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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인간의 척도
이 책은?
이 책 『인간의 척도』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마르코 말발디,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다. 노르말레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전작으로는 바텐더 마시모와 네 명의 나이 많은 형사들이 등장하는 『바 루메 시리즈』 등이 있다. 그는 범죄 소설로 ‘이솔라델바 상’과 ‘카스티글리온첼로 상’을 받았다.>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
전 세계 17개국 출간 화제작>이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불리는 다 빈치야말로 우리가 풀고 싶은 궁극의 미스터리다”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여하튼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1493년 가을, 루도비코 일 모로의 궁중에서 시작된다.
밀라노 공국이다.
읽기 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실제인물인지, 실제인물이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로도비코 일 모로"는 실제 인물.
"로도비코 일 모로"는 별명이고,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다.
체칠리아 갈레라니(Cecilia Gallerani)도 실제인물, 그녀는 일 모로의 정부로, 다 빈치가 그녀의 초상을 그린다.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1489년에서 1490년 사이)
루크레치아 크리벨리, 역시 일 모로의 정부로, 다빈치는 그녀의 초상도 그린다.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
밀라노와 다빈치 :
다빈치는 30세에 밀라노에 와서, 17년간을 지냈는데, 이 기간 동안 회화는 단 8점을 그렸다.
[서른이 된 레오나르도는 밀라노로 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밀라노는 피렌체 보다 큰 도시였다. 예술과 과학과 학문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스포르차 공작의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17년 동안 머물렀다. 이 시절 그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식물학, 광학, 수력학, 천문학, 해부학 등 온갖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그는 웬만한 학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편 레오나르도는 자코모라는 열 살짜리 사내 아이를 집으로 들였다. “소년 두 명 몫의 음식을 먹고, 소년 네 명 몫의 말썽을 일으키는” 이 아이에게 레오나르도는 ‘살라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살라이는 악마라는 뜻을 지닌 말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에게 그는 제자이자 조수였으며, 아들 같은 동료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제자 중 지아코모 라는 제자가 살라이다. 따라서 그는 실제인물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 역시 실제인물이다. 어머니 없이는 그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으므로.
누군가는 죽어야 이야기가 성립된다.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다, 소설이 소설의 얼개를 갖추려면, 그것도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다 빈치의 옛 제자였던) 람발도 치티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문제는 자연사냐, 변사냐? 병사냐, 타살이냐?
일 모로 앞으로 불려온 다 빈치는 시체를 해부한 다음에, 타살임을 밝혀낸다.
이러한 일이 있고도, 줄거리는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신 프랑스에서 온 사절이 다 빈치의 공책을 뺏으려 하는 장면으로 포커스를 돌려 보여 준다. 마치 그것이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인 것처럼. 다 빈치의 공책에는 다빈치가 연구하는 신무기 설계도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 도 함께.
그래서 독자들은 그쪽으로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래서 다 빈치가 하는 행동과 일 모로의 모습에 별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되는데.....바로 이게 저자가 노리는 것.
정작 사건의 진상은 다른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더 이상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이니.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된 것만 인용해 둔다.
“우리는 그분이 모든 것의 척도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뭔가로 그걸 사야만 합니다. 그걸 측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통화가 필요해요. 그래야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측정할 유일하게 정당한 통화는 신이에요!” (309쪽)
디오다토 신부가 마지막 장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346쪽)
이건 다 빈치의 말이다.
척도, 인간의 척도, 그게 무엇일까? 화폐일까, 아니면 자연, 혹은 다른 어떤 것일까?
다시, 이 책은?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다 빈치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분주히 나다니는 작품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일은 다 빈치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 빈치를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여지껏 밝혀지지 않은 다 빈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해서 다 빈치가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무언가 보여주며 다 빈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내용을 기대한 것, 그래서 아쉽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같은 날 은행으로 와서 돈을 돌려 달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307쪽)
이런 말을 굳이 다 빈치를 시켜 할 필요가 있을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사건 해결은 셜록 홈즈에게....아니면 은행원 출신인 한자와 나오키 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