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1 - 세계의 책 속에 피어난 한국 근현대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1
최종고 지음 / 와이겔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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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이 책을 왜 읽게 되었는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골프장 살인사건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나중에 좀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것이지만 가브리엘 스토너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프리카에서 맹수 사냥을 하고 한국을 여행했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목장을 경영했고 남양 제도에서는 무역업을 했다.> (111)

 

애거사 크리스티가 한국이란 나라를 작품 중에 언급한 것은, 한국이란 나라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하고 많은 나라 중에 콕 한국을 짚어 거론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국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그렇게 외국 작가인 크리스티가 우리나라를 거론한 것을 보면서, 크리스티가 그런 걸 보면, 다른 작가들도 그럴 수 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어떤 작품에?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나만 아닌 모양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찾아보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사랑해서 그들의 책에 한국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발견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세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한국 문화를 과연 얼마나 담아냈을까, 라는 생각으로 세계의 작가들이 출간한 책들 속에서 우리 문화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 모두 70명의 인물들을 찾아 그들이 그려낸 우리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 1권에서는 구한말의 조선을 생생히 소개한 영국의 여성 여행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Isabella Bird Bishop)’을 비롯하여 모두 35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어떤 것을 알 수 있을까?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이 생경한 나라인 조선에 와서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생생한 글과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조선 민중들의 삶을 극심한 수탈로 인해 피폐해진 삶을 산다”(17) 라든가, “조선인들은 그의 작고 어둡고 더럽고 악취나는 방에서 겨울을 보내는”(18)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당시 역사를 알 수 있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릴리어스 언더우드가 기록해 놓고 있다.(72-74)

 

<그 뒤에 곧 거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작은 숲으로 시체를 옮겼고 그 위에 등유를 부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고 뼈 몇 줌만이 남았다.>

 

나라 잃은 슬픔, 힘이 없는 나라의 모습이 그러하다.

한 나라의 왕비가 일본 낭인의 칼에 난자되어 불태워져서 뼈 몇 줌으로 남았다는 기록으로 남다니!

 

당시의 문화도 조명해 볼 수 있다.

 

길가에 세워진 정승은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이 목재 기둥의 한 면은 거칠게 깎여있으며 보다 높은 부분은 툭 튀어나온 이빨을 거칠게 조각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빨과 뺨이 약간 채색되었으며 전반적인 모습은 아주 잔인하게 보인다,”(63)

 

처음 보는 사람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으리라, 아주 잔인하게!

그리고 그 의미도 잘 찾아 기록하고 있다.

<마을과 길에서 귀신을 위협하여 쫓아내려는 의도로 세워진 것>

 

더하여 저자의 노력으로 외국인들이 기록한 책들을 찾아내고, 또한 독자들을 위하여 그중에서 어떤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는가를 일일이 기록해 놓고 있다.

 

<각 해당 작가의 작품들은 번역서가 있는 경우 번역서의 제목과 함께 원서의 제목을 기재하였고, 번역서가 없는 경우 저자의 번역으로 원서의 제목과 함께 한국어 제목을 괄호 안에 기재하거나 원서 제목만 기재하였습니다.> (일러두기 중에서)

 

다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한 외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한 번 읽어보자. 윌리엄 헐버트의 책에서 인용한 글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한국이 이토록 위기에 빠지게 된 추이와 미국을 포함한 여러 열강들은 그 비극을 연출하는 데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172)

 

윌리엄 헐버트가 을사조약이 체결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우리나라 백성도 아닌 사람이 우리나라의 형편을 저토록 소상하게 알고 있는데, 항차 이 땅에 살면서, 살아가면서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녕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바로 역사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역사가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를 사랑하거늘, 우리들은 과연 나라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또 요즘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힘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니, 이 책이 주는 감회가 여러 갈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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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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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평전

 

왜 이 책을 읽는가?

