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교하려고 교회를 개척했다 - 코로나 시대에 써내려간 사도행전 29장
유동효 지음 / 좋은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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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not do anything!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대면 예배의 금지였다. 정부 방침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매주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한편, 비대면 예배가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출석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드리는 예배가 편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대면 예배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참석이 귀찮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실 일반인들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창업을 미루는 형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소위 자살행위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교회 개척 6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진다. 3개월 후 척수암 및 폐암 4기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 와중에 아프리카에 두 곳의 교회 개척을 비롯하여 우물 건설, 집을 지어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중대형 교회도 쉽지 않은 사역을 한다. 이 모든 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루어진 일이다.

사실 나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해결하고 펼쳐가시는지 너무 놀라울 뿐이다.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17세의 전도를 받고 수양회 때 목사 서원을 한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교대에 진학해서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사실 교사로 살았다면 남들보다 10년 일찍 승진의 기회 등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목사로 서원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결국 그는 명퇴를 하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마음에는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선교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 저자는 가는 선교사가 아닌 보내는 선교사의 일을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선교자금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중형 이상의 교회들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선교자금을 줄인다고 한다. 이제 막 개척하여 아내와 둘이 예배드리는 형편에서 아프리카의 교회를 짓는다는 목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환상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받은 감동을 설교시간에 선포한다.

신기한 것은, 저자가 입술로 선포하고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자 조금씩 헌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타교회 성도가 마음의 부담감으로 헌금을 보내기도 하고, 기도 중에 하나님이 마음을 주셔서 헌금을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특히 타 교회에서 권사 안수를 받게 된 한 집사님은 기도 중에 하나님이 부담감을 주셔서 500만 원을 헌금했다. 하지만 계속 부담감이 남아있어 결국 1,000만 원을 보태 1,500만 원을 헌금한다. 인간의 마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 와중에 저자는 암이 여기저기 전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행이라면 전이가 심한 와중에도 통증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보통의 시나리오라면 막 개척한 목사가 중병에 걸리게 되면 교회를 접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당연히 선교자금을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저자의 간증과 고백을 읽으며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을 펼쳐가시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다. 인간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준비해놓고, 저자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바로바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큰 계획과 뜻에 감탄 말고는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시지 않으면

내 힘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자랑할 것도 부족할 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이러한 원리를 잊어버린다.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거나, 일이 잘 풀려나가거나,

사회적인 인기와 지위를 얻거나,

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하면 자칫 자신이 잘해서 성공한 줄 안다.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높아진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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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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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하나는 자신 있는 신도 요리코는 자신을 추행하는 남자와 대적하다가 피습을 당한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눈을 뜬 곳은 야쿠자 두목의 저택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는 일이 싸움인 신도는 방심한 틈에 야쿠자 무리를 제압하지만, 결국 그들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싸움에 져서라기보다는 죄 없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말이다. 신도 앞에 떨어진 일은 야쿠자 나이키파의 두목 나이키 겐조의 외동딸인 나이키 쇼코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쇼코의 보디가드가 된다.

18살임에도 고풍스러운 옷 만을 골라 입고 다니는 쇼코는 인형 같은 외모에 말투는 고상하지만, 신도에게는 퉁명스럽다. 신도의 입장에서도 늘 혼자 다니며 각종 신부수업으로 빠듯한 야쿠자의 딸 쇼코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신도의 가족 이야기와 함께 카페에 가는 등 조금씩 친해지는 쇼코와 신도. 야쿠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쇼코는 신도를 구하게 되고, 그들은 그 이후 더욱 가까워진다.

겐조는 오래전 자신의 부하인 긴 칼 마사라 불리는 마사와 아내 요시코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을 잡기 위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요시코가 사라진 후 그는 딸인 쇼코에게 아내의 모습을 요구한다. 어린 나이에도 유난히 복고 풍의 옷을 입었던 것도, 머리를 한갈래로 차분히 묶고, 화장을 안 하는 것도 전부 엄마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신도와 가까워진 쇼코는 자신의 그런 속내를 신도에게만은 조금씩 털어놓는다.

