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100 - 알수록 다시 보는
토마스 불핀치 지음, 최희성 옮김 / 미래타임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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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00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알수록 다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00>,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토머스 불핀치가 쓴 원전을 최희성이 엮어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체계화와 예술적 형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시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책을 펴내려면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이 책은 몇가지 면에서 돋보이는 점이 있다.

 

첫째,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본령인 신들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저자들이 '이야기 꼬아 만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다른 책들과 차별화를 기한다고 이야기를 꼬아버리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신들의 모습이 감춰지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과도한 스토리텔링에 의존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담백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그리스의 신들과 로마의 신들부터 차분하게 소개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신이 어떻게 등장하며,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말해 주고 있다.

 

둘째,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또 다른 점은 한 명 한 명 신들을 구분하여 살펴보고 있다.

다른 책들의 경우에는 주요한 신을 설명하는 가운에 곁다리로 같이 등장하는 신들도 있어, 독자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신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100가지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빠진 신들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셋째, 목차에 100가지 이야기 목록을 제시하여 독자들이 참고하고자 하는 신의 이야기 꼭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예컨대, 헤라클레스의 경우, 다른 책에서는 헤라클레스 라는 단일 항목으로 관련 이야기를 모두 모아 놓았기에 '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라는 이야기 항목을 찾으려면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 찾아야되는데, 이 책은 바로 목차만 보고도 해당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하게 편집이 되어 있다.

 

다시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림으로 예술적 형상화를 이루어낸 점이다.

 

글자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지만, 그렇게 문자로만 구성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은 아무래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후에 많은 화가들이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지로 형상화 시켜놓았다. 그런 그림은 어느 덧 명화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그림 한폭이 스토리 대신 신화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경우도 생기게 된 것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은 정도로 거장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매료되어 신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창조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글에 이미지가 어울려야만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제대로 보이게 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런 이미지를 어떻게 글과 조화시키느냐가 차별화의 주요 포인트가 되는데, 이 책은 일단 판형을 크게 하여 그림들을 담아내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 놓았다. 또한 그림들을 조각내어 부분만 소개하기 보다는 전체를 보여주는 식으로 한 면 전체를 할애하는 등, 독자들이 보기에 편하도록 편집을 해 놓았으니, 이 책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으로 수준급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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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했을 때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것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한혁섭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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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했을 때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지구가 평평했을 때인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 내용을 부제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 것>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에 대하여 잘 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살펴보는 내용이다.

 

저자는 그레이엄 도널드. 저자 소개를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더 구체적인 소개가 없어 안타까운데, 그는 <대중의 오해단어의 의미를 소재로 아홉 권의 책을 썼다>한다.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것, 그러니 잘못 알려진 것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저자의 이 책, 분야는 과학이다. 과학에 대하여 잘 못 알려진 것들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한 때 상식으로 알려진 것들, 그래서 모두들 그 효과를 맹신하면서 달려들어 함께했던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어떤 마음이 들까?

지금껏 책을 읽으면서 진리, 아니 진리까지는 아닐지라도 옳다고 여긴 것들이 알고 보니 거짓, 엉터리라는 게 밝혀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

 

허탈한 마음, 배신당한 기분, 그런 상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스컴을 장식했던 사건들인데, 모두들 그런 주장이 맞는 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군인의 행군으로 현수교가 무너질 수 있다.

잠재의식 메시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아이가 똑똑해 진다.

아프리카와 폴리네시아에 식인종이 있었다.

 

군인들이 발을 맞추어 행진하면서 다리를 건너면 공진현상이 일어나 다리가 붕괴되는 일이 벌어진다는데, 이는 얼마전에도 매스컴을 통해 들었던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사실일까?