 

이 책 연암평전<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거쳐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며 배우고 있는> 간호윤이 쓴 연암 박지원의 평전이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첫째 연암 박지원에 관한 책이니까 그런 것이고, 둘째는 글쓴이가 간호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쓴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남달라, 글 읽는 이의 마음을 새롭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잡았는데,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 먼저 말해둔다.

 

이 책의 내용은?

 

앞서 말하길, 저자의 글쓰기에 대해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방식이 남다르다했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평전하면 일반적인 형식으로는 인물의 일대기와 평가를 덧붙이는 게 상례인데, 이 책은 그런 일반적인 평전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평전을 쓰기를 저자 혼자 주욱 써내려가는 대신 11명의 평자를 내세운다.

박지원과 관련된 열한 명이 이름을 걸고 박지원에 대하여 말들을 한다.

이를테면방송에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만들면서, 열한 명의 관련자들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는 꼴이다. 각자의 입으로 그 인물을 평하게 하고, 전체적인 것은 독자, 시청자들이 알아서 평가하라는 것이다.

 

그럼 이 책에서 마이크 대신 펜을 들고 나선 이가 누구인가? 다음과 같다.

 

유한준 : 벗이었다가 정적이 된 사람

정조  : 연암을 아끼지만, 연암의 문체에 대하여는?

박규수 : 연암의 장손, 구한말의 개화파로 이름이 높다.

오복 : 김오복, 연암의 집에서 일하던 청지기.

이씨 부인 : 연암의 부인

박종채 : 연암의 아들, 연암에 관해 과정록이란 책을 남겼다.

이재성 : 연암의 처남이다.

백동수 : 연암의 제자

유언호 : 연암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벗.

 

거기에 연암 본인도 나서고, 저자인 간호윤도 말을 보탠다.

 

그러니까 연암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사람으로부터 적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였으니, 박지원이란 인물을 평하는 데는 어느 구석 하나가 빠지지 않도록 치밀하게 짜놓은 것이다.

 

이런 사실도 알게 된다.

 

다산 선생과 초정 박제가 어른은 나이를 초월한 사귐을 하셨으니 연암 어른과도 안면이 있으셨겠습니다. 다산 어른의 경세유표를 보니 열하일기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셨더군요.” (107)

 

천자문은 천문 개념에서 색채 개념으로, 또 다시 우주 개념으로 급격한 사고 전환을 하기에, 어린 학동들이 일관성 있게 사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셨지요. (……) 물론 주역』 「곤괘」 「문언무릇 검고 누런 것은 하늘과 땅 색깔 섞임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하였지만 이를 아이들이 이해할 리 없지요. (119)

 

연암의 글 내용은 어떤가?

 

연암 어른의 글이 대부분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거나 닦아 세우며 이 시대의 상식의 궤를 파죽지세로 가르는 글 아닌가. (117)

 

우언이란 사물을 바르집어 말하지 않고 들떼놓고 말하는 수법입니다. 연암어른께서도 비분강개한 마음을 정공법으로 풀자니 시휘에 저촉될까 염려하여 만부득이 우언을 쓰셨습니다만, 이 우언은 철저한 타자 지향의 글쓰기임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우언의 목적은 언어의 이면에 감춰진 참다운 의미를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하는 수법 아닙니까. 이 조선의 이끄는 양반네들 중 몇이나 연암 어른의 이 우언을 챙기려 들겠습니까? (120)

 

내 글쓰기는 선비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 글쓰기는 내 삶의 맞잡이요, 현실이요, 미래다. 내 글쓰기는 전쟁이요, 극한이다. (286)

 

연암 박지원 - 3

 

연암 박지원 : 열하일기

박종채 : 연암의 아들, 과정록을 썼다.

박규수 : 박종채의 아들, 즉 연암의 손자로서 실학과 개화사상을 연결한 선각자로 평가받는다.

