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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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이 책은?

 

이 책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이다.

제목이 조금 살벌하지만, 그 제목에 방송작가의 애환이 담겨 있다.

 

저자는 김선영, <2007년 지상파 휴먼다큐멘터리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방송은 지긋지긋하다며 10년간 했던 TV프로그램 구성작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방송 만드는 일로 다시 돌아갔다. 억지로 만드는 남의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썼더니 책이 됐다.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을 쓴다. 소소하게 글쓰기 강의와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브런치 필명 :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방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단 작가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메인작가 1, 서브 작가 서너 명, 그리고 막내작가가 1명인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120)

서브 작가가 방송할 내용 한 꼭지씩을 맡아 진행한다.

그리고 이 팀은 방송국 소속이 아니라, 외주 회사에 속한다.

한 회사에서 일주간에 하루 분을 맡아 제작하여 방송국으로 보내면,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식이다.

 

<(외주 회사에서) 피디의 일차 편집본이 나오면 함께 영상을 다듬었고, 메인작가와 팀장의 내부 시사를 거쳤다. 피드백을 받은 후 다시 영상을 뜯어 고쳤다. 이쯤 되면 새벽 다섯 시, 이제는 원고를 써야 한다.

아침 생방송은 오전 여덟시, 아무리 늦어도 일곱 시 반까지는 방송국 본사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리포터와 입을 맞추어 한 번이라도 리딩을 해 볼 수 있다.>(128)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정을 일반인들이 알 리가 있나?

그래서 이런 말은 아주 생경하게 들리는 것이다.

 

<아나운서가 날씨 이야기나 최신 이슈로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물론 메인 작가가 쓴 멘트다. 가끔 아나운서가 하는 말을 아나운서가 직접 썼다고 오해하는 시청자가 있어서 좀 서운했다.> (129)    

 

나도 오해했던 시청자 중에 한 명이다적어도 오프닝 멘트 정도는 아나운서가 직접 생각하거나 써서 말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이제 그 말을 하는 (진짜 하는) 작가들이 눈에 보인다.

 

그렇게 방송을 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방송거리를 찾아, 그것을 구체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방송작가들이다.

 

저자는 방송작가가 되기 위하여 방송아카데미를 거쳐, 막내 작가부터 시작하여 메인 작가가 되어, 방송작가의 길을 걸었다.

 

책 제목에 대한 변명

 

책 제목 -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에 대한 변명을 독자인 내가 하고자 한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다. 살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자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게 무얼까?

 

방송하려면, 방송할 거리, 소재가 있어야 한다. 그건 사건 사고가 있거나 혹은 사건 사고가 아니더라도 어떤 아이템이 있어야 방송에서 그것을 소재로 하여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작가들을 그런 소재를 찾아 헤맨다.

 

심지어 퇴근 후에 집에 가서도 각자의 시간대를 정해서 아이템을 사수한다고 한다. (122)

 

내가 새벽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맡았다고 하면, 알람을 맞춰 일어나고 노트북을 뒤진 뒤 <연합뉴스>를 일분에 한 번씩 새로 고침하곤 했다. 사건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122)

 

그러나 사건이 매번, 매양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하는 수 없이 길거리의 꽃이나 하늘의 뭉개구름을 보여줘야 할 판인데,... 그래서 작가들의 머릿속에서는 별 생각이 다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

 

나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출근했다. 방송이 코앞인데 아이템을 찾지 못했거나 출연자 섭외를 못했을 땐, 다리가 무너져 버렸으면 했다. 내의지로 멈추지 못하는 시간을 불가항력이 막아줬으면 했던 것이다. (……)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세상은 온통 난리가 나고, 한동안 방송 아이템 걱정은 덜 것이다. 하지만 진정 원하는 바는 그게 아니었다.’  (123 - 124)

 

그런 심정,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런 심정을 방송작가들을 안고 산다.

그런 기록들을 저자는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다시, 이 책은?

 

살아가는데 쉬운 일은 없다는 것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방송작가들의 세계가 이런 줄은 전혀 몰랐다. 그저 몇 사람의 경우만 듣고 보고 해서, 화려한 모습만 생각했었다.

물론 다 그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시간과 소재에 쫓겨 만들어지는 줄, 그래서 스트레스 엄청난 직군이라는 것 예상 밖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보고 듣는 방송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래서 그 방송을 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방송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방송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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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
한수운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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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이 책은?

 

이 책, 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는 역사책이며, 철학책이기도 하다.

역사책이란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가면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철학책이라고 하는 것은 결정적 한 마디한 마디가 바로 철학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세계사 흐름을 살펴본다.

