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탐구생활
김소민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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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이 책은?

 

이 책 제목은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언뜻 들으면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알 듯 말듯한데, 책을 읽다보면 아! 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미리 도움이 되게끔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 탐구 생활이란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다.

그래도 책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잘 모른다. 그러니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소개가 워낙 두루뭉술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으니, 책 소개에 나온 내용을 먼저 훑어보자.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글은 달라지는 법이니. 저자에 대한 탐구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겁이 엄청 많은데 세상이 궁금하다. 사람이 두려운데 만나고 싶다. 양쪽을 오락가락하다 마흔이 넘었다.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주제를 잊고 사소한 팩트에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 자괴감에 질식하겠다 싶을 즈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그 길이 독일, 부탄으로 9년 동안 이어졌다. 타향살이하며, 별별 사람들을 만났다. 이해는 듣기부터 시작한다는 걸 배웠으나, 여전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말도 잘 듣지 못한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현재는 백수로 경기도 일산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겨레 21]김소민의 아무거나를 연재하고 있다.> 이상이 저자에 대한 소개들이다,

 

한겨레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산타아고 순례를 떠나, 그 길로 여러 나라를 순례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게 저자의 약전(略傳)이다.

 

해서 그런 저자이니, 이 책의 처음 글은 산티아고부터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펴들면 다짜고짜 독일인 베른트가 등장한다.(8)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독일인이 아니라, 독일에서 살고 있는 독일인이다. 그렇게 독일에서 독일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 시점은? 글 속에 거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날 그날. 그 시간에 일어난 일들, 생각들을 기록한 다음에 시간 관계없이 주욱 글을 펼쳐 놓은 듯하다. 이게 바로 오해라는 점, 먼저 밝혀둔다.

 

그야말로 글은 종횡무진, 아무런 말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그런데 읽다보면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독일인 베른트, 그는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가 은행원이라는 것 밝혀진다. 사람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내는 소설의 기법처럼, 인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고, 읽는 나도 그를 다시 만나 기쁘다.

 

또 있다,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이번에는 부부다. 금혼식을 맞이하는 한스와 크리스텔 부부.(22)

그들은 동프로이센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향은 괴니히스베르크, 칸트의 고향이길래 공연히 반갑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피난와서 정착하여 집을 짓고 살아온 모습이 뒤에 등장한다. (108)

 

이런 즐거움이 있다니, 저자가 기록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인생의 모습을 잠깐 잠깐씩 엿보는 재미가 있다. 아주 쏠쏠하다.

 

그렇게 사람들만 만나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모습 여지없이 드러난다.

독일 공항에서 검색을 당한 일, 그래서 만인주시하에 가방 맨 위에 널브러져 있는 빤스까지 다 보인 일들. , 여기에서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 밝히면 성차별이라고 할지?

 

하여간 재밌다. 에세이 치고 이렇게 재미있는 글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까지 있다.

그래서 오해를 넘어 이해하게 되고, 의미까지 새삼 새겨보게 된다.

 

이런 글 새겨놓고 싶다.

 

얀 로, 밤마다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얼굴을 그려, 용돈은 버는 사람이다,

일명, ‘한번 그리살라우맨

그가 이런 말을 하는데, 새겨 놓고 싶은 명언이다.

 

<그림 그리면 세상을 훨씬 더 강렬하게 이해하게 돼. 사람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평면이지. 웃을 때 입꼬리가 어떻게 올라가나, 눈을 어떻게 찡긋하나.... 매 순간 한 얼굴에서 에너지가 바뀌거든.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우는 거지.>(48)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운다, 에 굵게 굵게 밑줄을 그었다.

 

다시, 이 책은?

 

그럼 언제 산티아고가 나오냐고?

나온다, 274쪽부터 나온다. 이 책은 전혀 시간순이 아니다.

그러니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순간 순간이 독자 앞에서 휙휙 하고 지나간다.

 

총평을 뒤로 뒤로 아끼고 싶은 책이다. 다른 이야기가 할 게 많은 책이라는 말이다.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데. 매의 눈으로 포착하여 솔거의 붓놀림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의 글 솜씨, 읽다보면 분명 글을 읽었는데 마치 그림을 본 듯지금 활동사진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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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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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화곡, 소설이다.

저자는 윤재성, 이 책으로 두 번째 소설을 펴냈다.

 

그런데, ‘화곡의 뜻은 무엇일까?

