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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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기는 배씨 가족의 촌철살인 판타지 활극 덕분에 유쾌하게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초능력자인 전직 국정원 스파이가 정신병원에 갇혔다? 이들은 정말 미친 사람일까? 아니면 뭔가 간계가 있었던 것일까?

아파트 경비원인 할아버지 배원기, 택시 운전기사인 아버지 배순동, 요양보호사인 어머니 양희라, 유튜버인 아들 배하준 그리고 취준생인 딸 배하늬. 이들은 가족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가족애가 넘치지도 않는다. 그런 그들이 원기의 누나인 원숙의 병문안을 갔다 돌아오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풀숲에서 작은 움직임을 듣게 되고, 산짐승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과일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들은 이상한 능력을 얻게 된다. 원기는 괴력을, 순동은 다른 종과의 소통 능력을, 희라는 수분(꽃가루를 날리는 능력)을, 하준은 치유능력을, 하늬는 달리기 능력을 갖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에 부쳐진 이 능력을 알고 찾아온 사람이 있다. 국정원 5과의 강한위였다. 그는 배씨 가족에게 누군가의 뒤를 밟도록 시킨다. 그렇게 배씨 가족은 국정원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 꽤 풍족한 생활을 하며 가족만의 집을 구매하게 된다. 그날 역시, 한위에 의해 한 사람의 뒤를 쫓아 그의 행선지를 알아오라는 일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 잔뜩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 원기는 손을 데다가 물건을 넘어뜨린다. 큰 소리에 뒤를 밟힌 사람은 그들 5명을 발견하게 되고, 초능력을 발휘하려는 순간, 유난히 발이 무거웠던 하늬는 자신의 능력이 사라짐을 느낀다. 5과의 남태성 요원에 의해 겨우 자리를 뜨게 된 배씨 가족은 남태성이 주는 음료를 마시고 잠에 빠진다. 그리고 깨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이들이 머문 정신병원은 초호화판이었다. 음식도 좋았고, 운동기구를 비롯하여 여가생활을 보내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입원 환자들의 탈출을 저지하기 위한 원장 노송해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배씨 가족은 매번 탈출을 기도한다. 물론 성공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하늬는 책 마지막 장에 자신들이 본 파란 생물 그림을 발견한다. 자신들 말고 그 생물로부터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 병원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하늬와 가족들은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한편, 병원에 입원 중인 또 다른 환자인 서이안은 자살기도를 해서 격리병실에 갇혔다 돌아오는데, 그는 하늬에게 병동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배씨 가족의 탈출을 돕기 위해 이안과 배씨 가족은 머리를 맞대는데... 과연 이들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게, 배씨 가족의 착각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들의 능력은 사실이었다. 과연 이들 말고 파란 생물로부터 초능력을 받게 된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소위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이 책 속에서 풀어지는 방식은 처참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타인의 죽음을 매도하는 것은 너무 끔찍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되면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듯 끔찍한 결말을 맛보게 될 테니 말이다. 생각지 못한 기가 막힌 반전은 아니지만, 결국은 악을 심판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마무리를 하는 배씨 가족의 모습은 일상을 살면서 남들이 모르는 초능력을 발휘해 아무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영웅을 떠올리게 해서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유발하는 케이 미스터리 식의 작품과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기회가 된다면 안세화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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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 - 반짝이는 돌멩이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1
지은지.이민아 지음, 유영근 그림 / 아르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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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웠다. 갑자기 노비라니... 사실 타입슬립이라는 자체도 흥미롭지만, 단지 흥미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과학의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숨어 있기에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과학의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만족스럽다.