 

세계 역사는 곧 사건들과 인물들의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세계사를 인물들을 통해서 알수가 있다. 일단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로 구분하고 있기에 각 시대별로 등장하는 인물을 갈무리 해 놓으면, 머릿속에 시대가 구분되어 기억이 된다.

일단 각 시대를 등장인물로 구분해 보자.

 

고대사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히포크라테스, 알렉산더, 디오게네스,

아리스토텔레스, 다모클레스, 붓다, 공자, 아쇼카,

사마천, 피로스, 아르키메데스, 한니발, 스키피오,

율리우스 카이사르, 키케로, 클레오파트라.

 

중세사

예수 그리스도, 콘스탄티누스, 히파티아, 샤를마뉴 대제, 칭기스 칸,

단테와 베아트리체, 성녀 잔 다르크, 콜럼버스, 코페르니쿠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마르틴 루터, 도쿠가와 이에야스,

엘리자베스 여왕, 셰익스피어, 갈릴레오.

 

근대사

데카르트, 스피노자, 파스칼, 아이작 뉴턴,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나폴레옹, 애덤 스미스, 베토벤. 괴테,

조지 워싱턴, 찰스 다윈, 링컨, 칼 마르크스, 니체,

비스마르크, 고흐.

 

현대사

윈스턴 처칠, 에디슨, 라이트 형제, 아인슈타인, 마하트마 간디.  

 

왜곡된 사실, 잘 못 알려진 사실 바로 잡아야

 

역사에 잘 못 전해진 것이 많이 있다. 당시에 잘 못 전해졌던 것들, 오해했던 것들이 후대에 와서 바로 잡히는 경우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가 프랑스 백성들을 향해 내뱉은 망언으로 소개된 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말, 이게 그녀가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은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혁명세력들이 인용한 것이라 한다.

 

옛날에 어느 공주가 빵이 없다는 농부들에게

브리오 슈(밀가루로 만든 과자)를 먹게 하라고 했다.

그녀가 아는 빵의 이름이 브리오 슈뿐이었고

이것은 자기가 먹을 빵을 나눠주겠다는 호의의 말이다. (329)

 

그밖에도 잘 못 알려진 그녀의 행적, 그건 모두 혁명세력이 왕정을 무너뜨리려고 퍼뜨린 소문들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책, 328쪽 이하 참조.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으로 희한하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을 읽다보니 얽히고설킨 그 인연이라는 게,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여기 정리해 본디.

 

모차르트는 첫 번째 여행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났다. 장난을 치다 넘어진 모차르트를 그보다 한 살 많은 앙투아네트 공주가 일으켜 세워주었다. 이 때 대담하게 모차르트는 공주에게 청혼을 했다 한다. (318)

 

나중에 앙투아네트(1755-1793)가 단두대에 올랐을 때, 모차르트는?

1756~ 1791년을 살다간 그는 이미 죽은 후였다. 만일 그가 살아 마리 앙투아네트의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차르트의 라이벌이었던 살리에르는 베토벤과 인연이 있다.

베토벤은 살리에르에게서 성악곡 작곡을 배운다.(360)

 

1812년 베토벤과 괴테는 처음으로 만나 같이 산책을 하던 중에 지나가던 오스트리아 황후 일행과 마주쳤다. 이 때, 괴테는 길가로 비켜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했으나, 베토벤은 오히려 황후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한다. (365)

 

한 편 괴테는 마리 앙투아네트(오스트리아의 공주, 프랑스의 왕비)가 프랑스로 가는 길목인 스트라스부르에서 조우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위의 인물들의 인연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이에 두고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마리 앙투아네트 - 모차르트 - 살리에르 - 베토벤 - 괴테 - 마리 앙투아네트

 

명언, 아포리즘으로 삼아야 할 말들

 

구두장이여, 신발보다 더 높이는 보지 말게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화가 아펠레스의 명언이다.

자신의 그림에 갓신 만드는 구두장이가 전문성을 앞세워 그림 속의 갓신이 잘 못 그려진 것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까지 지적을 하자, 아펠레스가 한 말이다.(44)

 

전문가의 행태 하나.

어떤 전문가가 있다고 하자. 대부분의 전문가, 그 전문 영역을 넘어 자기 의견을 (그 분야애도 전문가인양) 개진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가,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했으면 다른 분야까지도 전문가 행세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이 말, 음미해보자.