불이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이니, 화곡의 화는 불 화()자임이 분명하데, 그 다음 자 은 어떤 말인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보니, 우선 등장하는 장소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라는 단서.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화곡동이란 이름은 禾谷, 땅이 기름져 벼가 잘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그러니 불이 붙어 문제가 되는 이 책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해서 불타는 골짜기라는 의미의 화곡(火谷)이 아닐까, 정도로 생각해 둔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을 추려본다.

 

주인공 격인 문형진, 경찰 지망생이었던 그가 화마의 희생자가 되어, 그 불을 붙인 범인을 찾아 다니며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여주인공격인 김정혜, 잡지사 기자다. 우연히 문형진을 만나게 되어 같이 불을, 아니 불지르는 범인을 쫓아다니게 된다.

그 반대편에 선 인물인 박창우, 그리고 장무택 의원. 나중에 시장이 된다.

, , 또 있다, 형진의 형인 문형문. 검사를 거쳐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는 #방화광(298).

 

줄거리는 ?

 

이들이 모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스릴러물이 따로 없다.

 

정유정은 스릴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스릴러는 살아남기가 목적인 장르다. 당연히 생존게임의 성격을 띤다.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 찾기에 주요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대개 소설 전개부에서 범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지승호, 141)

 

정유정이 내린 스릴러물의 정의에 이 소설은 부합한다.

단 범인의 얼굴이 후반부에 나타나는 것 빼고. 그래도 독자들은 다 안다. 범인이 어딘가 있다가 나타날 거라는 것을, 그러니 범인은 초반 전개부에 이미 나타난 것이나 진배없다.

 

영화와 같은 구조, 스토리

 

숨 막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추적 드라마. 딱 영화화 하기 좋게 진행되는 구도로 진행이 된다.

작가도 아마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간 것 같다.

장면, 주도 인물이 바뀔 때마다, ‘# 형진’, ‘# 정혜하는 식으로 표시를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니, 시나리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형식보다도 더 영화화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독자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사정없이 우리의 주인공들이 적지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게 함으로서 독자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 아마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 관객들은 사들고 간 팝콘에 손대지도 못하고 시선 고정하고 스크린에 몰두할 것이 분명하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만난다.

 

인간은 미워할 거리를 기막히게 찾아내는 동물이다. (276)

 

살다보면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해지거든. 그래야 내 인생이 덜 억울하니까. 마음속으로 불 한 번 안 질러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294)

 

다시, 이 책은?

 

우리 사회에는 이 소설의 방화범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거기에 그런 방화범을 부추겨서 자기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시장 장무택 같은 사람도 많다.

 

소설은 세상사의 은유라는 정의도 여기서 들어맞는다. 그래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 담겨 있는데, 이 소설 우리 시대를 관통해서, 보여주는 게 많다. 생각할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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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
폴 레버 지음, 이영래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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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부제는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인데, 현재 유럽의 권력지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원제는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독일이 유럽을 지배한다, 즉 좌지우지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는 폴 레버, 영국에서 최고의 유럽 전문가로 통하는 전직 외교관으로 주 독일 대사를 지낸 바 있다.  

<1972년 영국이 EEC(유럽경제공동체) 조약에 가입할 당시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독일 리더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7년부터 6년간 독일 대사를 지냈으며 그밖에도 외무부 유럽국장,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합동군사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왕립군사문제연구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를 가지고 혼돈을 겪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더하여 유럽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도 궁금했었다

매스컴을 통하여 간간히 유럽 여러 나라들의 소식을 듣고는 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갈무리는 안 되고 있으니, 그저 궁금해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독일의 뜻대로 움직이는 유럽연합 국가들 

2장 탄탄한 경제가 힘의 기반 

3연방만큼 중요한 지역’ 

4장 과거가 없는 나라 

5장 프랑스와 독일의 돈독한 관계 

6장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7EU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 

8장 앞으로의 모습 

 

목차만 보아도 독일이 유럽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인 '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 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독일의 통일 과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이 통일된 후 집약된 힘을 가지고 유럽에 강자로 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 약사(略史)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김에 독일의 통일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1989119일 베를린 장벽 붕괴 

그런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 바로 독일이 통일된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후로도 많은 절차가 남아있었다. 그런 절차를 거쳐 통일이 된 것은 1990103일이다. 

 

1990822일 전독총선을 위한 선거협약이 체결.  

1990823일 동독인민의회는 기본법 제23조에 의거 1990103일을 기해 동독이 독일연방공화국(서독)에 편입하기로 결의

1990103일 독일의 통일이 선포되었고,  

1990104일 베를린 제국의사당에서 최초의 전독의회가 개최되었다. 

