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접합 전문가 - SF단편집
하시문 지음 / 케포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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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단편집 수지접합 전문가 

 

이 책은 소설이다. SF단편집.

저자는 하시문.   

 

이 책에는 표제작인 <수지접합 전문가>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각 제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당신의 과오를 깨끗하게 씻겨 드립니다

그를 말한다

내 사랑, 편히 주무셔요

말하는 넌 내 총이다

아기 돌보는 남자

수지접합 전문가

드라큘라 씨 너무 과했습니다

거기서 왔습니다

날마다 없어지는 하루

 

우선 말하고 싶은 것 하나.

읽기가 쉽지 않다. 먼저 줄거리 파악이 쉽지 않다.

모두다 단편인데, 줄거리를 파악할 때쯤이면 소설이 끝이 나니, 내용을 음미하고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것도 소설의 기법인지 모르겠지만.

 

의미 파악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소할지 몰라도 이런 경우다.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화동군이다. 화씨 성? 흔하지 않은 성이다.

해서 그 이름을 대할 때, 잠시 망설여진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름인지, 직책인지?

 

, ‘칸노인이 있다. 멀리서 온 자. 그런네 이름의 끝 두 글자가 '노인'이라서 순간 헷갈린다. ‘이라는 성씨 또는 이름을 가진 노인(老人)이란 말인가? 아니면 칸노라는 행성에서 온 사람()이란 말인가?

 

물론 그런 의문쯤은 글을 읽다보면 어디쯤에선가 다 해소된다.

<심지어 칸노 행성이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것까지 확인을 했지요.>(62)

 

그러나 단편인만큼 그런 의문에 헤매다 보면, 페이지는 자꾸 넘어가 버리고, 이야기는 끝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곳에 약간의 친절을 베풀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예컨대 칸노인(Kanno )’ 하는 식으로.

 

또 있다. <그를 말한다>에서의 왕사돈’(155, ‘사돈’ - 157)

사돈은 가족관계에서 사위 또는 며느리 집안의 부모를 부를 때, 쓰는 용어다.

 

사돈 査頓 .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그 집안의 같은 항렬이 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이르는 말.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 또는 혼인 관계로 척분(戚分)이 있는 사람.

 

그런데 등장인물의 이름을 하필이면 왕사돈이라 했을까?

 

의문은 또 이어진다.

163쪽에서 행동의 주인공인 는 누구인가?

다른 장면에서는 행동의 주인공을 모두다 밝혀 놓았는데, 이 부분 3 페이지에 걸쳐서 행동하는 사람 는 누구인지 이름을 밝혀놓지 않았다. 나중에 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어떤 단서가 주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앞장면의 주인공 치윤의 행동을 계속 서술하고 있는 것인가?

 

<그를 말한다> 는 분명 의미있는 작품이다. 멸망한 지구가 배경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은 치윤, 왕사돈, 그의 딸인 왕상리, 멸망한 지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을 통하여 파괴의 소리지만, 전과는 달리 탄생의 예고이기도 하다며 희망을 말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따라서 위에 말한 바, 불친절한 소설 기법은 디스토피아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저자의 빅 픽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데까지 생각하는 것, 평론의 영역으로 넘기고, 독자인 나는 그저 줄거리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 SF 소설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근거없는 추측도 하게 된다는 것, 까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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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 -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페르소나 개념을 만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캘빈 S. 홀 지음, 이현성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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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 

 

이 책은?

 

이 책 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페르소나 개념을 만든 심리학 3대 거장>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융과 그의 심리학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칼 구스타프 융, 캘빈 S. 홀 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캘빈 S. 홀이 쓴 <융의 심리학 해설>, 2부는 융이 쓴 자서전 성격의 <나의 이야기> 라는 글이다.

 

1<융의 심리학 해설>에서는 융이 주창한 심리학에 대하여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인격이란 무엇인가, 인격의 활동, 인격의 발달과정, 개인의 성격을 유형화하다, 상징과 무의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융 심리학의 의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이런 말은 기억하고 싶다.