 

만약 당신이 혼자 하늘 위로 올라가

아무리 멋진 우주 광경과 아름다운 별을 본다 해도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은 후에야

비로소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키케로 (우정에 대하여),(126)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 (200)

 

진실로 인간은 동물의 왕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잔인성이 동물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212)

 

새롭게 알게 된 것들

 

기원전 342, 아리스토텔레스는 고향 마케도니아로 돌아가 어린 시절 친구인 필리포스 2세의 아들, 즉 왕세자 시절의 알렉산더 대왕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추천한 일리아스는 알렉산더 대왕이 평생 읽는 책이 됐다. (61)

 

로댕의 <지옥의 문>도 지옥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며,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도 그 조각의 일부이다. (187)

 

단테는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가 죽자 그녀를 돈많은 금융업자에게 시집보냈던 그녀의 아버지와 금융업자를 증오하여 신곡의 지옥편에 지옥의 가장 밑바닥까지 추방시킴으로써 자기 식으로 복수를 했다. (184)

 

죽을뻔한 아이가 간신히 살아났다고 해서 아버지 조아생 데카르트는 아들의 이름을 다시 태어났다는 뜻의 프랑스어 르네로 지었다. (285)

 

그러고 보니, 르네 데카르트, 르네 지라르, 르네상스, 등등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양에서는 한번 자르면 다시는 뿌리가 나지 않는 탓에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440)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구분한 것처럼, 고대, 중세, 근대, 현재로 구분된 시대별 인물들을 살펴보면서, 모르는 이름이 몇이나 되는지 한번 헤아려 볼 일이다. 그 숫자가 적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름만 안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는 사람일지라도 몰랐던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놓치면 안 된다.

 

이 책은 인물, 인물의 행적, 그들의 어록을 통해서, 그들이 말과 행적이 얽혀 어떻게 세계가 흘러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와 철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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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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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이 책은?

 

이 책 비밀과 오해는 소설이다.

저자는 E, Crystal, 이름이 외국인처럼 보이나 한국인인 것이 분명하다.

 

<2010년 단편소설 길 잃은 도로시를 출간한 이래 스무여 편의 소설을 썼다.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젊은 남녀의 현대적 사랑이야기를 다룬 첫 단편 길 잃은 도로시는 앱스토어 출간과 동시에 북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카테고리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단숨에 20만 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했다.>

 

이 소설 역시 저자가 그림도 중간 중간에 그려놓아, 줄거리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을 알아보자.

 

우선 세 자매가 등장한다. 세주, 유주, 비주.

학원 강사. 출판사 편집 디자이너.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이 자매를 둘러싼 남자들이 줄거리를 끌어가고 있다.

세 자매를 둘러싼 남자들의 행태를 생각하다 보니, 유행가 가사  하나가 떠오른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

 

세주에게는, 형석과 승현

유주에게는, 진우

비주에게는 동욱이 있다.  

 

그다음, 줄거리를 어느 정도 언급해야 하는데 이 소설은 줄거리를 말한다는 게 스포일러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위에 언급한 등장인물 정도만 알고 읽기 시작해야 <비밀과 오해>가 가져오는 그 애매모호함과 어색함, 그 말할 수 없었던 그 암울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책을 읽어갈 수 있다. 줄거리를 미리 알면 긴장감이 조기 해소되어 소설적 재미를 느낄 여지가 없어진다. 그러니 줄거리를 모른 채 읽어야 후반부에서 세 자매를 둘러싼 <비밀과 오해>가 풀릴 때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일단 소설 전반부에 세 자매에 흐르고 있는 기류를 알아보자.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비밀과 오해>는 무엇일까?

 

세 자매 사이에 형성된 <비밀과 오해>는 맏이인 세주의 결혼식 전날, 결혼하기로 된 남자 형석이 자살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38)

마침 그 현장에 세주, 유주, 그리고 비주가 있었다.

 

그러면 세 자매가 그 현장에서 각각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일까?

<그 일이 있고부터 세주와 유주와 비주는 무얼 드러내고 숨겨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자매가 되어 버렸다.> (175)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데서 <비밀과 오해>가 생겨난다.

 

그러니,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는 것만 기록해 둔다.

 

세주 :

섣불리 물을 수 없었어. 진실이 무엇이 되었든, 너희가 스스로 말해 주기 전까진.” (240)

 

비주 :

아무도 내겐 묻지 않았어요.” (232)

그래도 한 번쯤은 물어봐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23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내색하면 안 된다.상처 입은 기색조차 보이면 안 된다. 상대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들개처럼 거칠고 잔인해진다. (109)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의 주제를 저자는 프롤로그에필로그에 함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 :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전부 사실일까요?

 

에필로그 :

당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숱한 비밀과 오해 때문에

나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이 작품 안에 담겨있는 세 자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 모두의 모습이 들어있다. <비밀과 오해>의 실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삶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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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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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이 책은?