이 책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

 

<다리 붕괴는 강풍이 부는 동안 발생한 다양한 진동으로 도로가 극단적으로 뒤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다리가 바람에 출렁이면서 현수 케이블에 너무 큰 압력이 작용한 것도 다리의 붕괴를 초래했을 거라고 덧붙였다.>(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이 발맞추어 행진하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오류는 지금도 미신처럼 남아 병사들이 다리를 건널 때, 발맞춤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

 

하기야 다리를 건널 때에 발을 맞춰 걸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걷지 않는 이유가 잘못된 과학상식 때문이라면 문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어떤 심리학책에는 그릇된 실험 결과 하나가 버젓이 진실인양 실려 있기도 한다.

바로 잠재의식 메시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 실험 결과 내용.

영화관에서 아주 짧은 순간 이미지를 보여주는 순간노출기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 라고 지시하는 플래시 이미지를 사용한 결과, 휴게실의 콜라와 팝콘 판매가 증가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 발표 이후, 잠재적 메시지의 효과는 그야말로 날개단 듯 증폭되어 각종 분야에 활용되기에 이른다. 그 중에 하나 모차르트 효과도 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거의다 모차르트 음악 CD를 사거나 선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결과는 초라했다.

실험을 했다는 극장을 방문해 본 결과, 그 극장의 크기에 놀랐다는 것. 실험자가 주장한 기간에 실험인원을 다 수용하기에는 너무 작은 극장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은 그것이 허위로 밝혀져도 여전히 믿는다.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는 위의 내용을 진실로 믿고 생활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모차르트 효과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다시 이 책은?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내용만 숙지하고 있어도몰상식 수준은 면할 것인데,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목차를 통해서 살펴보자.

 

- 두개골 측정으로 개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 군인의 행군으로 현수교가 무너질 수 있다.

- 모든 비금속은 금으로 바꿀 수 있다.

- 히스테리는 여성에게만 나타나며, 생식기 자극으로만 완화할 수 있다.

- 담배로 병을 고칠 수 있다.

- 원숭이 고환으로 정력을 회복할 수 있다.

- 인간의 번식 선택으로 사회에서 약자를 걸러 낼 수 있다.

- 지구는 평평하다.

- 잠재의식 메시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

- 코카인과 헤로인으로 많은 병을 고칠 수 있다.

- 악취와 비위생적인 몸 때문에 병이 생긴다.

- 인류의 진화 과정에 잃어버린 고리가 있다.

- 아프리카와 폴리네시아에 식인종이 있었다.

- 중세의 흑사병은 가래톳 페스트이고 쥐벼룩이 전염시켰다.

- 어머니 옛 애인의 유전자를 아이가 가졌을지도 모른다.

- 지하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 외부 자기력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생명 에너지를 동물은 가지고 있다.

- 몸은 네 개의 체액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고 세 가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진리 아닌 진리에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런 허위는 허위로 밝혀져도 여전히 사실로, 진실의 가면을 벗기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이런 책을 부지런히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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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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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바벨탑 공화국』, 부제는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저자는 강준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논객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살피고 드러내며, 우리의 대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의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제목부터 짚어보자.

바벨탑하면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건축물, 탑이다.

구약 성서 창세기 11장에 나오는데,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으로 지어진 탑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자는 마음으로 올린 탑이기 때문에 욕망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바벨탑에 우리 현실을 투영해본다.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전제하에 여려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목차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머리말 : 왜 한국은 바벨탑 공화국인가?

1장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 초집중화

2장 왜 지주들의 소작농 수탈은 여전히 건재한가? : 부드러운 약탈

3장 왜 조물주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

4장 왜 사회는 없고 내 집만 있는가? : 게이티드 커뮤니티

5장 왜 휴거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 소셜 믹스

6장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 전위된 공격

7장 왜 무릎 꿇리기라는 엽기 만행이 유행하는가? : 학습된 무력감

8장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 소용돌이 정치

9장 왜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파멸인가? : 지방 소멸론

10장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 지방분권의 함정

 

이 책은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해 낸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바벨탑 멘탈리티.