< 심리 치료법의 첫 번째 목적은 환자에게 보장이 없는 행복한 상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 인내를 갖도록 돕는데 있다.> (201)

 

2<나의 이야기>에서 융은 성장과정에서의 갈등과 방황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나지움에 들어가서야,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가난하다는 것, 그래서 부모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219)

 

경쟁에 관한 이런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다음 해부터 수년 동안 학급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내 밑에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았다. 그것이 즐거움을 망가뜨렸다. 나는 모든 경쟁을 싫어했다.> (229)

 

학문에 대한 편력과정도, 그가 누구의 어떤 책을 읽었는지, 괴테, 마이스트 에크하르트, 쇼펜하우어, 칸트, 그리고 니체까지,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또한 정신의학에 관한 관심 그리고 프로이트와 만났고, 그와 결별하게 되는 과정 또한 담겨 있다. 그간 융의 자서전 또는 전기를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에서 그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 책 앞부분에 융의 어록을 실어 놓았는데, 새겨볼 말이 많다. 그중 몇 개만 옮겨본다.

 

성장 -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종교 - 종교의 기능 중 하나는, 종교적 경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고정관념 - 미리 답이 여러 개라고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개의 답을 찾고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역사 -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각성하지 않은 대중의 타성이 반복될 뿐이다.

조급함 - 조급함은 마귀가 주는 생각이 아니라, 마귀 그 자체다.

이해 - 이해하는 것만으로 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방의 어둠에 둘러쌓인 사람에게 등불이 될 수는 있다.

 

다시, 이 책은?

 

심리학을 공부하는 가장 주된 목적은 자신을 알고자 한 것일게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그런 목적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을까?

 

융의 심리학 이론과 융의 생애를 알게 된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중 이 말 한마디가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다가왔다는 것 말하고 싶다.

 

타인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보다 더 나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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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어머니
데일 살왁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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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어머니

 

이 책은?

 

이 책 작가의 어머니는 원제 <Writers and Their Mothers >이다.

작가와 그들의 어머니들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이것부터 소개하자.

'작가'와 '저자'의 차이를 아시는지?

 

책의 저자가 작가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조정래가 책을 썼으면, 책의 저자가 조정래인데, 그는 작가다.

내가 책을 펴내면? 그 책의 저자는 오세용이지만, 작가는 아니다.

그래서 저자와 작가는 다른 것이다.

이 책, 351쪽에서 편집자는 그것을 밝혀 놓았다.

 

'저자'라는 지칭어는 책을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해당되는 반면, '작가'라는 지칭어에는 가치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제목 작가의 어머니에서 작가의 개념은 그렇게 정의된다.

 

이 책의 내용은?

 

그럼 이 책에서 작가라고 지칭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셰익스피어, 존 러스킨, 루이자 메이 올컷, 월트 휘트먼.

사무엘 베케트, 실비아 플라스, 필립 라킨, 로버트 로웰.

 

이중 셰익스피어, 사무엘 베케트, 루이자 메이 올컷은 이름을 들어봤는데 나머지는 잘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미국의 시인이며 단편 소설 작가다

필립 라킨은 영국의 시인이며 소설가. 로버트 로웰은 미국의 시인이다.

 

1부에서는 그러한 작가들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에세이로 서술해 나간다.

각각의 필자들이 각각의 작가들을 어머니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2부에서는 작가의 회고, 작가 11명이 각각 그들의 어머니를 회상하고 있다.

 

기록할만한 인물

 

이러한 작가들 중에서 특히 루이자 메이 올컷이 특기할 만하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간 사이 네 자매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줄거리의 소설로,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은 작은 아씨들의 작가이다.

이 작가 이름을 들으니, 예전 일이 생각나서 작가와 어머니 이야기를 더 유심히 읽었다.

 

이 모녀는 미국 문화사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모녀일 것이라는 평을 듣는다. 둘의 관계는 마치 풍성히 받은 선물과 아낌 없는 보답으로 균형을 이룬 저울과도 같다고 평가된다.

또한 루이자의 출간된 일기나 편지들을 검토해 본 결과,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떤 부정적인 내용도 없다고 하니 그 둘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래서 이런 평으로 결론을 내린다.