 

연암과 아들, 손자, 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라는 말이 성립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배움은 사적인 행위로되 공적인 가치를 지향한다. 공적인 가치란 인륜을 돈독히 하고 염치와 도의를 바탕으로 불편부당을 몸에 다져 넣으며 심결을 잡도리해야만 한다. (286)

 

북학을 잘만 챙긴다면 우리 조선도 부강한 나라가 되거늘 오랑캐 나라라고 손가락질만 해댄다. 본 것이 적은 자는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여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308)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에서 연암을 문장’, ‘성정’, ‘학문’, ‘미래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석을 한다.

그렇게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하여 연암 박지원의 삶과 생각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껏 알고 왔던 연암을 이제는 제법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인 인물, 연암 박지원을 이런 식으로 그려보게 되다니, 뜻밖의 기쁨이다.

 

이제 그 네 가지 키워드를 지니게 되었으니, 앞으로 연암의 글을 읽을 때든지, 연암에 관한 글을 읽을 때든지, 든든한 도구 하나를 장만한 기분이다. 연암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건 너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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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서스펜스 - 구조와 플롯
제인 클리랜드 지음, 방진이 옮김 / 온(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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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서스펜스 _ 구조와 플롯

 

먼저, 이런 글 읽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뛰어난 부분은 소설의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볼 수 있는 플롯이다. (……)플롯은 스토리를 끌고 가는 기관차이다. 오로지 소네트만 쓰는 시인처럼 혹은 변주곡만 작곡하는 음악가처럼, 크리스티는 미스터리 소설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그녀의 독창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문예 창작과 학생들은 그녀의 소설을 가지고 서사의 구성을 공부한다면 큰 소득이 있을 것이다.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 그리고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를 한 번 살펴보자. 그녀는 독자의 이해를 시종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고비 고비마다 독자를 애타게 하고 즐겁게 하고 또 독자의 주의력을 조종한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디, 을유문화사, 422-423)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해설하면서, 그녀의 뛰어난 점은 플롯이라 한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독자의 이해를 시종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고비 고비마다 독자를 애타게 하고 즐겁게 하는 크리스티의 독창적인 기법을 마이클 더디는 상찬(賞讚)한다.

 

해서 내친김에 이 책 마스터링 서스펜스 _ 구조와 플롯을 읽었다. 서스펜스와 플롯 구성을 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이 책의 내용은?

 

왜 서스펜스가 필요한가?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스펜스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서스펜스가 없으면 당신 이야기의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굳이 꾸역꾸역 끝까지 읽지 않는다.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독자가 공감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건이 지루하고 진부하고 밋밋하다면, 전개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들쑥날쑥하다면, 독자가 등장인물에게 공감할 수 없다면, 그 이야기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13)

 

해서, <서스펜스를 쌓고, 서스펜스의 틀을 잡고,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엮어 넣고, 서스펜스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의 기술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11)라고 밝힌다.

 

서스펜스를 엮어 넣기 위하여 배워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책안에 어떤 것들을 담아놓았을까, 목차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작가의 머릿속에서 다음과 같은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야기를 구상하다/ 당신의 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한다/

구조가 왕이다/제인의 플롯 짜기 로드맵 /

서스펜스를 위한 무대 마련하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보조플롯 두 개 더하기/

주동인물을 고립시켜라,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도 모조리 고립시켜라/

인간 본성과 레드헤링 활용하기/

 

이 정도는 머릿속에서 미리 생각하고 시작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무턱대고 펜을 들고 종이에 써내려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중에서 레드헤링이란 무슨 의미일까?

 

레드헤링 ; 독자의 인식을 조작하는 장치로, 독자가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거짓 이야기 줄기를 만들 때 레드헤링을 쓴다. (142-143)  

그러니 독자의 시선을 돌려, 잠시 헷갈리게 하면서 이야기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수법이다. 주로 범죄소설에서 사용되지만, 장르에 관계없이 사용되는 추세다.