초등생 김시혁(김개똥)은 비 오는 날 추모공원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섰다가 미끄러진다. 미끄러지면서 눈에 띈 흰색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어온다. 그날 밤, 신기한 돌을 만지다가 전원 비슷한 것이 보여서 눌렀는데 자고 일어나니 대나무 숲에 누워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흰 돌멩이가 번쩍이며 이름을 입력하라고 한다. 하지만 옆의 있는 진흙을 개똥으로 착각하고 개똥이라고 외치는 순간, 시혁의 이름은 김개똥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타난 문구는 머무는 곳의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어 게이지가 100% 채워지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 엄마를 만나는 게 소원인 개똥은 그렇게 낯선 공간에 홀로 남겨진다.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근처에서 가장 큰 집의 문을 두드리자, 화를 내며 나오는 여자아이 초롱이. 개똥이 물을 안 길러와서 자기가 대신하게 되었다고 냅다 화를 내는데... 개똥이는 바로 천석 마을 고대감집의 노비였던 것이다. 하루아침에 노비 신세가 된 개똥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도, 짚신도, 고봉밥에 간장과 김치뿐인 식탁도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다행히 같은 노비인 초롱이는 말투는 사납지만, 개똥과 통하는 게 많다. 사실 시혁의 아빠는 유명한 과학자였다.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빠가 늘 그리운 시혁. 근데 아빠로부터 받은 유전자 때문일까? 시혁 역시 과학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상황에서 아빠와 함께 한 과학놀이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주방 아줌마의 심부름으로 대장간을 찾은 개똥은 버려진 철 가루를 보자 아빠와 함께 만들었던 손 난로가 생각난다. 주머니에 철 가루를 담아 온 개똥은 철 가루와 소금, 물을 이용해 핫팩을 만들어서 초롱에게 선물한다. 그로 인해 초롱의 호감을 얻게 되고, 퀘스트의 게이지가 조금씩 차오른다. 35%를 달성하는 순간, 새로운 미션이 떠오르는데 검은 돌을 찾으라는 것이다. 근데 그 검은 돌의 주인이 천석 마을의 일인자이자 불같은 성격을 자랑하는 옥 사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우선 개똥(시혁)이가 유명한 과학자의 아들이라는 설정과 함께 노비지만 발명가 수준으로 과학에 관심이 많은 또 다른 인물인 초롱이 등장해서 함께 이런저런 생활의 필요하고 요긴한 제품들을 만든다. 사용된 과학실험들은 각 장의 뒷부분에 따로 설명해 주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것들이기에 실제로 해볼 수 있을 듯싶다. 그뿐만 아니라 광대인 팔복을 도와 만들었던 조이트로프의 경우 책 마지막 장에 조립할 수 있도록 별지가 수록되어 있다. 책으로만 보기에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실제로 만들어 보니 아! 하는 생각과 흥미를 돋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연 개똥은 옥사또로부터 검은 돌을 어떻게 얻어낼까? 무사히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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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2 - 리턴즈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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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이 돌아왔다. 1권을 안 읽은 나 같은 독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혔다. 책 속에는 총 4가지의 사건이 등장한다. 서점 탐정 유동인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등장인물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주인공인 유동인은 미림 서점 대리로 서점 직원이지만, 추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 관계로 탐정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강아람은 강동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형사로 유동인을 도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간다. 콤비같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데, 아람의 고백에 동인은 돌려서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1편에 등장했던 것 같은데, 2편에도 부분적으로 언급한다.)

총 4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각 계절 이름이 앞에 등장한다. 가을부터 겨울, 봄 그리고 여름까지 이어진 내용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펼쳐진다. 물론 둘의 협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 마치 둘 다 원래 직업이 탐정인가 싶을 정도로 손발이 착착 맞는다. 이렇게 사건을 파헤치고 추리하는 데는 손발이 딱딱 맞는 둘인데, 왜 연애전선은 그런 것일까?