우리 사회가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바벨탑 멘탈리티인 것이다. 그 멘탈리티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말로 바벨탑을 근본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83)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

 

<바벨탑을 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바벨탑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것이 나오게 된 맥락에 주목함으로서 세상 모든 일의 명암을 동시에 보려는,,,,,,>(19)

 

반갑다, 이런 책 소개

 

<미국 정치학자 버트럼 그로스(Bertram Gross 1912-1997)는 고전적 파시즘 체제가 보여주던 외양은 사라졌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의 지배와 정경 유착 구조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가 억압받는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부드러운 파시즘(friendly fascism)’이라는 말을 썼다.>(66)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다. ‘부드러운 파시즘’, 아니 그 뒤의 영어 표시 friendly fascism. 어디서 봤더라? 얼마 전에 읽은 책 친절한 파시즘그 책의 영어 원제가 바로 friendly fascism였던 것이다. 그 책을 한 문단으로 정리한다면 바로 위에 인용한 내용이 되겠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 바로 그 책의 우리말 제목. 친절한 파시즘

억압하는데 친절하다, 는 말보다는 부드럽게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소환하여 재음미해보는, 책으로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 기뻤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일상이야말로 그 모든 혁명이 실패하는 원인. - 앙리 르페브르, (74)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불의를 저지르려는 인간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 라인홀드 니부어 (100)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다른 각도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사회를 비쳐주는 거울로 읽어보면 어떨까?

 

또한 저자가 보여주는 사례들은 옆집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읽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로 읽기가 두렵거든, 최소한 '우리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말하는 약발이 먹히는 것이다.

 

더하나, 이 책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다, 라는 고백도 이 책을 읽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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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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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중력인데, 소설이다. 무엇을 말하는 소설일까?

우리가 물리 시간에 배워 알고 있는 중력을 이야기하는 과학 소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 곧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을 선발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다.

 

작가와 저작 상황을 살펴보니, 저자 권기태는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중력은 그 무렵 작가의 눈에 들어온 한 탈락자의 퇴장에서 비롯되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작가는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하고 바랐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가 그대로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을 다큐멘타리 기법으로 정리해 놓은 듯, 사실적이다. 그 모든 과정을 세밀하고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문장들이 그렇게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 무렵에 김태우가 기록 작가에게 남긴 이야기이다.>(205)

<김유진이 남긴 이야기다.>(220)

 

등등, 주인공의 시점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기록 작가들이 남긴 이야기로 보충하면서 그 내막을 자세하게 서술해 놓고 있으니, 이 책은 기록문학으로 불러도 될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은 이진우, 용인에 있는 생태보호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우주에 가보는 것, 다시 말해 우주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주인을 뽑는다는 공고가 붙는다.

그것을 보고 응시한 주인공은 다섯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선발 절차를 하나씩 하나씩 통과하면서 드디어 최종 단계인 4명 안에 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

 

여기서 말하는 중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동하는 중력이 아니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짓누르는 중력, 그것도 포함하는 중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중력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상황을 보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에서 그는 압박을 당한다.

강한 압력이 작동하여, 그를 코너로 몰아 넣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런 말로 그렇게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424)

거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경우를 이런 말로 표현하면 어떨까?

마지막 우주인이 되어 우주로 갔다가 귀환한 김유진이 쓴 글이다.

 

< 땅에 내려앉은 귀환선의 해치는 열리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몸무게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무중력의 감각이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우리를 환대하는 그 무엇이었어요. 내가 이 정겨운 땅에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차올랐어요. 생의 느낌, 내 발이 땅에 탁 닿는 느낌, 내 원래 삶으로 돌아온 느낌, 그래서 아직 열리지 않은 귀환선 안에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437)

 

무중력의 세계에서 다시 중력의 세상으로 귀환한 순간, 느끼는 가슴먹먹함,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가능성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이 단단한 현실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지 못한다.> (4)

 