신도를 잡아왔던 야쿠자 야나기는 신도를 살핀다. 그는 사실 촌코라 불리는 재일한국인이었다. 신도 역시 그런 상황이기에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도가 쇼코의 약혼자인 도요지마 흥업의 대표 우타가와 쓰요시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하고 폭행한 사건으로 신도는 물론 야나기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실 우타가와는 잔인하고 변태적으로 고문을 일삼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상황이 꼬이는 가운데, 도망쳤던 마사와 요시코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둘을 잡아오라는 명령이 신도와 야나기에게 떨어지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린다. 중간 장이 사라진 것인가? 편집이 잘못된 것인가?를 고민하며 다시 읽고 또 읽었는데, 이 모든 상황은 편집자 후기를 읽으며 해결된다. 이 또한 반전 아닌 반전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교묘히, 때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재일 한국인이어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야쿠자가 된 야나기 뿐 아니라, 엄마의 대행이자 그 어떤 자유 없이 아빠에게 속해있다가 결혼과 함께 남편에게 양도되는 물건처럼 치부되는 쇼코. 싸움을 잘하지만(능력은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신도처럼 타인에 의해 재단되는 차별적 삶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작품 속 쇼코도 신도도 자신을 가두던 지옥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차별을 강요하고, 마치 그것이 진실인 양 매도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그녀들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사이다를 경험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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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처럼 이끌어라 - 나를 단단하게, 조직을 유연하게 만드는 고전의 힘
이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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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 공자의 논어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논어와 관련되어 나온 책만 해도 대략 300여 종이 넘는다고 하고, 나 역시 요 몇 년 간 논어에 관해 접한 책만 해도 10권 가까이 된다. 시대도, 상황도 다른 삼천 년 전 사상가의 책이 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꾸준히 읽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중어중문학과 교수이자, 논어를 연구하고 있는 고전문학자다. 저자는 이 책에 서두에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거짓이나 다르다고 치부되는 현대에서 논어가 과연 실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책일까? 논어는 공자가 아닌 공자의 제자(혹은 제자의 제자)에 의해 쓰인 책인데, 과연 공자의 사상을 오류 없이 담고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오랜 세월 논어를 연구하는 학자이기에 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놀라웠다. 이 책은 논어를 통해 리더십을 깨닫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주의 환기가 되는 질문이기도 했고, 다른 책 보다 더 실제적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저자의 의도였다면, 제대로 먹힌 듯싶다.) 저자의 질문에 공자의 말을 대답으로 들자면 "진신서, 즉불여무서"(서경에 있는 말을 모두 다 믿는다면 차라리 서경이 없는 편이 낫다)라 말할 수 있겠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때론 비판적 시각과 의심을 통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논어를 통해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을까? 우선 공자가 살았던 시대를 살펴보면 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공자는 노나라(뿌리는 송나라) 사람으로,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여러 나라들이 쟁패를 겨루던 시기였기에 무척 복잡한 시대였다. 이념 간, 나라 간 위기 속에 속해있던 공자가 살던 시대와 현재의 우리의 젠더 간, 세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의 문제들은 묘하게 닮아있다. 리더의 부재는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다. 제대로 된 리더가 세워지지 않은 시대에는 다각도로 문제가 생겨난다. 저자는 공자의 논어 속의 두 축인 수신과 치인을 책 속에서 언급한다. 수신은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을, 치인은 리더십을 통해 나라를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논어에서 이상적으로 꼽는 인간상인 군자(君子) 역시 임금의 아들, 군왕의 리더십을 통한 나라 경영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의 책임과 역할, 가치 등을 논어를 통해 설명한다.

 

 

 

책은 크게 입문, 단련, 도약의 3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현재 우리에게 공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면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리더의 책임과 역할, 덕목과 가치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논어를 토대로 현재의 우리 시대를 살펴보고 진정한 리더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가르침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2부의 단련 중 와닿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 4강의 불원천불우인과 6강의 성상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누구나 작든 크든 리더가 된다. 그저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게도 한다. 누구나 리더가 되지만, 누구나 올바른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 이 책에는 리더가 가져야 할 원칙과 함께 유연한 사고방식, 소통의 필요성과 함께 리더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각도로 조언한다.

사회가 썩었어도 제대로 된 리더가 등장하면 다시금 맑은 사회가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가 일어나기도 한다. 진정한 리더는 꾸준한 수양과 유연한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군림하고, 면만 내세우는 리더가 아닌, 구성원들을 살피고, 함께 성장하는 리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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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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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은 튀르키예라는 이름보다는 터키가 익숙하다. 아시아와 유럽의 관문이기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튀르키예 인지라 그들의 문화가 담겨있는 작품이 궁금했다. 주인공 페리의 삶의 궤적을 통해 튀르키예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접할 수 있었고, 우리의 역사와 다르지 않은 상처들에 숨을 죽이며 읽기도 했다.

날반트오울루 가족의 늦둥이 막내딸 페리는 선박기관사 출신 아빠인 멘수르와 엄마 셀마 그리고 두 명의 오빠(우무트, 하칸)와 함께 산다. 가족이라 하지만 이들은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혀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전혀 다른 가치관과 종교를 가지고 있는 멘수르와 셀마. 셀마는 이슬람에 푹 빠져있다. 광신자로 분류될 정도로 종교에 상당한 집착을 보인다. 반대로 멘수르는 종교가 아닌 현실에 관심이 많다. 자연스레 큰아들인 우무트는 급진 마르크스주의자, 작은 아들 하칸은 민족주의자가 되어 가족은 편이 갈린다. 페리는 가족을 나누는 사상과 가치관에 가슴이 아플 뿐이다. 그러던 중 큰 오빠인 우무트가 경찰에 구속되어 엄청난 고문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가짜 증언으로 오빠는 8년 4개월 형에 처해진다.) 엄마는 우무트가 구속된 것이 남편 멘수르가 알라에 반역을 했기 때문에 철저한 회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아빠는 자녀들을 돌보지 않고 종교에만 빠져있던 엄마의 잘못으로 치부한다. 서로를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서 재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족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생긴다.

