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인간사회에만 존재할까? 인간만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팔로워를 거느리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다면 인간보다 더 한 지혜와 리더십으로 자신의 무리를 이끄는 완벽한 리더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는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가 무리를 이끈다. 가모장사회라 할 수 있다. 80세 가까이 사는 코끼리 사회의 리더는 60세가량 된 할머니 코끼리다. 코끼리 사회는 이 리더를 중심으로 이모, 딸, 손녀, 조카 등 혈연으로 얽힌 암컷 코끼리 무리를 이룬다. 왜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나이가 많은 암컷 코끼리일까? 바로 연륜과 경험 때문이다. 같은 리더 중에서도 나이가 더 많은 코끼리가 리더인 무리가 번식력도 높고, 위험에서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가령 물을 찾아 나설 때 가모장 코끼리는 어렸을 때 기억으로 물이 있는 곳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리에게 위험을 가할 사자나 수컷 코끼리의 소리를 더 잘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축적된 경험이 위험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침팬지의 경우 힘이 센 수컷 침팬지가 무리를 리드한다. 힘이 세면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물론 힘이 세면 리더가 되기 유리하긴 하지만, 사회성 또한 리더의 중요 자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유인원의 경우 털 고르기를 하는데, 털 고르기는 털에 기생하는 각종 기생자들을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기생자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하는 유인원 사회에서 털 고르기는 꼭 필요한 작업인데, 털 고르기를 통해 침팬지들은 서로 유대관계를 쌓는다. 원래의 리더인 알파 수컷보다 힘이 약한 베타 수컷은 싸움으로는 알파 수컷을 이길 수 없지만, 털 고르기를 통해 유대관계를 쌓은 여러 수컷들과 힘을 합해 알파 수컷을 물리치고, 자신이 리더가 되기도 한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사회성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동물 사회에서 리더는 번식능력을 독점하기도 한다. 팔로워에 비해 리더가 번식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리더가 되려고 하지 않을까? 왜 팔로워들이 생기는 것일까? 책 속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등장한다. 리더를 잘못 고를 경우, 목숨이 위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리더를 따르는 것일까?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리더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있다. 또한 훗날 리더가 사라졌을 경우, 무리 안에 있다면 다음 리더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리더가 없는 무리도 등장한다. 카리부라 불리는 순록의 경우 특정한 리더가 없음에도 장거리 이동을 한다. 그들은 어떻게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까? 그들은 군중심리를 이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앞에 가는 카리부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누군가 어떤 곳으로 이끌지 않더라도, 앞에 선 무리를 따라 길을 간다. 물론 그중에는 풀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본 경험이 있는 카리부가 있다. 이동해 본 카리부를 제거하면 무리의 이동은 쉽지 않아지니 말이다.
책 속에서 만난 동물의 리더십은 종에 따라 다양했다. 그들이 무리를 이끌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무리를 건강하게 이끌기 위해(후손을 보존하는 것을 포함) 사용하는 방법들은 흥미롭기도 했다. 리더는 불확실한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들 역시 인간만큼이나 어려움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다양한 동물의 리더십을 통해 또 다른 리더십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