<루이자는 가족을 돌보며 어머니에게 보답하는 삶을 선택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주었고, 즉 딸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 나가도록 도와주며 딸이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동안 보호막이 되어 주었고, 딸은 그 선물에 보답하는 길을 걷기로 선택했던 것이다.>(59)

 

여기에 언급된 다른 작가들 모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어떤 작가는 애증의 관계로, 어떤 작가는 부담의 관계로, 서로 작용하면서, 문학사에 그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기록을 읽으면서 특별히 어머니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다른 작가들의 경우는 실제 어머니를 그 작가와 연결시켜 다루고 있는 반면에 셰익스피어의 경우는 그런 예를 따르지 않고,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작중 인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서 실제 어머니가 어땠을까를 추론하는 식으로 어머니를 언급하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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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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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이 책은?

 

궁금했었다.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 소장 김정운 박사의 최근 행보가.

일본 유학중에 펴낸 책은 읽었지만 그 뒤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로 해결이 되었다.

 

여수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 이 책을 펴낸 것 보니 저술 활동도 여전하시다.

게다가 슈필라움이란 공간까지 잘 마련해서 활용하고 있는데 이 책 부제가 <슈필라움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김정운, 소개할 필요가 전혀 없지?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부제에 들어있는 개념 슈필라움이란 말, 짚고 가자.

 

독일어에만 있는 개념인 슈필라움(Spielraum).

놀이(Spiel)’공간(Raum)’의 합성어인데, 굳이 번역해 보자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는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된다. (6)

 

이 책에는 그러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펼쳐지는 한편, 공간을 화두로 하여 펼쳐지는 저자의 화려한 입담이 펼쳐진다.

 

일단 저자의 글을 읽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그의 문장은 단언적이다. 또 하나 그의 글은 추상적인 개념을 관운장의 언월도처럼 휘두르는데, 어찌된 셈인지 추상이 구체적으로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박히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러니 단언적인 그의 문장이 머릿속으로 구체적으로 들어와 꽉 박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말 들어보자.

 

<‘침 바르기존재 확인의 숭고한 행위다. 우리는 귀한 것에 꼭 침을 바른다. 뭉칫돈이 생기면 우리는 한 장 한 장 침을 발라가며 돈을 센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침을 바르고 싶어 안달 난다. 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아날로그 책 읽는 재미를 따라갈 수 없다. 침을 바를 수 없기 때문이다.> (126)

 

침 바르기에 이런 고차원적 의미가 있었다니!

그의 글에서 존재 확인이라는 추상적이고 고매한 용어가 침 바르기라는 생물학적인 설명을 타고 넘어오면, 어느새 머릿속으로 세 가지 침 바르기 행동이 번개처럼 떠오르는 것이다. 

책 읽는 것도, 지폐를 세는 것도, 또한 사랑을 하는 것도 침 바르기라는 행동을 통해 고귀한 존재 확인이 이루어진다는 것,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이 세상을 보는 기준은 항상 자기 몸이다. 어릴 적 그렇게 컸던 학교 운동장이 나이가 들어 찾아가보면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그 넓었던 집 앞 신작로가 그렇게 좁을 수가 없다. 내 몸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작은 몸으로 본 세상은 크고 놀라웠다. 호기심에 가득 차 세상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성인의 몸을 기준으로 보면 죄다 시시하고, 볼품없다.>

(220)

 

어라, 이게 내 얘기인데. 맞다, 맞어.

어릴 적 살던 곳을 지나쳐가다가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지나다니던 그 골목은 이제 내 어깨가 닿을 듯 느껴지고, 친구들과 같이 뛰놀았던 학교 운동장은 걸리버 소인국의 왕궁 뜰처럼 보이니, 이거 신기한데, 저자가 나서서 맥을 짚어주니, 이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저자의 통찰, 들어보자,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221)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해서, 이 책에서는 밑줄 긋고 새겨볼 말이 지천이다. 그 중에 몇 개만 옮겨본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105)

 

에드워드의 공간학에 따르면 45센티미터가 기준이 된다.

낯선 이가 이 거리 안으로 침입하면 몹시 불편해진다. (194)

 

이런 19금도 소개 해본다.

 

배에서 해 봤어요?”