 

독일, 알아두어야 할 것들 

 

그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로만 알고 있던 독일, 이 책으로 2차 대전 후의 참혹한 실상, 그리고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음을 알게 된다 

 

독일의 경제 규모

 유럽에서 가장 크다. 25천억 유로에 이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나 영국보다 약 25퍼센트 정도 높다. 8천만 명 정도인 독일의 인구 역시 마찬가지다. EU의 총 GDP 123천억 유로 가운데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를 약간 넘는다 

 

유의할 사항은 독일이 단일 경제로는 최대지만, 다른 나라의 경제를 모두 왜소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1인당 GDP 면에서도 독일의 성과는 특출하지 않다.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심지어 한때는 아일랜드까지 포함한 다른 여러 EU 회원국들이 최근 1인당 GDP 면에서 더 나은 성적을 냈다. (71) 

 

해서 독일 경제의 특이한 점은 그 규모가 아닌 성격에 있다.

 저자는 그 것을 네 가지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72쪽을 참조하시라 

 

또 다른 독일의 방식  

 

여기 기록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독일이 과거사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독일이 과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현대 독일 민주주의의 여러 훌륭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이는 일본, 러시아, 중국, 스페인 등 20세기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꺼리는 다른 나라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176) 

 

이 부분을 특별히 읽어보면,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배울 게 많다

독일의 과거사로부터, 2차대전 후 패전국으로서의 고통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만 일방적으로 안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단되고, 그 고난을 겪고 이겨내기까지, 그런 다음에 유럽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하기까지, 이 책은 배울 게 참 많다. 아니 독일이란 나라가 그렇다.   

 

더하여 유럽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놓은 저자의 통찰력 덕분에 유럽의 모습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제 6장과 7장의 항목들 -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 EU 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은 EU 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서론>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특이하게도 독일의 힘은 군사력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독일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가진 힘에 자부심을 갖지 않으며 그것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힘은 오늘날 유럽의 근본적인 실체다. 나는 이 책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23)


그러니 이 책을 통하여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실체로 존재하는 독일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 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일을 아는 것은 유럽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해서 이 책은 접하기 어려운 유럽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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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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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이 책은?

 

이 책은 빈센트 나의 빈센트, 작가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던 10년의 여행과 글쓰기,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정여울

 

그간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도 한 점 집에 걸려있다. <아리리스>, 물론 진본은 아니라는 것, 밝혀둔다.

 

그와 관련된 책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 책이다.

 

정여울의 책도 이번이 세 번째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정여울이 본 빈센트가 궁금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를 정여울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은?

 

작가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로, 정여울이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던 10년의 여행과 글쓰기를 기록한 책이다.

 

대단한 일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10년이나 생각하고 찾아다녔다니. 그 정성이 갸륵하다. 해서 이 책에 쓴 글들은 모두 한 글자 한 글자 모두다 간절함의 기록이다.

 

저자의 그런 심정 몇 가지 추려 옮겨본다.

 

<누군가의 예술 세계를 이렇게 꾸준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아끼고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5)

<나는 빈센트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모든 곳에 가보고 싶었다.

빈센트의 삶과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 매해 여행을 떠나면서, 빈센트의 그림뿐만 아니라, '빈센트라는 사람'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6)

 

이 책을 읽는 나도 덩달아 빈센트에 대하여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 역시 들었다.

또한 빈센트가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는 점도 그를 좋아하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여행과 문학, 심리학이 만나는 교집합에서 빈센트가 눈부시게 환한 빛의 중심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빈센트의 편지는 그 자체로 내게 아름다운 문학 작품으로 다가왔다. 빈센트가 셰익스피어는 물론 디킨스나 졸라 같은 문학의 거장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 문학적 감성을 그림 속에 품어내려 했다는 사실은 빈센트에 대한 내 사랑을 더욱 부채질했다. 빈센트의 예술 작품은 단지 그림이 아닌 아름다운 문학이었고 치열한 심리학이었으며 열정적인 여행이기도 했다. > (6-7)

 

빈센트가 문학에 대해 가진 관심에 대한 저자의 기록은 이어진다.

 

<빈센트는 다양한 세계문학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독일 문학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 빈센트의 편지에서 렘브란트, 밀레, 들라크루아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졸라, 셰익스피어, 디킨스다. 빈센트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풍부한 감성과 지식을 키웠고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길렀다.

빈센트는 셰익스피어에게서 인간 심리의 복잡 미묘함을 배웠고, 디킨스에게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배웠으며, 졸라에게서 농부들의 애환을 깨달았다,> (179)

 

그렇다면 빈센트는 단지 그림만 그려내는 화가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였음이 분명하다.

그런 빈센트를 저자는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살펴봤을까?