 

이 책 자기만의 방은 저자인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뉴넘 대학과 거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에세이 형식으로 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은 그 후 페미니스트 운동에 영감을 주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문학사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우선,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건 영국의 경우를 주로 살펴보고 있긴 하나 일본의 작가도 언급되고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패니 버니, 제인 오스틴으로부터 조지 엘리엇, 레베카 웨스트(57), ....

 

그 다음 여성 작가가 각 시대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제목이 자기만의 방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를 제시한다.

예컨대, <세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75쪽 이하)

 

주디스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누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고향에서 기초 문법학교를 다닌다.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을 읽으며 공부를 한 다음에 런던으로 가 극작가로 성공을 하는 반면, 누이 주디스는 어떻게 될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주디스,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런던으로 가긴 갔으나,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다. 대신 배우 겸 감독인 닉 그린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어느 겨울 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재능을 가졌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 그게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연이어 펼치는데, 제인 에어12장을 예로 든다.  

 

<저는 12장을 펼쳤고 제 눈은 이 문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고 싶으면 누구든 나를 비난해도 좋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샬럿 브런테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궁금했습니다.> (109)

 

그 다음에 제인 에어의 본문을 인용한다. 거의 한 쪽 정도.

그리고 인용된 문장을 건너고, 이윽고 다시 버지니아 울프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자신의 등장인물들에 관해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전쟁 중입니다.>(112)

 

남성은 그렇지 않은데, 여성은 자신의 운명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여성은 픽션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오로지 남성과 연관이 되어야만, 연인이 된다거나 어머니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등장한다.

남성이 없으면, 여성은 스스로 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상황을 거꾸로 생각해 보자 한다.

예를 들어 작품 속 남자들이 오직 여성의 연인으로만 표현되고, 다른 남자들의 친구나 사상가나 몽상가인 적은 결코 없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그들에게 할당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132)

 

그래서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나오는 이 구절,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된다.

<클로에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129)

 

맨스플레인

 

<당시 소설을 썼던 그 천명의 모든 여성 가운데서 그들만이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를 - 이걸 써라, 저걸 생각해봐라 - 깡그리 무시했습니다.>(119)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라는 말에서 맨스플레인의 그림자가 그때부터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럴진대 그때는 오죽했을까?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애틀랜틱의 릴리 로스먼은 맨스플레인을 "흔히 남자가 여자에게,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정의하였고, 리베카 솔닛은 남성의 "과잉 확신과 무지함"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속한다고 보았다. (위키 백과)

 

위키백과에서 <이 신조어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 발단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비록 맨스플레인(mansplain)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이 문장이 시초가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여자들한텐 결코 30분의 시간도 없어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 말예요.” (107)

 

, 지금 저의 믿음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교차로에 매장된 이 시인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과 제 속에, 또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수많은 다른 여성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179)    

 

이 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간혹 여성이 저자인 책들 <머리말>에 보면, 아이들 다 재운 다음에 거실에 홀로 나와 글을 쓴다는 말, 한 두번 듣는 게 아니다.

 

마음이란 건 확실히 몹시 신비로운 기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 일려진 건 거의 없습니다. (154)    

 

이 구절을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마음이란 확실히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적으로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입니다.> (민음사, 147)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

 

조지 엘리엇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 작가다. 여성이나 남자 이름으로 필명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를 발견했는데, 전에 영어로읽는세계명작으로 읽은 적이 있었다는 것, 알게 된다.  

 

메리 카마이클

 

처음 듣는 인물이라 여러 방법으로 찾아보았으나, 어떤 인물인지 잡히지 않았다.

저자는 분명 <현존하는 작가들 책이 꽂힌 서가에 와 있습니다. (……) 무작위로 그 중 하나를 꺼냈습니다. 책꽂이 제일 끝에 꽂혀 있었고, 제목은 삶의 모험인가 뭐 그런 것으로, 메리 카마이클이 썼고 바로 이번 달 10월에 출간되었습니다.> (126)라고 했으니, 실존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찾고, 찾다가 이런 글 발견했다.

<the other reason you can't find a copy of Life's Adventure is that Woolf made up both Mary Carmichael and her novel.>

 

이런 사실 알고 나니, 그녀를 언급한 126쪽 이하를 다시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기 어렵다. 1장부터 읽으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려고 작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어내자고 덤벼든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번역본도 다른 것(민음사 판)으로 몇 번 시도하다가 번번이 1장에서 걸려 넘어졌다.

