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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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이스트를 다룬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 과학과 수학 쪽의 천재소녀였던 한 학생이 했던 멘트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과학처럼 인간관계도 명료한 수치와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의 이야기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알드 호프만 교수 역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한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는 무엇을 말할까? 스웨덴 스톡홀름은 노벨상과 관련이 많은 도시다. 시청사에서 시상식이 열리고, 노벨상 박물관도 있다. 이 책은 노벨상을 수상한 24명의 과학자들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 뇌과학자인 스테파노 산드로네다. 사실 노벨상 중에 관심 있는 분야는 딱 한 분야(노벨문학상)다 보니, 이 책 속에 등장한 수상자들의 이름이 무척 낯설다. 다른 의미로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일반인들과 좀 다른, 소위 천재인 그들은 과연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궁금했다.

물론 그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얼핏 알 수 있다.(아무래도 이 책은 학술지가 아니기에, 과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이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HIV를 분리해냈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코로나 검사로 익숙해진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을 개발한 캐리 멀린스 등의 연구 결과처럼 용어가 익숙한 내용도 있지만, 녹색형광단백질을 발견. 개발한 마틴 챌비처럼 용어 자체도 낯선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삶과 과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후배 과학자들을 위한 미래의 조언이 주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뤄낸 그들에게 저자는 공통된 질문을 한다.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다. 그 이야기는 노벨상이 그들의 삶에 미친 영향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한 과학자는 자신이 노벨상을 탈 줄 예상했냐는 질문에 매년 동료들이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누구인지는 물어온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사람이 수상하는 경우는 10 년에 한 번 정도 맞춘다는 말과 함께 그만큼 노벨상을 탈만한 과학자들이 도처에 있다고, 자신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상을 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또 한 과학자는 노벨상을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연구가 목적이 되어야지, 상이 목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방황을 하거나, 학교를 자퇴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모를 일찍 잃었던 과학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가진 인생의 목표와 과정들을 소중하게 여겼다. 때론 그 상황을 즐기기도 하고, 주위에 모든 사람들을 통해 배움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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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우다 REːLEARN - 인생 리부팅을 위한 27가지 배움의 질문들
폴 김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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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노래 "꿈꾸지 않으면"

어린이집을 다니는 큰 아이가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노래의 가사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음이 좋네 하고 넘겼는데, 집에서도 한 번씩 연습한다고 틀어달라는 말에 같이 앉아서 가사를 접하고 보니 "다시, 배우다"의 이야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폴 김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을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맨땅에 헤딩하듯 영어를 배우며 공부를 한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도 영어를 잘 하지 못했고,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문장은 " I am hungry."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스탠퍼드대학교의 부학장이 될 수 있었을까?

책 속에 조금씩 소개되는 내용으로는 그의 이력을 알 수 없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듯 "다시, 배우다"기 때문이다. "다시"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책 표지에서 만날 수 있다. 파랑 하늘이 넓게 펼쳐진 곳에 비행기 한 대가 멈춰 있고, 그런 비행기를 만지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이미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 인사인데, 그는 무엇을 다시 배우고자 한 것일까?

살다 보면 외형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내면적인 것에는 소홀해질 때가 많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나 생계 또는 책임감 때문에,

정말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가치 있는 일을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미루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이 정말 가치를 두는 일이 무엇인지 혼동하고 있거나

잘 몰라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면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

"What do you really value the most?"

(진정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책 속의 주된 이야기는 그가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그로 인해 겪어낸 이야기다. 왜 그는 비행기 조종을 배우게 된 것일까?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자신의 지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그즈음 그는 루빈이라는 사람을 통해 부시 파일럿(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대형 비행기나 기타 교통수단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물자와 승객을 태워 나르는 조종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말은 그 어떤 것보다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물론 시작이 쉽지 않았다. 나이도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사실에 주위의 만류도 컸다. 그럼에도 그는 시작한다. 부학장인 그가 학생이 된 것이다.

 

 

 

 

사실 그는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신념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겸손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자신의 위치와 직책과 상관없이 배우려는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학생의 마음으로 열심히 배웠다. 그에게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숨만 쉬는 사람이라고...

각 장의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내가 지레 겁먹고 포기한 많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이가 많아서, 힘드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라는 각종 핑계가 내 발목을 잡기도 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부끄럽기도 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그동안 각종 핑계로 묵혀두었던 리스트 중 하나를 꺼내본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매일 꾸준한 시도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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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2-1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이군요. 노래를 들어보고 싶네요. 폴김이란 분은 대단하신 거 같아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분들로 인해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네요

명랑걸우네 2022-12-13 08:40   좋아요 1 | URL
가사가 정말 뭉클해요 책과 어우러지니 더 와닿더라구요^^
 
서점 탐정 유동인 2 - 리턴즈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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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유동인과 더 매력적인 아람형사의 두번째 이야기!! 기대됩니다.
이거 소개글만 보고도 설레는걸~~둘이 어떻게 되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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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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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주인공은 황금 그리고 키스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다. 물론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은 터라, 키스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긴 할 정도로 이름과 유명한 하나의 작품 외에는 지식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클림트의 삶과 그의 예술 그리고 그의 여러 작품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깊이 있게 이해하고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클림트 하면 자연히 떠오르는 금색이 진짜 금을 펴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클림트는 왜 그림에 금박을 넣은 것일까? 아마 클림트의 그림을 접한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의 답이 궁금할 듯싶다.

