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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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이 책은?

 

이 책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이다.

제목이 조금 살벌하지만, 그 제목에 방송작가의 애환이 담겨 있다.

 

저자는 김선영, <2007년 지상파 휴먼다큐멘터리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방송은 지긋지긋하다며 10년간 했던 TV프로그램 구성작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방송 만드는 일로 다시 돌아갔다. 억지로 만드는 남의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썼더니 책이 됐다.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을 쓴다. 소소하게 글쓰기 강의와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브런치 필명 :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방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단 작가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메인작가 1, 서브 작가 서너 명, 그리고 막내작가가 1명인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120)

서브 작가가 방송할 내용 한 꼭지씩을 맡아 진행한다.

그리고 이 팀은 방송국 소속이 아니라, 외주 회사에 속한다.

한 회사에서 일주간에 하루 분을 맡아 제작하여 방송국으로 보내면,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식이다.

 

<(외주 회사에서) 피디의 일차 편집본이 나오면 함께 영상을 다듬었고, 메인작가와 팀장의 내부 시사를 거쳤다. 피드백을 받은 후 다시 영상을 뜯어 고쳤다. 이쯤 되면 새벽 다섯 시, 이제는 원고를 써야 한다.

아침 생방송은 오전 여덟시, 아무리 늦어도 일곱 시 반까지는 방송국 본사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리포터와 입을 맞추어 한 번이라도 리딩을 해 볼 수 있다.>(128)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정을 일반인들이 알 리가 있나?

그래서 이런 말은 아주 생경하게 들리는 것이다.

 

<아나운서가 날씨 이야기나 최신 이슈로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물론 메인 작가가 쓴 멘트다. 가끔 아나운서가 하는 말을 아나운서가 직접 썼다고 오해하는 시청자가 있어서 좀 서운했다.> (129)    

 

나도 오해했던 시청자 중에 한 명이다적어도 오프닝 멘트 정도는 아나운서가 직접 생각하거나 써서 말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이제 그 말을 하는 (진짜 하는) 작가들이 눈에 보인다.

 

그렇게 방송을 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방송거리를 찾아, 그것을 구체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방송작가들이다.

 

저자는 방송작가가 되기 위하여 방송아카데미를 거쳐, 막내 작가부터 시작하여 메인 작가가 되어, 방송작가의 길을 걸었다.

 

책 제목에 대한 변명

 

책 제목 -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에 대한 변명을 독자인 내가 하고자 한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다. 살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자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게 무얼까?

 

방송하려면, 방송할 거리, 소재가 있어야 한다. 그건 사건 사고가 있거나 혹은 사건 사고가 아니더라도 어떤 아이템이 있어야 방송에서 그것을 소재로 하여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작가들을 그런 소재를 찾아 헤맨다.

 

심지어 퇴근 후에 집에 가서도 각자의 시간대를 정해서 아이템을 사수한다고 한다. (122)

 

내가 새벽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맡았다고 하면, 알람을 맞춰 일어나고 노트북을 뒤진 뒤 <연합뉴스>를 일분에 한 번씩 새로 고침하곤 했다. 사건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122)

 

그러나 사건이 매번, 매양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하는 수 없이 길거리의 꽃이나 하늘의 뭉개구름을 보여줘야 할 판인데,... 그래서 작가들의 머릿속에서는 별 생각이 다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

 

나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출근했다. 방송이 코앞인데 아이템을 찾지 못했거나 출연자 섭외를 못했을 땐, 다리가 무너져 버렸으면 했다. 내의지로 멈추지 못하는 시간을 불가항력이 막아줬으면 했던 것이다. (……)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세상은 온통 난리가 나고, 한동안 방송 아이템 걱정은 덜 것이다. 하지만 진정 원하는 바는 그게 아니었다.’  (123 - 124)

 

그런 심정,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런 심정을 방송작가들을 안고 산다.

그런 기록들을 저자는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다시, 이 책은?

 

살아가는데 쉬운 일은 없다는 것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방송작가들의 세계가 이런 줄은 전혀 몰랐다. 그저 몇 사람의 경우만 듣고 보고 해서, 화려한 모습만 생각했었다.

물론 다 그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시간과 소재에 쫓겨 만들어지는 줄, 그래서 스트레스 엄청난 직군이라는 것 예상 밖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보고 듣는 방송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래서 그 방송을 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방송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방송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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