 

그 다음 작가의 머릿속에 꾸며진 이야기를 종이에 구체화시키는 일이 남았다.

이야기를 써내려갈 때 다음 사항을 유의한다.

 

깜짝 요소는 아주 가끔씩만 더한다/ 독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라

조용히 속삭여라/ 불안과 공포 강조하기 / 진실은 조금씩, 천천히 밝힌다

 

특별히 13<효과적인 문장 쓰기>는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 그 항목을 옮겨본다.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고려해야 할 점 두 가지 - 문장 길이에 변화를 주자. 대화문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키자. / 플래시백 활용하기/ 짧은 문장으로 긴장감 더하기/ 당신의 목소리를 내라/ 목적의식을 가지고 글쓰기

 

배우고 또 배운다.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 : 21

 

추리, 범죄 소설을 즐겨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처음 듣는다. 그 개념을 확인해 보았다.

 

"형사나 사립탐정이 아니라 소시민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커뮤니티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범죄물을 편안한 추리소설’, 즉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고 한다.

 

그러니, 애거사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인물 미스 마플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추리소설이 그런 종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말해주지 말고 보여주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말하다보여주다라는 말의 의미를 여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말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다음과 같은 안톤 체호프의 말을 인용한다.

<내게 달빛이 반짝인다고 말해주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비친 달빛을 보여줘라.>(131)

 

구체적으로 예문을 들어보자. 예를 들면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다.

 

초안 : 그 남자가 신발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총이 보였다.

수정 : 그 남자는 신발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숙였다. 나는 놀라 뒷걸음쳤다. 맙소사, 총이잖아. (227)

 

초안의 문장은 말로 설명한다. 심지어, ‘총이 보인다고 까지 설명한다.

수정된 문장은 보여준다. 어떻게? 화자의 말을 통해서다. 화자가 보았는데, 그걸 보았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화자의 감정을 보여줌으로 총이 거기 있음을 보여준다. '맙소사, 총이잖아.'

 

다시 이 책은?

 

해서 이런 말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진술이 아닌 행동과 대화를 중심으로 글을 쓴다.> (187)

 

더하여, 이런 말 기억해두자. 글을 쓰면서 작가는 알고 있는 정보를 서술식으로 나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는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말로, 행동으로 진행하도록 두자. 작가가 나서지 말고!

 

<모든 문장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여백을 채우기만 하는 의미 없는 문장들은 뺀다. 딴 길로 새지 말자. 현재의 사건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뒷이야기는 한두 문장으로 끝내자. 정보를 쏟아붓는 것은 금물이다. 대화문으로 이야기를 진전시키자. 대화문의 모든 문장은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283)

 

내적 딜레마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지 작가가 설명해서는 안 된다. (287)

인물에게 모호함을 부여해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부각할 수 있다. (278)

 

이 책은 비단 추리소설의 서스펜스나 구조를 이해하는데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글을 쓸 때, 독자들이 조금더 글에 몰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게 글쓴이의 책임이라는 것, 해서 이 책은 그런 책임을 다하도록 인도해준다. 어떤 글이든, 쓰려고 할 때, 이 책 꼭 참조할 것!

 

분명히 <서스펜스를 쌓고, 서스펜스의 틀을 잡고,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엮어 넣고, 서스펜스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의 기술이>(11쪽)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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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문법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7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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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문법

 

이 책은?

 

강준만 교수의 <세상을 꿰뚫는 이론> 시리즈 7권째이다.

제목은 습관의 문법

 

저자인 강준만 교수에 대하여는 굳이 소개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이 책 소개글만 보아도, 방대한 자료가 나올 것이니, 참조하시라!

 

먼저 책 제목인 습관에 대하여

 

먼저 이 책의 제목에 '습관'이라는 낱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이 책이 모두 습관관련 글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제목은 그 자체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먼저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습관을 필두로 하여, <세상을 꿰뚫는 이론> 시리즈답게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주는 글로 가득하다.