우선 클림트는 상당수 화가들이 생전에 성공을 맛보지 못했던 것과 달리 20대의 젊은 나이에 상당히 유명해졌고, 인정을 받았다. 그가 속했던 예술가 컴퍼니의 젊은 화가들(클림트, 에른스트, 프란츠 마치)은 학생이었지만 스승인 라우프베르거 교수 덕분에 공공건물의 벽화 작업을 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큰 건물들(의사당, 시청, 박물관 등)이 막 완공되던 시점이었기에 타이밍이 잘 맞기도 했다. 그들이 그린 그림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이후 그들을 찾는 계기를 만든다. 하지만 이 예술가 컴퍼니가 깨지게 된 계기는 바로 클림트의 2살 아래 동생인 에른스트가 사망하면서다. 클림트에게 가족은 그 누구보다 소중했다. 그런 클림트는 뇌출혈로 아버지를 잃고,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동생인 에른스트를 심근경색으로 잃는다. 가족의 사망은 클림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글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 이후 작업 방식의 상당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클림트는 빈을 벗어나지 않고 활동했던 화가다. 그런 그가 갔던 이탈리아 라벤나 여행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변화를 이뤄낸다. 그곳 성당에서 접한 모자이크 그림을 통해 그는 화려한 색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그의 그림에서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금박을 목격하게 된다. 클림트의 아버지가 금세공업자였다는 사실도 클림트가 그림에 금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과거 공공건물 작업을 통해 익힌 과거의 화풍과 성당의 그림을 통해 접한 모자이크를 자신의 그림에 도입하여 표현한 클림트만의 황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빠질 수 없는 나체의 여인들. 여성의 관능미를 표현해낸 그림들을 위해 클림트는 생물학의 흥미를 가지고 공부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클림트 주위에는 여성들이 많았고, 그를 통해 태어난 사생아들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을 꺼렸던 사람 중 하나다. 그가 가진 매력이 무엇이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적어도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는 책임질 줄 아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를 조화롭게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 클림트. 그의 삶과 예술을 통해 또 다른 황금시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장르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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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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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오래 배웠다. 사실 전공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악기 중에서 제일 많이 접했던 것이 피아노였기에 자연스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음악가나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될 기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알긴 알지만, 전공자는 아니기에 애매하게 알게 된 것 같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많이 알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물어왔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지는 못하는 아주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관심도 있고 좋아하긴 하지만, 클래식 관련 책을 자주 접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애매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보충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일 것 같다.

덕분에 클린이나 클래식 문외한을 위한 책들은 여러 권 접했던 것 같다. 문제는 지식도 계속 써먹어야 내 것이 된다고, 막상 읽었을 때는 이제 제대로 알겠다! 싶은 용어들이나 지식들이 시간이 지나면 또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입문용 뿐 아니라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두께감이 상당하기에 지레 겁먹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책은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글만 읽는다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QR코드를 찍어가며 저자가 추천해 주는 검증된 연주자들의 음악을 함께 듣는다면, 마치 책 속 글이 음악을 통해 말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평론가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연주했던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피아노, 첼로, 하프시코드와 같은 악기들이 주가 되는 클래식 음악들과 악기들에 대해 설명한다. 물론 상당수 클래식 입문서들이 QR 코드를 통한 음악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만의 강점이라면 저자가 설명하는 파트에 맞게 편집되어 있는 QR코드가 각 페이지 옆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저자의 설명을 백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강의를 듣거나 도슨트 설명을 듣는듯한 느낌이 가득하다.

입문자들을 위한 책의 경우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음악가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비중을 많이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클래식에 대한 이론적 지식은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에 대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협주곡이나 관현악곡, 교향곡과 실내악을 각 파트로 구성하여 음악 감상을 위한 사전 지식을 잘 구별하여 담아냈다. 사실 궁금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기 쉽지 않은(가령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나 실내악 악기 편성, 관현악곡의 순서 등) 부분들을 음악과 함께 담았기에 진정한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아는 만큼 들린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접하는 클래식은 어떨까? 조금 더 귀에 악기들의 소리 나 독주악기의 소리가 명확히 들어오지 않을까? 한 번에 전체를 다 읽어내기보다는 파트별로 조금씩 나누어 읽으며 클래식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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