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국어개념 - 단어로 수능에서 논술까지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유재은 외 지음 / 푸른들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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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지만, 쉽지 않았던 과목 중에는 국어가 있었다. 수능시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단과 수업을 끊어서 들었는데, 교과서 지문을 읽으며 답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지문에 대한 이해보다는 주입식으로 외웠던 것뿐 아니라, 문제의 뜻도 정확히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단원평가 시험을 앞두고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집에서 한 번씩 풀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이가 한 두문제는 꼭 별표를 쳐서 온다. 수학은 아는데,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 뜻을 설명해 주지만 한 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 아이임에도, 문해력이 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이 책은 수능과 논술을 대비하기에도 도움이 되는 책인데, 101개의 국어의 개념 단어를 교과서 등의 지문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당연히! 다 알 거라 생각을 하면서 차례를 훑어보았는데, 의외로 나도 낯선 단어들이 몇 개 보였다. 


설의적 표현/ 신이함/ 조응




웬만한 단어는 딱 보는 순간, 아! 이 뜻하는 게 있었고 약간 알쏭달쏭 한 것들도 단어 아래 한 줄로 나온 제목을 보면 무슨 뜻인지 확 눈에 들어왔는데 비해, 위에 3 단어는 솔직히 제목을 봐도 정확하게 정의가 떠오르지 않아서 난감했다.  혹시 설의적 표현의 뜻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배우게 되었다. 설의적 표현의 예시문을 먼저 만나보자!


 친구 1 : 수행평가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내일 세 개나 있어......

친구 2 : 나도 마찬가지야. 나 오늘 잠은 잘 수 있을까?


 보통의 물음표(?)가 등장하는 경우, 질문을 뜻하고 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친구 2의 말은 친구 1에게 대답을 요하지 않는다. 이 문장 속의 의미는 "나도 수행평가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설의적 표현은 물음의 형식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더욱 강조해서 전달하는 표현법을 말한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에로 2020년 수능에 출제되었던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의 지문이 등장한다. 



 책 안에 등장하는 국어 개념 101가지는 기본적으로 정의를 알고 있어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문해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지문을 아무리 읽고 완벽하게 이해해도, 문제의 뜻을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실제 문제들을 통해 단어의 뜻을 깨닫고, 그를 응용해서 확실한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기념당 3~4 페이지 분량이기 때문에 길지 않고, 여러 번 예를 통해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책을 통해 문해력 향상은 물론 국어 지문과도 친해질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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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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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학의 발전사는 인류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한다. 과거의 과학자나 의사들에 비해 현재 일반인들이 더 의학적 지식이 뛰어나다는 것은 의학의 발달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들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의학의 발전사를 역사를 통해 구분하고, 그동안의 의학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 왔는지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설명해 준다. 참고로 전 작인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보다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5장의 그림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의미 없이 눈으로만 보고 지나갔는데, 이 또한 저자가 심사숙고하여 실은 사진과 그림이었다.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학의 발전사를 5단계로 나눈 것으로, 그림을 통해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하니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다.


 저자가 구분하는 의학의 발전은 신(신화 및 종교적 질병관) → 체액설(자연적 원인) → 해부학의 발전(특정 장소) → 분자(분자생물학 및 의학) → 인공지능혁명(정보)의 5단계이다. 앞에서 뒤로 갈수록 좀 더 과학적인 도구와 방법 그리고 연구를 통해 전문적인 의학의 영역이 갖춰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질병이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 꽤 흥미로웠다. 질(疾)과 병(病)의 합성어인 질병에서 질은 병들어 기댈 역과 화살 시가 결합된 형태로 화살에 맞아서 생긴 외상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뜻은 화살처럼 빠르게 치유되는 가벼운 병을 의미한다. 반면, 병은 병들 녁과 뜨거움을 뜻하는 남녘 병이 합쳐져서 고열을 동반한 심각한 증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물론 질병을 치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 다르겠지만, 둘은 모두 고통을 동반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 질병을 신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성경에도 신의 뜻을 거역했을 때, 전염병이 퍼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렇기에 고대인들은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의학이 문자를 만나면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체액설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했던 것인데, 이 당시의 질병은 신이 아닌 자연과 내 몸 안에 체액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 여겼다. 계절에 따라 체액의 균형이 달라지고, 그의 불균형이 바로 질병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의학에 발전에 예술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 텐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도를 떠올리면 이 둘의 상관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지만, 의학 특히 해부학에 깊은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해부도를 좀 더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실제 인체 해부에 참여하여 본 바를 그림으로 나타낸 다빈치 등의 영향으로 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해부학과 병리학의 연결고리도 갖추게 된다. 재미있었던 것은, 중세 시대에도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후 검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지금으로 보자면 법의학의 전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밖에도 극장에서 해부를 시연했다는 사실을 읽으며 참 놀랍기도 했다.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따라 또 한 번의 큰 발전을 이룬다. 눈을 볼 수 없는 유전자의 구조와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알지 못하고 많은 희생을 치렀던 각종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에 대한 치료 약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의학은 여전히 발전 중이고, 암세 표 유전자 돌연변이를 식별하여 최적의 치료 약을 찾는 표적치료와 AI를 활용하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빅데이터의 시대까지 도래하게 되었다. 