형사라는 직업답게 더 와이드 한 성격과 행동을 지닌 아람과 달리, 동인은 서점 일과 병행하여 소설을 쓰고 있다. 그의 목표는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역국을 먹기를 여러 번. 다양한 소재를 접하기 위해 가끔은 아람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보기에는 순진하고, 여자에 과심이 없는 모쏠 느낌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아람은 동인에게 빠져드는 것도 같다. 어찌 보면 그게 전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겨울의 사건은 짧지만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사건을 벌이는 범인(?)은 자신이 주는 마지막 추억이라는 생각에 전 여친에게 그런 일을 저지르지만 글쎄... 나 같아도 감동은커녕 다시는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치가 떨릴 것 같다. 반면 가을의 사건은 5년 전 실종된 베스트셀러 추리작가를 찾는 이야기였는데, 이 사건의 범인(?)들은 유동인과 이래저래 관련이 있다. 뭔가 석연치 않게 끝맺음이 되어서 아쉽기도 했다. 범인들의 실체를 캐고 싶었는데 말이다. 특히 동인과 동창이었던, 송동지가 학창 시절 벌인 일들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심 궁금했다. 그 밖에도 보험 사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잠입수사를 하지만 결국 무전기 때문에 정체를 들킨 아람이 저지른 무모한 일은 소설이니까 이렇게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걱정이 많이 되었고, 발레학원에서 벌어지는 몰카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과정도 재미가 쏠쏠했다.

이쯤 되면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는지에 더 관심이 간다. 추리 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둘의 애정전선 말이다. 과연 동인은 책 냄새보다 아람의 냄새가 더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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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홍련 - 철산사건일 한국추리문학선 14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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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장화홍련전의 그 홍련이 주인공이다. 근데, 그녀는 죽지 않았다. 살아서 추리 마님이라는 별명으로 살고 있다. 그녀가 살아남은 이유는 단 하나. 하나뿐인 언니 장화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홍련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시시각각 홍련의 목숨을 조여오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결혼을 안한 홍련이 부인이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홍련의 생모의 남사친이었던 황 대감은 친구는 잃었지만, 하나 남은 친구의 혈육 홍련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홍련은 입양이 되지만, 양부가 역모 혐의로 죽고, 양모는 노비로 강등된다. 어찌어찌하여 홍련을 의녀로 궁에 입궐시킨 홍대감. 그녀를 홍련이라는 이름 대신 원추리라는 이름으로 신분세탁을 시킨다. 하지만 궁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홍대감은 의녀를 첩으로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녀를 작은 부인으로 맞이한다.(물론 서류상으로만 한 혼례다.) 타고난 감으로 집안에 있으면서 사건을 해결했던 홍련인지라, 추리 부인으로 불리게 된다.(얼마 전에 읽었던 대인기피증 환자였던 탐정-『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처럼 상황은 다르지만 방 안에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은 뛰어난 듯)

그러던 차, 홍련의 고향인 철산에서의 일이 한양까지 전해진다. 새로운 부사가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일에는 처녀귀신인 장화와 홍련이 연관되어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진다. 결국 홍련은 길을 나선다. 스스로 그 일의 진상과 함께 억울하게 죽은 언니 장화를 찾기 위해서다. 겨우 홍대감을 설득한 홍련은 호위무사인 무영과 몸종인 방울이와 함께 철산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결국 자비로 구아방(아이를 구하는 약방)이라는 의원을 열어 아이들을 치료한다.

이번에 철산에 부임한 사또는 정동호다. 하지만 이방을 비롯한 관아 사람들은 장례준비를 할 뿐이다. 동호는 쓰러져가는 양반 집안의 자제로 소문을 들었음에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반강제로 철산의 부사가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소문대로 귀신이 동호의 방을 찾아온다. 근데,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자매 귀신인 전소란. 전소정을 보고 놀란 동호는 정신을 잃고, 이번 사또도 사망했다는 사실에 장화는 자매 귀신을 야단친다. 다행히 동호는 잠깐 기절했을 뿐이다. 홍련이 철산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장화는 홍련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귀신을 보는 사또 정동호와 그런 정동호를 찾아와 미결 사건을 하나 둘 해결하는 장화. 언니를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홍련. 동호의 몸종으로 얼굴값을 못하는 쉰동이와 홍련의 몸종 방울이. 그리고 홍련을 사모하는 호위무사 무영.