 

강교수처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 책을 통해 - 꿰고, 보여주는 이가 어디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부족한 식견이 채워지고 새롭게 되는 기쁨을 느낀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감정도 습관이라는 것, 처음 듣는다.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쾌한 감정이건 불쾌한 감정이건 익숙한 감정을 선호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그 것이 익숙하다면, 뇌는 그것을 느낄 때 안심한다.” (19)

 

즐겁고 신나는 일은 짧게 끊어서 하고, 지겨운 일일수록 단번에 끝내라.(46)

 

그 책들, 그 이론들의 후일담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들었던 것들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것은 내가 가진 지식을 업데이트 한다는 차원에서 기분 좋은 일이다. 시세(時勢)에 뒤떨어지 않는다는 기쁨이 있다.

 

세뇌, 그 후

625 전쟁 때, 중공군에 포로가 된 미군중에서 포로 송환절차가 이루어질 때 본국 송환을 거부한 미군이 있었다. 그 이유는 중공군의 세뇌 때문이었다고, 전에 들었다.

 

그럼 그 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걸로 끝이었을까?

 

그후 세뇌당한 과정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반성도 이루어졌다. 바로 공산주의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처음 듣는 공산주의 이론에 쉽게 넘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후에 학교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교육도 하자는 것으로 이론이 모아졌다는 것, 바로 면역이론이 그것이다.(81)

 

라인홀드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집단 이기주의가 갖는 힘과 범위와 지속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니부어가 이 책을 쓴 이유였다. (135)

 

라인홀드 니부어의 그 책에 대하여 그 후 많은 논의가 이어졌으나, 그의 주장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 수 있다.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

 

여우는 아는 게 많지만, 고슴도치는 딱 한 가지 큰일에만 집중한다.”

기원전 7세기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이다.

여우가 고습도치를 공격하기 위해 온갖 꾀를 내지만, 고슴도치는 오직 하나, 즉 몸을 말아 가시가 사방으로 돋아나 있는 작은 공으로 변신하는 것만으로 공격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242)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 개념은 그후에 다양하게 토론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여러 방면에서 응용이 되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고슴도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쇼펜하우어의 발언도 있다. (127)

 

성경 구절 현실 적응에 대하여

 

흥미롭게도 성경의 말씀들이 단지 종교적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기 몇 가지 모아보았다.

 

성경 신약 마태복음 1016: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이 성경구절은 다음의 글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구현된다.

라인홀드 니부어가 쓴 책, 빛의 자식들과 어둠의 자식들에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진무구함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빛의 자식들은 어둠의 자식들로부터 그들의 악의를 빌어오면 안 되겠지만 지혜는 빌어와야 한다. 빛의 자식들은 이기심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인간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적 이기심이나 집단적 이기심 모두를 기만, 통제, 이용, 억제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139)

 

성경 구약 잠언 1124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위의 구절과 관련된 논의는 <구성의 오류> 편에서 읽을 수 있다.(141)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된다고 한 구절에 대하여는 <후발자의 이익>으로 다루고 있다. (185)

 

새롭게 개념 정의하기

 

메타인지 - 톰 니콜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객관화해서 보고, 자신이 그 일을 엉터리로 하고 있음을 깨닫는 능력.”(74)

 

근본적 귀인 오류

사람의 행동엔 구조적 여건, 절박한 상황, 집단의 규범, 판단 착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이런 원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성격이나 동기 등 행위자의 내적 특성 탓으로만 돌리는 오류를 말한다. (180)

 

환원주의 :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기초원리나 개념으로 설명하는 방식.”(215)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오래된 습관을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는 없다. 잘 구슬려서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 - 마크 트웨인 (머리말)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불의를 저지르려는 인간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라이홀드 니부어, (139쪽)

 

다시, 이 책은?  