 의학의 발전은 분명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과거에는 손댈 수 없었던 질병들의 원인과 치료 덕분에 기대수명이 늘어났고, 고통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은 윤리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 또한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의 의학의 발전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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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하는 성경이야기 : 구약편 명화와 함께하는 성경이야기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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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년에 한 권 이상 미술책 읽기를 목표로 삼은 이후,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하다 보니 명화 속에 성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교회 교육부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글보다는 그림이나 화면이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우리 집 큰 아이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성경 속 이야기가 등장하는 명화 북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했다. 특히 큰 아이가 몇 년 전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명화와 함께 하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말씀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성경 중에서 구약의 말씀이 담겨있는데, 솔직히 성경의 두꺼운 부분을 생각하고 책을 보니 너무 얇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성경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창세기만 해도 다양한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창세기 밖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구약 중에서 눈에 띄는 사건의 경우는 화가들도 그림으로 그리기 어렵지 않지만, 그 반대되는 부분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지극히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얇다 했지만 성경에 비해서였고, 실제 페이지는 1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각 말씀에 대한 내용이 두 페이지 분량으로 등장하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말씀에 대한 설명과 명화에 대한 설명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풀 칼라로 해당 그림을 담았다. 

 역시 구약의 시작은 천치장조다. 천지창조하면 떠오르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떠오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천지창조의 말씀 역시 성당의 천장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전체의 그림을 다 담고 있다. 천치장조에서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9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그림을 통해 각 주제를 찾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아쉬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 장을 넘기면, 그 유명한 천지창조만 클로즈업 한 장면이 나오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천장에 둥글게 구성되어 속속들이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을 길게 펼쳐놓아서 해당 내용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바벨이라는 작품을 읽어서 그런지, 바벨탑 사건에도 눈이 갔다. 인간의 탐욕은 신에 대한 도전을 야기한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머리를 믿었고, 자신들의 힘을 신뢰했다. 그래서 더 높이높이 쌓은 탑을 통해 하늘까지 높아지려는 교만이 바벨탑을 만들었다. 결국 이 일로 세상의 언어가 나뉘게 되었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흩어지게 된다. 천치창조 처럼 피테르 브뤼헐의 작품 중 니무롯 왕의 감독과 석수들의 모습이 작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아무래도 책 안에서 창세기에 대한 분량이 월등히 많다. 40페이지 정도가 창세기를 다루고 있고, 그중에서 야곱에 분량이 또 상당하다. 창세기를 지나면 출애굽기가 등장하는데, 이 책 안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모세다. 창세기 전반의 재앙과 출애굽, 우상숭배와 십계명 등 창세기의 주옥같은 사건들이 명화로 표현되어 있다. 


명화를 마주하니, 성경에 어떤 장면인지가 기억이 난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정도만 낯설지 다른 명화들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기에 성경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 밥 자체가 많지 않고, 글자도 커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어떤 화가의 어느 시대 작품인지, 현재 어느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지로 알 수 있게 표시되어 있어서 추후에라도 찾아보기 좋을 것 같다.



