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기는 배씨 가족의 촌철살인 판타지 활극 덕분에 유쾌하게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초능력자인 전직 국정원 스파이가 정신병원에 갇혔다? 이들은 정말 미친 사람일까? 아니면 뭔가 간계가 있었던 것일까?
아파트 경비원인 할아버지 배원기, 택시 운전기사인 아버지 배순동, 요양보호사인 어머니 양희라, 유튜버인 아들 배하준 그리고 취준생인 딸 배하늬. 이들은 가족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가족애가 넘치지도 않는다. 그런 그들이 원기의 누나인 원숙의 병문안을 갔다 돌아오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풀숲에서 작은 움직임을 듣게 되고, 산짐승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과일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들은 이상한 능력을 얻게 된다. 원기는 괴력을, 순동은 다른 종과의 소통 능력을, 희라는 수분(꽃가루를 날리는 능력)을, 하준은 치유능력을, 하늬는 달리기 능력을 갖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에 부쳐진 이 능력을 알고 찾아온 사람이 있다. 국정원 5과의 강한위였다. 그는 배씨 가족에게 누군가의 뒤를 밟도록 시킨다. 그렇게 배씨 가족은 국정원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 꽤 풍족한 생활을 하며 가족만의 집을 구매하게 된다. 그날 역시, 한위에 의해 한 사람의 뒤를 쫓아 그의 행선지를 알아오라는 일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 잔뜩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 원기는 손을 데다가 물건을 넘어뜨린다. 큰 소리에 뒤를 밟힌 사람은 그들 5명을 발견하게 되고, 초능력을 발휘하려는 순간, 유난히 발이 무거웠던 하늬는 자신의 능력이 사라짐을 느낀다. 5과의 남태성 요원에 의해 겨우 자리를 뜨게 된 배씨 가족은 남태성이 주는 음료를 마시고 잠에 빠진다. 그리고 깨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이들이 머문 정신병원은 초호화판이었다. 음식도 좋았고, 운동기구를 비롯하여 여가생활을 보내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입원 환자들의 탈출을 저지하기 위한 원장 노송해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배씨 가족은 매번 탈출을 기도한다. 물론 성공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하늬는 책 마지막 장에 자신들이 본 파란 생물 그림을 발견한다. 자신들 말고 그 생물로부터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 병원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하늬와 가족들은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한편, 병원에 입원 중인 또 다른 환자인 서이안은 자살기도를 해서 격리병실에 갇혔다 돌아오는데, 그는 하늬에게 병동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배씨 가족의 탈출을 돕기 위해 이안과 배씨 가족은 머리를 맞대는데... 과연 이들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게, 배씨 가족의 착각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들의 능력은 사실이었다. 과연 이들 말고 파란 생물로부터 초능력을 받게 된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소위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이 책 속에서 풀어지는 방식은 처참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타인의 죽음을 매도하는 것은 너무 끔찍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되면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듯 끔찍한 결말을 맛보게 될 테니 말이다. 생각지 못한 기가 막힌 반전은 아니지만, 결국은 악을 심판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마무리를 하는 배씨 가족의 모습은 일상을 살면서 남들이 모르는 초능력을 발휘해 아무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영웅을 떠올리게 해서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유발하는 케이 미스터리 식의 작품과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기회가 된다면 안세화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