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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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이 책은?

 

이 책 자기만의 방은 저자인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뉴넘 대학과 거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에세이 형식으로 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은 그 후 페미니스트 운동에 영감을 주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문학사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우선,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건 영국의 경우를 주로 살펴보고 있긴 하나 일본의 작가도 언급되고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패니 버니, 제인 오스틴으로부터 조지 엘리엇, 레베카 웨스트(57), ....

 

그 다음 여성 작가가 각 시대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제목이 자기만의 방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를 제시한다.

예컨대, <세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75쪽 이하)

 

주디스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누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고향에서 기초 문법학교를 다닌다.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을 읽으며 공부를 한 다음에 런던으로 가 극작가로 성공을 하는 반면, 누이 주디스는 어떻게 될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주디스,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런던으로 가긴 갔으나,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다. 대신 배우 겸 감독인 닉 그린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어느 겨울 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재능을 가졌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 그게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연이어 펼치는데, 제인 에어12장을 예로 든다.  

 

<저는 12장을 펼쳤고 제 눈은 이 문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고 싶으면 누구든 나를 비난해도 좋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샬럿 브런테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궁금했습니다.> (109)

 

그 다음에 제인 에어의 본문을 인용한다. 거의 한 쪽 정도.

그리고 인용된 문장을 건너고, 이윽고 다시 버지니아 울프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자신의 등장인물들에 관해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전쟁 중입니다.>(112)

 

남성은 그렇지 않은데, 여성은 자신의 운명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여성은 픽션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오로지 남성과 연관이 되어야만, 연인이 된다거나 어머니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등장한다.

남성이 없으면, 여성은 스스로 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상황을 거꾸로 생각해 보자 한다.

예를 들어 작품 속 남자들이 오직 여성의 연인으로만 표현되고, 다른 남자들의 친구나 사상가나 몽상가인 적은 결코 없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그들에게 할당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132)

 

그래서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나오는 이 구절,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된다.

<클로에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129)

 

맨스플레인

 

<당시 소설을 썼던 그 천명의 모든 여성 가운데서 그들만이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를 - 이걸 써라, 저걸 생각해봐라 - 깡그리 무시했습니다.>(119)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라는 말에서 맨스플레인의 그림자가 그때부터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럴진대 그때는 오죽했을까?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애틀랜틱의 릴리 로스먼은 맨스플레인을 "흔히 남자가 여자에게,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정의하였고, 리베카 솔닛은 남성의 "과잉 확신과 무지함"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속한다고 보았다. (위키 백과)

 

위키백과에서 <이 신조어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 발단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비록 맨스플레인(mansplain)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이 문장이 시초가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여자들한텐 결코 30분의 시간도 없어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 말예요.” (107)

 

, 지금 저의 믿음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교차로에 매장된 이 시인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과 제 속에, 또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수많은 다른 여성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179)    

 

이 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간혹 여성이 저자인 책들 <머리말>에 보면, 아이들 다 재운 다음에 거실에 홀로 나와 글을 쓴다는 말, 한 두번 듣는 게 아니다.

 

마음이란 건 확실히 몹시 신비로운 기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 일려진 건 거의 없습니다. (154)    

 

이 구절을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마음이란 확실히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적으로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입니다.> (민음사, 147)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

 

조지 엘리엇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 작가다. 여성이나 남자 이름으로 필명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를 발견했는데, 전에 영어로읽는세계명작으로 읽은 적이 있었다는 것, 알게 된다.  

 

메리 카마이클

 

처음 듣는 인물이라 여러 방법으로 찾아보았으나, 어떤 인물인지 잡히지 않았다.

저자는 분명 <현존하는 작가들 책이 꽂힌 서가에 와 있습니다. (……) 무작위로 그 중 하나를 꺼냈습니다. 책꽂이 제일 끝에 꽂혀 있었고, 제목은 삶의 모험인가 뭐 그런 것으로, 메리 카마이클이 썼고 바로 이번 달 10월에 출간되었습니다.> (126)라고 했으니, 실존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찾고, 찾다가 이런 글 발견했다.

<the other reason you can't find a copy of Life's Adventure is that Woolf made up both Mary Carmichael and her novel.>

 

이런 사실 알고 나니, 그녀를 언급한 126쪽 이하를 다시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기 어렵다. 1장부터 읽으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려고 작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어내자고 덤벼든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번역본도 다른 것(민음사 판)으로 몇 번 시도하다가 번번이 1장에서 걸려 넘어졌다.

해서 방법을 바꿔 시도했다. 1장을 건너뛰고 2장부터 읽기 시작한 것. 그러니 재미있게 술술 읽혀졌다. 그러니 혹시 1장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독자들이 계시다면 2장부터 읽어보시라. 물론 2장부터 읽어서 6장을 마치면 저절로 1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는 1장도 쉽다. 엄청나게!

 

이 책 역시 버지니아 울프가 즐겨 쓰는 의식의 흐름기법이 수시로 등장하긴 하지만, 몇 개 문장만 잘 읽어낸다면, 그 뒤로는 오히려 그 의식을 따라가는 글 읽기,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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