<세상은 원래 무대가 아닌가요. 어느 무대에 서느냐? 그게 중요하지요. 우리는 무대만큼 살고 배역만큼 살아요. 어떤 사람은 누가 볼 새라 슬그머니 드나들고, 어떤 사람은 떵떵거리면서 객석을 울리고 웃기지요. 나는 여기를 거쳐서 더 큰 무대로 갈 거야, 지구를 내려다보는 저 높은 곳으로, 그런 생각, 휴학까지 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60)

 

이 세상은 무대라는 셰익스피어의 발언이 생각나는 문장이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318)

 

다시, 이 책은?

 

결국 주인공 이진우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온 곳은?

중력이 살아 작동하는 이 지구다.

 

그는 새로운 연구소에 입사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에게 동료들이 하는 말, “너는 생각의 규모가 달라진 것 같아.”(443)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생각의 규모가 분명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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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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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제목은 미로, 이 제목에 따라오는 부제는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시간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게 펼쳐지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라 했는데, 그것은 시대 상황이 현재가 아닌 204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와는 매우 다른 과학적 시대가 주 무대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한국일보문학상과 현진건문학상 수상작가인 하창수의 장편소설 미로는 미래 2041년을 배경으로 하는 뉴사이언스 소설이다.>

 

'뉴사이언스 소설', 그 정의가 궁금하다.

 

저자는 하창수.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많은 소설을 썼고, 많은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미로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자.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미로인데미로 하면 떠올리게 되는 개념 미로(迷路)를 활용한 이름이다. 이런 대목이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의 미로(美路)가 아닌 미로(迷路)이라는 뜻으로 부르길 좋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막힌 이름이야. 모두들 아름다운 걸 좋아하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美路에 도달하기 위해선 迷路를 헤매야 한단 말이야. 하하!”

아버지는 아들 미로에게 메일을 보낼 때마다 래버린스(Labyrinth)에게라는 제목을 달았다.>(64-65)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죽은 사람이 14년 뒤의 아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317)

 

죽은 사람은 미로의 아버지 클린워스 박사,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힘쓰는 아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 미로다.

 

그 미로는 과학자다.

세계적 우주산업체 슈퍼퓨처사 산하의 스피릿 필드 연구소에서 연구원이다.

연구원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모픽 필드, 물질의 생성에 필요한 에너지의 장 이란 개념과 사이킥 필드, 정신이 만들어지는 운동장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ADM(After Death Machine). 죽은 사람의 혼령과 만날 수 있는 장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줄거리보다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 사이에 들어있는 과학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서술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그 과학적 진술들이 모두다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방향으로, 그런 모습으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이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이라 생각된다.

 

거기에는 저자가 소설로서는 드물게 기획한 장치 <인터벤션>이 존재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적혀있는 <인터벤션>의 존재다.

이 부분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는 그 자체로서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소개가 늦었다. 불쑥 끼어들어 얘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작가? 아님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다. 내레이션? 아니다.

그럼 누구? 어쩌면 당신의 무의식일 수도 있다. 아님 주인공의 무의식?>(25)

 

그런데 이 <인터벤션>에 저자는 상당히 공을 들여, 저자가 하고 싶은 말들을 모아 전하고 있다. 과학으로부터 철학, 예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소설의 줄거리 진행에 맞추어 제공하고 있어 소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쨌든 이 부분을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에 대하여 저자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장치, 주석, 보충 해석, 보충 해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다시, 이 책은?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소설 속에 들어있는 과학에 관한 서술, 진술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는 점, 그리고 제시하고 있는 책, 저서들과 저작자들이 실제인지, 가공인지, 실제인물인지 아니면 가공의 인물인지 그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가 <일러두기>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사물, 사건 등은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적인 것과 실재했거나 실재했던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별도로 구분해서 표기하지 않았다.‘고 하니, 차라리 그 것을 하단에 각주 정도로 명기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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