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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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평전

 

왜 이 책을 읽는가?

 

이 책 연암평전<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거쳐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며 배우고 있는> 간호윤이 쓴 연암 박지원의 평전이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첫째 연암 박지원에 관한 책이니까 그런 것이고, 둘째는 글쓴이가 간호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쓴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남달라, 글 읽는 이의 마음을 새롭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잡았는데,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 먼저 말해둔다.

 

이 책의 내용은?

 

앞서 말하길, 저자의 글쓰기에 대해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방식이 남다르다했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평전하면 일반적인 형식으로는 인물의 일대기와 평가를 덧붙이는 게 상례인데, 이 책은 그런 일반적인 평전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평전을 쓰기를 저자 혼자 주욱 써내려가는 대신 11명의 평자를 내세운다.

박지원과 관련된 열한 명이 이름을 걸고 박지원에 대하여 말들을 한다.

이를테면방송에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만들면서, 열한 명의 관련자들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는 꼴이다. 각자의 입으로 그 인물을 평하게 하고, 전체적인 것은 독자, 시청자들이 알아서 평가하라는 것이다.

 

그럼 이 책에서 마이크 대신 펜을 들고 나선 이가 누구인가? 다음과 같다.

 

유한준 : 벗이었다가 정적이 된 사람

정조  : 연암을 아끼지만, 연암의 문체에 대하여는?

박규수 : 연암의 장손, 구한말의 개화파로 이름이 높다.

오복 : 김오복, 연암의 집에서 일하던 청지기.

이씨 부인 : 연암의 부인

박종채 : 연암의 아들, 연암에 관해 과정록이란 책을 남겼다.

이재성 : 연암의 처남이다.

백동수 : 연암의 제자

유언호 : 연암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벗.

 

거기에 연암 본인도 나서고, 저자인 간호윤도 말을 보탠다.

 

그러니까 연암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사람으로부터 적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였으니, 박지원이란 인물을 평하는 데는 어느 구석 하나가 빠지지 않도록 치밀하게 짜놓은 것이다.

 

이런 사실도 알게 된다.

 

다산 선생과 초정 박제가 어른은 나이를 초월한 사귐을 하셨으니 연암 어른과도 안면이 있으셨겠습니다. 다산 어른의 경세유표를 보니 열하일기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셨더군요.” (107)

 

천자문은 천문 개념에서 색채 개념으로, 또 다시 우주 개념으로 급격한 사고 전환을 하기에, 어린 학동들이 일관성 있게 사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셨지요. (……) 물론 주역』 「곤괘」 「문언무릇 검고 누런 것은 하늘과 땅 색깔 섞임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하였지만 이를 아이들이 이해할 리 없지요. (119)

 

연암의 글 내용은 어떤가?

 

연암 어른의 글이 대부분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거나 닦아 세우며 이 시대의 상식의 궤를 파죽지세로 가르는 글 아닌가. (117)

 

우언이란 사물을 바르집어 말하지 않고 들떼놓고 말하는 수법입니다. 연암어른께서도 비분강개한 마음을 정공법으로 풀자니 시휘에 저촉될까 염려하여 만부득이 우언을 쓰셨습니다만, 이 우언은 철저한 타자 지향의 글쓰기임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우언의 목적은 언어의 이면에 감춰진 참다운 의미를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하는 수법 아닙니까. 이 조선의 이끄는 양반네들 중 몇이나 연암 어른의 이 우언을 챙기려 들겠습니까? (120)

 

내 글쓰기는 선비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 글쓰기는 내 삶의 맞잡이요, 현실이요, 미래다. 내 글쓰기는 전쟁이요, 극한이다. (286)

 

연암 박지원 - 3

 

연암 박지원 : 열하일기

박종채 : 연암의 아들, 과정록을 썼다.

박규수 : 박종채의 아들, 즉 연암의 손자로서 실학과 개화사상을 연결한 선각자로 평가받는다.

 

연암과 아들, 손자, 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라는 말이 성립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배움은 사적인 행위로되 공적인 가치를 지향한다. 공적인 가치란 인륜을 돈독히 하고 염치와 도의를 바탕으로 불편부당을 몸에 다져 넣으며 심결을 잡도리해야만 한다. (286)

 

북학을 잘만 챙긴다면 우리 조선도 부강한 나라가 되거늘 오랑캐 나라라고 손가락질만 해댄다. 본 것이 적은 자는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여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308)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에서 연암을 문장’, ‘성정’, ‘학문’, ‘미래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석을 한다.

그렇게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하여 연암 박지원의 삶과 생각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껏 알고 왔던 연암을 이제는 제법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인 인물, 연암 박지원을 이런 식으로 그려보게 되다니, 뜻밖의 기쁨이다.

 

이제 그 네 가지 키워드를 지니게 되었으니, 앞으로 연암의 글을 읽을 때든지, 연암에 관한 글을 읽을 때든지, 든든한 도구 하나를 장만한 기분이다. 연암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건 너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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