 

강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보통의 독자들을 그 제목만 들어도 어지러운 판인데 어디 그런 책을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여, 지식 창고에 저장할 수 있을까? 그 많은 책들을 어찌 다 읽으며 거기에서 포인트를 짚어내어 현상을 파악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가 인용하는 다양한 책들을 보면서 즐거운 비명을 기르지 않을 수 없다. 내 지식 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현상이 내가 가진 지식체계로는 해석이 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을 때, 이 책에서 그것을 단번에 헤쳐 보여주는 명쾌한 해석을 만나기도 하니, 이 책은 시원함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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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공허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의 공허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이 책은?

 

이 책 마흔의 공허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그리스 로마 신화를 가지고 삶에 적용해보는 식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독해하고 있다.

 

1차 저작물은 그리스 로마 신화 자체를 소개하는 책,

2차 저작물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해석하거나 해설하는 책,

3차 저작물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해석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에 응용해보는 책이라 분류한다면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 3차 저작물 정도 되겠다.

 

저자는 장재형, 원목 주방 용품 업체 장수코리아의 대표다.

저자와 인문학의 관계는 각별하다. 그 각별함이 이 책을 있게 해주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의미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그 중에 몇 권, 제법 읽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까?

왜 읽어야 할까? 단순하게 지적 욕구, 그저 그리스 신화를 알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뭐 이런 말도 있다. 문화를, 요즈음 우리가 접하는 문화는 이미 동서양을 초월하므로, 이해하는데 적어도 거기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서양 문화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 책은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저자는 <서양의 인문학을 공부하던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양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 차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더하여,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삶에 필요한 지혜로 받아들였고, 공허했던 삶에 위로와 공감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추상적인 이야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삶에 구체적으로 실용서(?)로 작동한 것이다.

 

저자가 그리스 로마 신화 중 그렇게 활용한 예를 들어본다.   

 

마흔은 힘들고 괴로운 사건들로 가득하다. 고통과 아픔, 실직, 이별,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 등 많은 시련이 들이닥치는 때이다. 나는 오디세우스의 항해가 마흔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바다의 풍랑 속에서 목적을 잃은 채 떠돌듯이 마흔의 인생도 바다 위를 방랑하는 모습 같다.”(27)

 

인생은 고해(苦海)라고들 한다. 저자는 고해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인생의 모습을 오디세우스의 항해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다에서 겪은 많은 고난을 저자 자신 마흔의 인생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남편을 기다리는 페넬로페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페넬로페는 외롭다고 아무나 사랑하지 않았다. 사실 20년 동안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정말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인연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페넬로페는 아무나인연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있었다.” (143)

 

재미있는 것은 이 대목에서 저자는 페넬로페의 인연을 저자 자신에게 적용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그렇게 페넬로페가 오랜 기다림 끝에 오디세우스를 다시 만나듯이, 저자도 그런 기다림을 겪은 후에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도 되면 저자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란, 인생의 훌륭한 지침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적용의 단계에서 활용하려면, 우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를 앞 뒤 순서를 따라서, 인과관계도 잘 파악하면서 독해를 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몸소 경험한 바가 있는지라, 그러한 것에도 소홀하지 않다.

책을 진행하는 순서가, 각 장, 각 항목별로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하나 소개한 다음에 거기에서 얻어내는 교훈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해서 매우 구체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가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같은 책도 읽기 나름인가보다. 그건 확실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글로도 읽어보고, 그림 또는 조각을 통해 살펴보는 책들도 읽어왔는데, 그런 책들은 어디까지나 그리스 로마 신화 측면에 집중했지, 그것을 우리 삶의 차원으로 끌고 올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야기 거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 들어오니 신화의 주인공들이 정말 살과 피를 가진 실제 인물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실제 인물이 되어, 갈등하면서 사람 살아가는 데 인간의 냄새 풀풀 풍겨가면서, 우리에게 멘토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에서 살아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독자들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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