목차의 제목이 저자의 빈센트에 대한 자세를 알려준다.

 

1. 빈센트가 말을 걸어온 순간

2. 관계의 상처에서 구원받지 못한 영혼

3.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는 길

4. 내게 보이는 색깔로 세상을 그리는 일

5. 온 세상이 나를 막아서더라도

 

몇 개의 그림 소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영원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다’(140)는 빈센트의 말을 새기면서 그의 그림을 본다. 보고 또 본다. 그 중에 몇 개 소개한다.

 

<영원의 문>

얼굴 표정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도 슬픔과 절망을 남김없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 보이는 인간의 몸짓을 그려낸다. (99)

 

<슬픔>

그는 대상을 굳이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이 그림에는 대상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빈센트의 젊은 영혼이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다. (103)

 

<씨 뿌리는 사람>

농부는 단지 씨앗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 땅에 흩뿌리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자연을 넘어 환상의 자연, 몽환의 자연으로 확장된다.(233)  

 

다시, 이 책은?

 

우리는 빈센트에 대하여 한 면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하여 빈센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상처를, 화단과 주류 화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도, 비난받고 무시당하던 그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또한 정여울이 보여주는 방법대로 다시 한번 빈센트의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빈센트의 예술 세계로 한 걸음 더 깊게 들어설 수 있었다.

 

하나더, 사진 또한 좋다.

그림을 찍은 사진 말고 현지의 모습을 찍어서 그림과 대비하여 보여주는 페이지들은 정여울의 여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예컨대, 42- 43쪽에 실려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현지 모습이 사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113쪽의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의 밀밭 사진 역시 그림과 현장의 모습을 대비하며 볼 수 있다.

 

88쪽의 사진, 네델란드 누에넨에 있는 <감자 먹은 사람들>의 동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자료라, 이 책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이승원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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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자 1
우쾌제 엮음 / 시간여행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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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자 1

 

이 책은?

 

이 책은 제목이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공자의 일생을 소설화 한 것이다.

소설 공자, 3권인데, 이 책은 그 중 1권으로, <가난을 이기고 뜻을 세워 홀로서기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권은 <현실정치 참여후 천명을 알기까지>

3권은 <열국 순방후 자기 정리를 끝으로 고종명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우쾌제, 인천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필리핀 세부(2009 ~)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공자 1권에서는 공자의 출생부터  35세 때까지의 행적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공자의 청년시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보통 공자를 이해하는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인간 공자를 보여주고 있다.

 

그 방법 중 첫째는 공자의 생애를 소설로 읽어보는 것이다.

공자의 사상을 알기 위하여 그의 생애를 참고로 살펴보는 경우는 많은데, 공자의 모습을 아예 처음부터 소설로 읽어보는 것은 아마 처음인 듯하다. 위인전의 경우 빼고 말이다.

 

둘째, 공자의 모습이 그동안 만났던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예컨대, 이런 표현이 그렇다.

<학교에 가 공부하는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공구가 이르는 곳마다 목동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소와 양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와 떼를 지었다.> (65)

<공구가 19살 되던 때, 어느 날 아침 맨땅에 앉아 정신없이 죽간에 글을 새기고 있는데, 갑자기 (....)> (103)

 

셋째, 공자의 감정측면을 묘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공자가 근엄한 도덕선생이 아니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장면, 또한 여기저기 등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공자를 묘사하면서, 공자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공자가 부인을 얻어 결혼을 하는 날, 첫날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인간 공자, 그렇게 이 책에서 살아나고 있다  

 

글쓰기, 문장에 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 대하여 새삼 생각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문장, 특히 그렇다.

 

<이것은 벽양성을 수비하던 자들이 쳐들어 오는 적들을 현문에서 막으려고 작전을 짜놓았다.> (68)

 

<심화(心火)가 치밀어 그녀(안정재)는 두 눈을 실명하여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앞이 캄캄하여 고통스러웠지만 안정재는 오히려 태연했고 마음도 평온했다.> (77)

 

<공구가 무릎 꿇고 애절하게 통곡하면서 어찌나 슬프게 울었다.>(83)

 

<승전(乘田)의 자리는 소와 양을 관리하는 작은 관직으로 춘추 시기 제사는 첫째 가는 대사였다. 살찐 소와 양이 필요했기 때문에 승전이란 관직이 작긴 해도 믿음직한 담당자가 필요했다.> (110)

 

다시, 이 책은?

 

공자 또한 인간이었다 감정을 가진,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점, 그래서 가난으로 고통받기도 했던,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하기도 했던 인간 공자.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 공자가 설파하고자 했던 사상, 역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공자의 모습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으로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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