해서 방법을 바꿔 시도했다. 1장을 건너뛰고 2장부터 읽기 시작한 것. 그러니 재미있게 술술 읽혀졌다. 그러니 혹시 1장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독자들이 계시다면 2장부터 읽어보시라. 물론 2장부터 읽어서 6장을 마치면 저절로 1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는 1장도 쉽다. 엄청나게!

 

이 책 역시 버지니아 울프가 즐겨 쓰는 의식의 흐름기법이 수시로 등장하긴 하지만, 몇 개 문장만 잘 읽어낸다면, 그 뒤로는 오히려 그 의식을 따라가는 글 읽기,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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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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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이 책은?

 

이 책 인간의 척도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마르코 말발디,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다. 노르말레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전작으로는 바텐더 마시모와 네 명의 나이 많은 형사들이 등장하는 바 루메 시리즈등이 있다. 그는 범죄 소설로 이솔라델바 상카스티글리온첼로 상을 받았다.>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

전 세계 17개국 출간 화제작>이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불리는 다 빈치야말로 우리가 풀고 싶은 궁극의 미스터리다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여하튼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1493년 가을, 루도비코 일 모로의 궁중에서 시작된다.

밀라노 공국이다.

 

읽기 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실제인물인지, 실제인물이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로도비코 일 모로"는 실제 인물.

"로도비코 일 모로"는 별명이고,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

 

체칠리아 갈레라니(Cecilia Gallerani)도 실제인물, 그녀는 일 모로의 정부로, 다 빈치가 그녀의 초상을 그린다.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1489년에서 1490년 사이)

 

루크레치아 크리벨리, 역시 일 모로의 정부로, 다빈치는 그녀의 초상도 그린다.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

 

밀라노와 다빈치 :

다빈치는 30세에 밀라노에 와서, 17년간을 지냈는데, 이 기간 동안 회화는 단 8점을 그렸다.

[서른이 된 레오나르도는 밀라노로 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밀라노는 피렌체 보다 큰 도시였다. 예술과 과학과 학문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스포르차 공작의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17년 동안 머물렀다. 이 시절 그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식물학, 광학, 수력학, 천문학, 해부학 등 온갖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그는 웬만한 학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편 레오나르도는 자코모라는 열 살짜리 사내 아이를 집으로 들였다. “소년 두 명 몫의 음식을 먹고, 소년 네 명 몫의 말썽을 일으키는이 아이에게 레오나르도는 살라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살라이는 악마라는 뜻을 지닌 말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에게 그는 제자이자 조수였으며, 아들 같은 동료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제자 중 지아코모 라는 제자가 살라이다. 따라서 그는 실제인물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 역시 실제인물이다. 어머니 없이는 그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으므로.

 

누군가는 죽어야 이야기가 성립된다.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다, 소설이 소설의 얼개를 갖추려면, 그것도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다 빈치의 옛 제자였던) 람발도 치티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문제는 자연사냐, 변사냐? 병사냐, 타살이냐?

 

일 모로 앞으로 불려온 다 빈치는 시체를 해부한 다음에, 타살임을 밝혀낸다.

이러한 일이 있고도, 줄거리는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신 프랑스에서 온 사절이 다 빈치의 공책을 뺏으려 하는 장면으로 포커스를 돌려 보여 준다. 마치 그것이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인 것처럼. 다 빈치의 공책에는 다빈치가 연구하는 신무기 설계도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 도 함께.

 

그래서 독자들은 그쪽으로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래서 다 빈치가 하는 행동과 일 모로의 모습에 별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되는데.....바로 이게 저자가 노리는 것.

정작 사건의 진상은 다른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더 이상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이니.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된 것만  인용해 둔다.

 

우리는 그분이 모든 것의 척도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뭔가로 그걸 사야만 합니다. 그걸 측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통화가 필요해요. 그래야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측정할 유일하게 정당한 통화는 신이에요!” (309)

 

디오다토 신부가 마지막 장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346쪽)

 

이건 다 빈치의 말이다.

척도, 인간의 척도, 그게 무엇일까? 화폐일까, 아니면 자연, 혹은 다른 어떤 것일까?

 

다시, 이 책은?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다 빈치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분주히 나다니는 작품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일은 다 빈치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 빈치를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여지껏 밝혀지지 않은 다 빈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해서 다 빈치가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무언가 보여주며 다 빈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내용을 기대한 것, 그래서 아쉽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날 은행으로 와서 돈을 돌려 달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307)

 

이런 말을 굳이 다 빈치를 시켜 할 필요가 있을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사건 해결은 셜록 홈즈에게....아니면 은행원 출신인 한자와 나오키 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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