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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환상 서점이라는 제목을 본 적은 있는데, 두 번째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이 정도면 늘 역주행을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속작을 먼저 읽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행히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건지, 2권만 읽어도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친구에게 복수를 꿈꾸는 도깨비는 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과연 그게 친구의 잘못인가 싶기도 하다. 마치 도깨비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랑 가까이 지냈을 때의 그 느낌. 친구를 다시 되찾고 싶은 도깨비는 그렇게 친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일까? 책 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저마다 누군가를 빼앗기거나 잃는다. 서점 주인 서주가 그랬고, 마마와 천연두를 불러온다는 각시 손님이 그랬다. 그들의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환상 서점. 프롤로그 때문인지, 자꾸 그들의 이별에 마음이 가닿는다. 그래서 더 애틋한 작품이었다.

생을 계속 살아가는 서점의 주인 서주. 그에게는 오랜 정인 연서가 있다. 지금은 서점 안에서 연서와 함께 있지만, 연서는 사람이고 서주는 신이다. 시간이 지나면 연서는 늙어갈 것이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런 서주가 유일하게 지켰던 것은 연서가 다시 태어나도 서주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신인 서주에게도 있나 보다. 연서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주의 서점에 온 각시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달라는 말에 서주는 각시 손님이 이야기했던 것을 적었던 책을 펼쳐 연서에게 들려준다. 마마가 창궐하여 온 마을이 초토화되었던 그때. 목숨을 걸고 마을 사람들을 지킨 한 의원이 있었다. 각시 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원이 괘씸했던 각시 손님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왜 다들 포기하는 환자들을 지키는 것인지 그의 의중이 궁금했던 각시 손님. 자신의 손으로 그가 천연두에 걸리게 만들었던 각시 손님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켰던 목숨에 대해 돼 갚고 싶다는 그의 의중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각시 손님은 의원 곁에 머문다. 그렇게 의원은 전염병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간다. 계절이 바뀌고 봄을 앞둔 어느 날, 길을 나서는 각시 손님을 잡고 마는 의원. 둘 사이에는 어느 순간 마음을 나누는 감정들이 생겨났다. 마을에 새로 온 관리는 의원의 뛰어난 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를 왕에게 보내 상을 받고 싶었지만, 그는 환자를 돌보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결국 의원을 굴복시키고 싶었던 관리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제는 천연두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각시 손님은 자신의 소멸을 서주에게 알린다. 그리고 과거의 연인인 의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알고 싶었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연서가 대신 꺼내준다. 의원은 환생을 했고,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 너무 기뻤지만, 이제 자신은 소멸되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그를 만나도 떠나야 하는 사실이 괴로운 각시 손님.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기도 하지만, 참 아프기도 하다. 나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더 심화시키기도 한다. 불사의 신을 사랑하는 연서.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연인은 서로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모습만 다르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그들만의 감정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과 생각을 하곤 한다.
도깨비의 이야기와 각시 손님의 이야기, 그리고 서주와 연서의 이야기가 각자의 색으로 등장하는데, 어느 하나 애달프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각시 손님은 환생한 의원을 만났을까? 궁금했던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진다. 혹 서주와 연서의 이야기가 1권에 나오는지 궁금하다. 역주행을 해봐야겠다.