 

 

 

이야기는 현재(2016년)와 과거(1980년대, 2000년대)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딸 데니즈와 함께 거부의 파티에 초대받아 길을 나선 페리는 차 안에 둔 가방을 소매치기당하고, 가방을 찾아 나섰다 부랑자에게 봉변을 당한다. 어린 시절부터 페리가 위험에 빠졌을 때 보이는 '안개에 싸인 아기'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페리는 자신의 지갑 한 편에 보관 중이던 옥스퍼드 대학시절 사진과 함께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제목에 등장하는 이브의 세 딸은 무슨 의미일지 내심 궁금했다. 처음에는 페리의 세 자녀를 말하나 싶었는데,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세 여인인 페리, 쉬린, 모나를 일컫는 말이었다. 옥스포드를 소개해 주는 역할로 처음 마주한 쉬린은 페리의 가정을 보고 그녀를 혼혈이라 이야기한다. 피부색 혼혈이 아닌 정체성의 혼혈(전통주의와 현대주의가 섞여있는)을 말하는 것이었다. 튀르키예의 역사나 과거는 잘 모른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페리는 튀르키예를 상징하는 인물이라 한다. 우리의 과거와 결을 같이 하고 있어서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향해 인간 답지 못한 행동들을 해 대는 모습은 읽는 내내 괴로웠다. 단지 생각, 이념의 차이 때문에 말이다.

 

 

 

이 책의 시선은 어린 시절과 현재, 옥스포드 재학 시절을 교차하며 페리의 성장과 변화에 초점을 둔다. 아버지가 왜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는지, 아주르 교수는 왜 대학에서 퇴출되었는지, 페리는 왜 대학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는지와 같은 작품 속 궁금증 이면에 종교와 신의 존재, 철학적 사고들이 책 속에 자연스레 흐르고 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색다른 맛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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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 - 진화생물학 권위자 장이권의 20가지 동물의 리더십 이야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1
장이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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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인간사회에만 존재할까? 인간만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팔로워를 거느리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다면 인간보다 더 한 지혜와 리더십으로 자신의 무리를 이끄는 완벽한 리더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는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가 무리를 이끈다. 가모장사회라 할 수 있다. 80세 가까이 사는 코끼리 사회의 리더는 60세가량 된 할머니 코끼리다. 코끼리 사회는 이 리더를 중심으로 이모, 딸, 손녀, 조카 등 혈연으로 얽힌 암컷 코끼리 무리를 이룬다. 왜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나이가 많은 암컷 코끼리일까? 바로 연륜과 경험 때문이다. 같은 리더 중에서도 나이가 더 많은 코끼리가 리더인 무리가 번식력도 높고, 위험에서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가령 물을 찾아 나설 때 가모장 코끼리는 어렸을 때 기억으로 물이 있는 곳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리에게 위험을 가할 사자나 수컷 코끼리의 소리를 더 잘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축적된 경험이 위험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침팬지의 경우 힘이 센 수컷 침팬지가 무리를 리드한다. 힘이 세면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물론 힘이 세면 리더가 되기 유리하긴 하지만, 사회성 또한 리더의 중요 자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유인원의 경우 털 고르기를 하는데, 털 고르기는 털에 기생하는 각종 기생자들을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기생자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하는 유인원 사회에서 털 고르기는 꼭 필요한 작업인데, 털 고르기를 통해 침팬지들은 서로 유대관계를 쌓는다. 원래의 리더인 알파 수컷보다 힘이 약한 베타 수컷은 싸움으로는 알파 수컷을 이길 수 없지만, 털 고르기를 통해 유대관계를 쌓은 여러 수컷들과 힘을 합해 알파 수컷을 물리치고, 자신이 리더가 되기도 한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사회성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동물 사회에서 리더는 번식능력을 독점하기도 한다. 팔로워에 비해 리더가 번식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리더가 되려고 하지 않을까? 왜 팔로워들이 생기는 것일까? 책 속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등장한다. 리더를 잘못 고를 경우, 목숨이 위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리더를 따르는 것일까?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리더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있다. 또한 훗날 리더가 사라졌을 경우, 무리 안에 있다면 다음 리더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리더가 없는 무리도 등장한다. 카리부라 불리는 순록의 경우 특정한 리더가 없음에도 장거리 이동을 한다. 그들은 어떻게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까? 그들은 군중심리를 이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앞에 가는 카리부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누군가 어떤 곳으로 이끌지 않더라도, 앞에 선 무리를 따라 길을 간다. 물론 그중에는 풀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본 경험이 있는 카리부가 있다. 이동해 본 카리부를 제거하면 무리의 이동은 쉽지 않아지니 말이다.

책 속에서 만난 동물의 리더십은 종에 따라 다양했다. 그들이 무리를 이끌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무리를 건강하게 이끌기 위해(후손을 보존하는 것을 포함) 사용하는 방법들은 흥미롭기도 했다. 리더는 불확실한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들 역시 인간만큼이나 어려움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다양한 동물의 리더십을 통해 또 다른 리더십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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