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떨어진 남자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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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소설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 안테아에서 온 뉴턴이 지구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그러나 결국은 그 정체가 밝혀지고 만다는 줄거리를 지닌 소설이다.

공상 과학적 요소가 다분한데도 공상 과학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은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다.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의 시기가 1990년이기 때문이다. (303)

 

등장인물

 

뉴턴 : 안테아에서 온 우주인

올리버 판스워스 : 변호사, 특허 관련 전문

네이선 브라이스 : 대학 교수, 나중 뉴턴과 같이 일하게 된다.

베티 조 : 뉴턴을 도와주었다가 같이 지내게 되는 여성.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두 개의 키워드 그림과 음악

 

이 소설에는 그림 한 점이 등장한다.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

이 그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카로스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추락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은 왜 여기 등장하는 것일까?


바로 안테아에서 온 뉴턴의 경우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소제목에 이카로스가 들어있다.


1985년 이카로스, 내려가다

1988년 룸펠슈틸츠헨

1990년 이카로스, 익사하다

 

그러니 이 그림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40)

그리고 뜻밖의 정보를 하나 얻었다. 바로 미국의 시인 오든이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1)

 

이 책에는 부분만 소개되고 있지만, 그 시는 브뤼헐의 그림 세 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중 이 그림에 해당하는 부분만 여기 옮겨본다.

 

예컨대, 브뤼겔의 그림 "이카로스"에서 세상만사는

재앙에서 아주 한가롭게 눈길을 돌린다. 농부는 아마도

풍덩 소리를, 절망의 외침 소리를 들었을 것이지만.

그건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실패였을 따름이다.

해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록 물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를 비췄을 것이다.

그리고 값비싸고 멋진 배는 무언가 놀라운 일을,

하늘에서 소년이 떨어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겠지만,

도달해야 할 어딘가가 있었고 그래서 무심하게 항해를 계속했다.

 

음악은 우주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한 이 책에는 유명한 음악가와 그들이 작곡한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맨먼저 등장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A 장조 (19)

 

지구인인 판스워스가 듣는 음악이다.


알레그로토가 끝나기 직전... 알레그로토는

그는 베이스가 함축된 알레그로토를 좋아했다. 오버톤 베이스는 클라리넷 그 자체만으로도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19)

 

그 곡을 검색해보니, 알레그로토는 이 곡의 4악장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작품 581,

I. Allegro (Start 00:00)

II. Larghetto (Start 09:18)

III. Menuetto (Start 16:24)

IV. Allegretto con Variazioni (Start 23:31)

 

그렇게 등장한 지구의 음악은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의 귀로 점차 들어가게 되고, 그는 지구의 음악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스피커에서 바이올린 연주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자그마한 다이얼을 돌렸다. 뉴턴은 알지 못하는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복잡한 음악이었다. (31)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엔 바이올린 연주곡이었다. 뉴턴의 귀엔 썩 듣기 좋지 않았지만 그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61)

 

안테아의 둔탁한 음악을 듣고 싶고 (78)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시인과 농부의 서곡> 일부분이 오로지 전자 오르간으로만 연주되고 있었다. (96)

 

하이든의 심포니를 들으려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에게는 다소 공격적이고 치밀했을뿐 논리적이거나 심미적이지 않았다. (164)

 

1년보다 더 전에 (그는) 판스워스에게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인간 음악의 멜로디와 음조직은 언제나 그에게 조금은 불편했지만 일부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갖는데,.........(162)

 

바로크 푸가 풍의 부드러우면서도 맑은 음악이 어딘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그게 어떤 음악인지 몰랐지만 마음에 들었다, 바흐인가? 아니면 비발디? (208)

 

다른 방에서 흐르던 음악이 마드리갈로 바뀌었다는 걸 그는 어렴풋이 인식했다. 옛 다성음악이 그의 순진함이 (213)

 

다른 방에서 들리는 음악도 이번엔 모테크였다. - 날카로운 소음처럼 들려서 신경에 거슬렸디. (218)

 

음악은 그에게 왜 필요한 것일까?

 

그렇게 저자가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이 지구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슬프다.  그게 마지막 즈음에 이윽고 드러난다.

 

뉴턴이 자기가 살고 있던 안테아에 가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고 하던 모든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음반을 만든다.

그것에 대하여 브라이스와 뉴턴이 나누는 대화 (309)

 

왜 음반을 만들었습니까?

그 음반은 일종의 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쓴 편지입니까?

제 아내에게요.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 별에 있는 아내에게 전파로 음악을 통해 소식을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소설에서 안테아의 실상을 보여준다.

안테아에서 살 수 없어 지구로 온 뉴턴은 고향별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한 부류의 종족만 남아있다. 방사능 무기로 싸웠던 다섯 번의 전쟁을 치른 후 남아있는 종족은 겨우 한 종족 (226)


그 종족조차 거기에서 살 수 없어 다른 별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뉴턴의 불쌍한 모습을 자꾸 강조하면서 그의 고향별의 형편을 지구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별이 지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행성에는 물도 연료도 천연자원도 바닥이 났습니다. 그나마 태양 에너지가 미세하게 있어서......

생존한 안테아인이 300명이 채 되지 않고요. (230)

 

저자가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을 먼 미래로 잡지 않고 1990년으로 한 이유, 이미 지구도 안테아 별과 같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다른 별에서 온 뉴턴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지구인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위하여 저자는 정교하게 줄거리를 만들고, 그 속에 그림과 음악을 통하여 지구와 안테아 별의 모습을 그려보이고 있다. 안테아 별은 지구의 미래, 아니 이미 현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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