그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면 로맨스와 추리 두 개를 다잡는다.

책 속에는 장화의 사건뿐 아니라, 다른 사건들도 등장한다. 가령 원한을 가지고 죽었다 생각한 귀신 자매의 사건의 반전을 보며, 계모라고 다 나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또 일깨워준다. 그래서 헷갈렸다. 과연 장화의 죽음과 계모는 어떻게 얽혀있는 것일까? 사실 장화와 홍련의 계모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 오히려 사기결혼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 물론 사건의 진실은 주인공 홍련에게만 비밀이다. 사실을 알게 되면 너무 가슴 아플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던 내용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아는 이야기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가미되는 게 몰입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각 커플의 밀당도 흥미로웠고, 귀신이지만 입이 걸걸한 장화 누님의 이야기도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덕분에 출근길에 읽기 시작한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육퇴후 새벽까지 읽다 잠들었다는 후문. 페이지 터너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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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유럽 미술관 여행 워크북 세트 우리 아이 첫 유럽 미술관 여행
송지현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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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음악과 미술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음악을 고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과 친하지 않았던 터라, 가끔 미술관을 가긴 했지만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과 담을 쌓고 지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니 마냥 멀리할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미술을 좋아한다. 다분히 만화의 영향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의 내용을 보면 마법으로 명화 속에 들어가 명화를 훼손하는 악당을 찾아내고 명화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주된 이야기다 보니, 자연스레 명화나 화가, 미술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문제는 아이가 직접 명화를 보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는 데 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먼 거리를 오고 가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통해 책으로나마 첫 미술관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는 예상과 달리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관련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더 멋진 경험과 지식을 선물하고 싶은 엄마이고,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전시회를 다녀왔던 경험뿐이었다. 그런 그녀는 아이와 여행을 계획하며 선택한 여행은 38박 39일 동안 유럽 5개국 여행이었다. 그중 핵심은 바로 미술관이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에 걸쳐 20개의 미술관과 유명 유적을 통해 미술여행을 떠났다. 책 속에는 각 나라의 미술관 소개와 함께 그곳에서 꼭 봐야 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가 익숙한 그림도 상당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낯선 장소와 그림도 등장하기에 책을 통해서나마 새로운 작품과 미술관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흥미롭고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외에 워크북이 바로 그런 엄마표 미술여행을 보여준다. 그저 유명한 그림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가 기억했으면 하는 것과 아이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곱씹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실제 활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관심이 있었던 곳은 단연 만화를 통해 많이 본 작품들이 있는 미술관이었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비롯하여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반 고흐의 해바라기 등의 그림을 무척 반가워했다. 여기에 사족을 곁들여 얼마 전에 책을 통해 반 고흐가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을 함께 보며 내 나름 엄마표 지식을 살짝 얹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스페인의 호완 미로 미술관이었는데, 그 이유는 저자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사진을 봤기 때문이다. 멋진 명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 한편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또 다른 작품으로 꾸며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싶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실제 활용 가능한 정보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당장 비행기 티켓팅부터 숙소 예약 등 현지에 가면 부딪칠 부분들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미술관들을 설명하기 앞서 꼭 봐야 할 그리의 동선과 관람 팁, 주소나 휴관일, 요금까지 꼼꼼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초행자라도 여러 정보를 찾아다닐 수고를 덜어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여행을 떠나기 앞서 만나게 될 작품에 관한 영화나 책, 프로그램도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고해 보면 좋겠다.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색다른 경험을 아이에게 건네고 싶다면, 유럽 미술관 여행은 어떨까? 시간이 지나도 아이와 함께 같은 공간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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