 책 속에 명화 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그림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기도하는 어린 사무엘의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구역예배나 가정예배를 볼 때마다 사용하는 작은 책상이 있었는데, 그 책상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림이 바로 사무엘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그림이었다. 물론 오래돼서 긁히고 색도 바래서 이사를 하면서 상을 버리긴 했는데, 어린 시절 늘 보았던 반가운 그림이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만나니 꼭 어린 시절 친하게 놀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서 반가웠다. 당시는 이 그림의 주인공이 사무엘인 것도 몰랐는데, 오늘에서야 기도하는 꼬마가 사무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번 읽고 지나가는 말씀이지만, 화가는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말씀을 얼마나 묵상하고 생각하며 그림으로 표현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말씀 속 명화를 통해 또 다른 은혜를 받는다. 내가 다니는 교회 본당에 명화가 두 작품 양쪽 벽에 걸려있고, 계단을 올라오는 길에 큰 명화가 한 장 걸려있다. 세 작품 모두 신약을 다루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명화와 함께하는 성경 이야기 신약 편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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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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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심리묘사를 따라가다 마주하는 진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 모두 독자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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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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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암으로 사망한 은둔의 예술가 버네사 채프먼의 <분할 Ⅱ>라는 작품이 테이트모던에서 전시 중에 있었다. 근데, 이 전시를 감상했던 벤저민 제퍼리스라는 법의 인류학자가 소재 중에 있던 우제류의 흉곽이 사실은 사슴의 뼈가 아닌 인간의 것이라는 메일을 보낸다. 이미 버네사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났고, 버네사가 남긴 유언에 따라 그의 작품은 페어번 재단에 기증되었다. 버네사가 남긴 일기와 노트 등을 가지고 버네사의 유언집행자이자 상속인인 그레이스 해스웰과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던 터라, 작품에 사용된 소재가 실제 인간의 뼈인지에 대한 부분은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문제가 혹시나 언론으로 흘러들어갈 때 생길 파장이 상당했기에, 페어번 재단 측에서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기를 원했다. 결국 페이번 재단 소속의 큐레이터인 제임스 베커에게 이 일이 맡겨진다. 


 임신한 아내 헬레나를 두고 버네사 채프먼이 구매하여 죽을 때까지 은둔했던 스코틀랜드의 에리스 섬으로 향하는 베커. 하지만 이 섬은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밀물과 썰물 시간에 따라 섬으로 가는 길이 열리고 닫힌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하루의 두 번만 열리는 이 섬은 다른 어떤 섬보다 은둔의 섬으로 불린다. 그리고 현재 이 섬에는 버네사의 유언집행자인 그레이스 해스웰이 살고 있다. 일찍 길을 나섰지만, 지름길을 앞에 두고 사고로 길이 막힌다. 결국 베커는 다음 썰물 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는 사이 차 문을 두드리는 노파에게 에리스 섬에 그레이스를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결국 기다림 끝에 에리스 섬에 다다른 베커. 하지만 그레이스의 반응은 퉁명을 넘어서 그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동안 페이번 재단과의 일들로 시달렸기 때문이라 생각은 하지만, 선임이자 대학 동창인 서배스천 레녹스에게 보고할 말이 없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쫓겨나듯 섬을 떠나 근처의 펍으로 이동한 베커는 그레이스와 버네사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펍의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금 용기를 얻어 그레이스에게 메일을 보낸다.


 베커의 메일을 보고 다시 그를 받아들이는 그레이스. 우선 작품 <분할 Ⅱ>에 사용된 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들이 의심하는 것은 20년 전 사라진 버네사의 남편 줄리언 채프먼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라진 그의 행적을 어디서도 볼 수 없었고, 그의 차량 또한 발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할 Ⅱ>에 사용된 뼈가 줄리언의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는데, 그레이스는 이 사실을 한 마디로 일축한다. <분할 Ⅱ>에 사용된 뼈는 줄리언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섬에 머물며 버네사와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들은 베커는 뭔가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레이스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심리 스릴러의 매력은 인물들의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가 그 상황을 직접 겪는 것 같이 느끼며 작품 속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 TMI가 많기도 하다. 아마 이 작품 역시 그런 심리묘사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들이 촘촘하게 곁들여지기에 빠른 사건 전개를 원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지루하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을 연결한 단서와 진실들이 하나하나 풀어지면서 마주하는 또 다른 진실 앞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랐다.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와 이름이 같은 그레이스라는 인물에게 처음에는 동정의 눈길을 주며, 긍정적으로 보고 싶었는데 아... 그러기에 너무 많이 와버렸다. 책의 내용과 버네사의 일기가 교차되는 내용 속에 은둔의 섬 에리스의 짙은 안개가 책 전반에 깔려있는 느낌이 가득하다. 그래서 더 개운하지 않은 여운이 깊이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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