광선이 형은 잠시 멈칫하더니 아니, 아직 못 해봤어. 근데많이 달라?”하며 아주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 …… )

, 띄어쓰기만 잘 못해도 사람을 아주 쉽게 음탕해진다. (45)

 

이런 것 소개하는 것은 우리말 띄어쓰기를 잘 하자는 취지에서다, 결단코!

 

다시, 이 책은?

 

역시 김정운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읽고 나니, 그는 녹슬지 않았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하기야 그의 책장 뒤쪽으로는 습기가 침투 못하도록 칸마다 석고 보드를 쳤‘(268)다니 그의 글 솜씨 역시도 어디 녹 슬을 리 있겠는가?

 

, 그가 만들었다는, 아니 만들고 있다는 창고 서재 작업실, 이름이 무엇이든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부럽다. 부러워..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러움, 느껴보기는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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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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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이 책은?

 

이 책 제목은 언뜻 들으면, 어떤 엔터테인먼트 관련 책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이 말을 역사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라 하면, 바로 로마가 떠오를 것이다.

이 책 빵과 서커스는 로마 역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역사를 유산을 통해 증언을 들어보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 나카가와 요시타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존 역사학계의 시각이 아닌 건축·토목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이 책에도 그런 저자의 경륜이 묻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빵과 서커스에 대하여, 이런 기록이 보인다.

<고대 로마는 기원전 123년 전부터 시민들에게 저가 또는 무상으로 식량()과 오락거리를 제공했다. 이른바 빵과 서커스.>(122)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빵과 서커스는 로마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는데, 그 말 속에는 다음과 같은 한탄이 숨어 있다.

 

시민들은 로마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24, 123)

로마 시인 유웨날리스60~130)의 말이다.

 

물론 이 책이 빵과 서커스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목차를 통해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장 로마제국이 남긴 유산들

2장 도시의 완성, 장벽과 상하수도

3장 모든 길을 통하게 만든 로마 가도

4장 빵과 서커스 : 식량과 바닷길

5장 빵과 서커스 : 오락과 휴식

6장 만신전에서 유일신전으로

7장 시민의 교양

 

8장은 로마 제국의 멸망을 다루고 있으니 제외한다면, 위에 인용한 것처럼, 이 책은 로마의 성, 상수도, 도로, 다리를 다루고 있고, 더하여 로마시민을 위해 제공된 오락거리로 목욕탕 문화, 검투사 이야기, 전차 경주 등을, 그리고 신전과 도서관 역시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처럼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이 되는 것이다.

 

특기할 사항 몇 가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한 사람은?

나는 이 말이, 로마의 도로가 그저 세계사에서 워낙 유명한 것이어서 그런 말로 표현했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 말의 원작자가 있다는 것, 처음 알았다. (92)

 

바로 프랑스의 작가 라 퐁텐 (1621- 1695).

 

이탈리아의 베로나(Verona) (98)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로나는 아디제(Adige) 강의 도하지점이며, 로마의 북방 동방 속주로의 연결지점으로서 포스투미아 가도와 클라우디아 아우구스타 가도 등 로마 가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종종 로마 패권을 다투는 싸움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기원전 100년 경 건설된 도로교 피에트라(Pietra) 다리는 길이 120 미터에 5 경간(徑間)으로 지금도 현역이다.> 

 

경간(徑間) -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다리를 지지하는 교각이 5개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역자 주)

 

콜로세움 해체 (256)

콜로세움은 상당부분이 뜯겨져 산 피에르 대성당 등으로 전용됐다. 너무 많은 부분을 뜯어내 미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교황 베네딕토 14세가 수많은 기독교인의 순교로 신성한 곳임을 선언해서 더 훼손되는 것을 막았다.

 

다시, 이 책은?

 

역사를 이런 식으로 살펴볼 수도 있겠다.

남겨진 유산을 토대로 하여 사라진 로마를 본다는 이 책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된 것이다.

또한 그런 유산과 더불어 기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책 저자가 분명 일본인인데, 일본에서 출간된 게 아니라 저자가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출판을 목적으로 하여 집필했단다. 일본인이 쓴 책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판되었다는 것이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제법 커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잠시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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