 루트비히 판 베토벤

 

화가

Chapter 3.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영혼 - 빈센트 반 고흐

Chapter 22. 이상을 좇는 삶의 애환과 위대한 성취 - 폴 고갱

 

문학 작가

Chapter 4. 세상의 문법과는 다른 방향의 천재 - 조앤 롤링

Chapter 5. 그들이 정신적 고독을 느꼈던 이유 - 헤르만 헤세

Chapter 9. 예민함은 신의 선물인가 - 프란츠 카프카

Chapter 10. 흔히 소시오패스로 오해되는 그들 - 마크 트웨인

Chapter 14. 천재들의 방황과 모험이 오해되는 이유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Chapter 17. 회색분자가 아닌 독립적 지성인 - 조지 오웰

Chapter 18. 고난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하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Chapter 19. 자살은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Chapter 21. 애매한 위치에서만 보이는 것들 - 알베르 카뮈

 

정치가

Chapter 8. 그가 속세에 남았던 이유 - 에이브라햄 링컨

Chapter 12. 우울증이 지닌 잠재적 에너지 그리고 방향 전환 - 윈스턴 처칠

 

철학자

Chapter 2. 정신 수준에도 계급이 있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Chapter 6. 내면의 그림자를 비추는 눈물의 거울 - 칼 구스타프 융

Chapter 7. 오리 세상에 사는 백조의 교만 그리고 외로움 - 프리드리히 니체

Chapter 16. 불만 에너지의 긍정적 측면 - 장 자크 루소

 

과학자

Chapter 13. 천재를 알아보려면 천재가 필요하다 - 찰스 다윈

Chapter 20. 혼자가 될 용기 그리고 사회와의 더 큰 연결성 - 아이작 뉴턴

 

기타

Chapter 11. 당신은 나르시시즘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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